배우 김려원, "아픈 시기 만난 '미스트' 도전→행복감으로" [인터뷰②]
배우 김려원, "아픈 시기 만난 '미스트' 도전→행복감으로" [인터뷰②]
  • 이지은 기자
  • 승인 2020.0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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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수술, 치료와 공연 병행 그리고 '원캐스트'는 자신과의 싸움
'시대가 만든 비극' 나라를 위해 싸운 모든이를 기억해주길

해당 인터뷰는 앞서 진행한 '미스트' 김려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낸 매력적인 작품" [인터뷰①]와 이어지는 인터뷰 입니다.

사진 조나단 기자
사진 조나단 기자

 

시종일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낸 뮤지컬 <미스트>에 참여한 일은 '행복'이라는 김려원. 동시에 자신과 싸움이자 도전이었다는 이야기는 같은 역할의 배우 최연우의 부상에서 비롯됐다. 그를 대신해 원캐스트로 무대에 서야 했었던 것. 앞서 김려원은 유방암 판정을 받았지만, 치료와 공연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작품의 개막 전 지난해 12월 수술을 했었던 김려원은 "초기인 편에 속해서 공연 전 치료가 끝날 줄 알았다. 방사선 치료를 한 달 정도 받아야 한다더라. 미국으로 보내진 조직이 한 달 후 결과가 나왔고 병원 스케줄에 맞추다 보니 치료가 늦어지고 있었는데, (최)연우 언니가 다쳐서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일하려면 의사 선생님이랑 상의해야 했어요. 뮤지컬 <페드라>, <리지> 연습에 <미스트>도 해야 해서 3월에 치료하면 안 될까 싶어 여쭤보니까 치료에도 시기가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공연을 며칠 쉴 수 있었던 건 제작사 더웨이브 배려였어요. 세포를 죽이는 치료라 잠을 많이 자고 휴식을 취해야 했거든요. 공연에 피해를 드린 거 같아 죄송하고 원캐스트를 못 해낼까 봐 무서웠는데 해내서 기뻐요."

김려원은 함께하는 배우들에게 피해를 줄까 싶어 아픈 사실을 숨기고 무대에 올랐었다. 치료를 다 끝내고서야 자신의 SNS를 통해 모든 사실을 밝혔다. 힘들었을 지난날을 오히려 "뜻깊고 좋은 시간이었다"는 말이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그는 "엄마랑 동생이 많이 도와줬다. 아침에 병원 갔다가 연습 그리고 공연하는 날마다 데려다주고 데리러 왔다. 주말엔 치료가 없다 보니까 2회 공연하는 날 컨디션이 괜찮더라. 병원 안 가는 날이 제일 좋았다"고 웃었다. 

사진 조나단 기자
사진 조나단 기자

 

그러면서 김려원은 팬과 주변 동료들에게 받았던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와주고 싶다"며 "팬 중에 저와 같은 병이 있던 분이 계셔서 병문안을 간 적이 있다. 같은 병이라는 걸 알게 되고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팬분이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위안을 많이 받았다"고 강조했다.

<미스트>는 창작 초연인 만큼, 배우가 만들어 내는 캐릭터의 색이 저마다 다르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이에 김려원은 아키라 역의 정민, 김종구와 김우영 역의 정원영, 안재영, 손유동과 호흡하며 받았던 느낌을 들려줬다. 거부할 수 없는 끌림으로 서로 사랑하게 되는 혜인과 아키라에 그는 "(김)종구 오빠는 굉장히 사랑을 많이 준다. 오빠랑 하는 날에는 많이 사랑하는 커플이 되는 거 같다. 정민 오빠는 종구 오빠보다 독립군 동료로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안)재영 오빠는 아키라를 정말 친구처럼 대하더라. 네가 우리 집에 있으니까 혜인이가 자주 와서 좋다"며 "나중에는 질투심과 배신감으로 돌아버리는 포인트가 있어요. (정)원영 오빠는 처음부터 친일파예요. 아키라도 혜인 때문에 봐준 거지 애초에 본인과는 다른 사람으로 마음도 없는 무섭고 칼같은 사람이에요."

때문에 김려원은 실제로 그와 함께했던 무대에서 버벅댔던 적도 있었다는 것. 그는 "우리 친구잖아. 아키라를 도와달라는 대사를 하는데 오빠가 너무 친구라는 생각을 안 하는 거 같아서 좀 다르게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손)유동은 중간이다. 줄듯 말 듯하고 다른 김우영과 완전히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어린 시절부터 혜인의 곁엔 언제나 우영이가 있다. 극의 말미 혜인은 우영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선택을 한다. 김려원은 "혜인에게 우영은 남매처럼 완전 친한 단짝인 만큼 처음에는 슬픈 마음이 강하다. 그러다 우영이 '나 경부고 걔 범죄자야'라고 할 때 문을 닫는 혜인이를 발견한다. 옳은 선택이지만 마음은 아프다"는 복잡한 심경을 비췄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역사의 아픔이 묻어나는 <미스트>에 대해 김려원은 '시대가 만든 비극'이라 말한다. "당시 시대 때문에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삶이 뭉그러진 거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삶을 버린 채 싸운 사람들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삶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아키라를 향해 말하는 혜인의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엄마가 찾던 세상'이 원래 대사인데, '살고 싶으면 살면 되잖아. 살고 싶은 게 왜 욕심이 돼야 해?'라고 해요. 당연히 살아야 하는 건데 아키라가 가진 생각과 마음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끝으로 김려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공연장에 발걸음 하기 어려운 상황에도 극장을 찾아와 주시는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얼마나 공연을 사랑하는지 느껴져 더 잘하고 싶다. 배우들 모두 노력하고 있으니까 감동과 재미 행복감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있는 문화생활과 동시에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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