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59화 - 잠자리 잘하기 위한 연습
[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59화 - 잠자리 잘하기 위한 연습
  • 이상우 추리작가협회 이사장
  • 승인 2020.0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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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지는 이튿날 출근하면서 세상이 달라져서 이제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갔다. 
운전사가 있는 출근 차의 뒷좌석에 앉아 색다른 눈으로 윈도우 밖을 내다보았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달라 보였다. 아주머니들을 보면서 저 여자도 어제 밤에 남편과 그 짓하고 나왔겠지.
 저 점잖게 보이는 신사도 어제 밤에 침실에서 벌거벗고 여자와 그 짓 했겠지.
 임산부를 보면서는 ‘남자와 했다는 것을 아예 자랑하고 다니는구나.’ 모든 것이 이렇게 보였다.
 회사에 출근해서도 저 남자도 어제 밤에 했을까, 저 여자도 했겠지. 벌거벗고 아랫도리 열어놓고 그랬겠지. 
 남자가 올라타고 씩씩거리다가 발산하고는 푹 쓰러졌겠지.
 모든 사람을 볼 때 이런 야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결재를 받으러 오는 부장, 과장, 팀장들을 보면 먼저 웃음이 나왔다.
 천기주 과장이 결재를 왔을 때도 그 생각을 하고 빙그레 웃었다.
 “전무님 오늘 좋은 일이 있으신 모양이네요.”
 엉뚱한 소리도 들었다.
 여자가 남자와 첫 섹스를 갖는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실제는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었다. 
 모든 사람은 어제와 똑 같이 움직였다.
 점심때 박민수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점심 같이해요. 이 풍진세상에서 만나요.”
 금세 회답이 왔다.
 “오늘 골프 장업 협회 사무국장과 점심 약속이 있어서 어렵겠네요. 전무님.”
 ‘전무님? 회사니까 그렇게 부를 수 있지. 하지만 어제 밤에 내 몸속에 들어왔던 남자 아닌가. 그런데 전무님?’

 조민지는 야릇한 감정을 느꼈다.
 조민지는 점심때 홍 사장의 호출을 받고 같이 점심 먹으러 나갔다.
 회사 건너편에 있는 한식집에 갔다. 회사 임원들이 자주 가는 곳이었다. 밥값이 좀 비싸 조민지는 전무가 되기 전에는 가본 일이 없는 곳이었다.
 홍 사장은 직원들이 열심히 하느냐, 불편 한 것은 없느냐는 등 하찮은 것만 물어 보았다.   점심을 거의 다 먹는 동안 특별한 말이 없었다.
 무엇인가 중요한 말을 할 것인데 뜸을 들이는 것 같다고 조민지는 생각했다.
 어제 밤에 박민수와 첫 섹스를 한 것이야 모르겠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들었다.
 조민지는 조금 불안해졌다.
 “그 골프채 사업 말이야 대강 이야기는 보고 받았어.”
 “예? 누구한테요?”
 “이규명 과장한테서. 그런데 말이야.”
 “예.”
 조민지가 귀를 쫑긋 세웠다.
 “감나무 밭 사들인 것이 꽤 되지요?”
 “원자재 확보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 꽤 됩니다.”
 “본사 자금 팀에서 태클을 거는 모양이야.”
 “본사 자금 팀에서요?”
 “가계약 한 것은 취소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의견이야. 전국적으로 산지나 농지 값이 폭락하고 있거든.”
 “그렇습니까?”
 “나야 조 전무가 하는 일은 적극 지원하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거든.”
 조민지는 당황스러웠다.
 한계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보호해 줄 수 없다는 듯 같았다.
 조민지는 강원그룹 박운혁 회장이 걱정하던 것이 떠올랐다. 박 회장은 어떻게 알았을까?
 “제가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좀 서둘러야 할 거야.”
 조민지는 점심을 먹고 들어와서 이규명 과장을 불렀다. 
 “감나무 밭 사들인 것이 얼마나 되지요?”
 “나무만 산 것이 제일 많고요 땅 자체를 사들인 것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계약 한 것    빼고 등기가 넘어 온 것은 1백 50억 정도 됩니다.”
 “매입 가격이 그렇지요? 그럼 다시 팔면 얼마나 손해가 나나요?”
 “예? 도로 팔게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이야깁니다.”
 이규명 과장은 태블릿을 꺼내고 자료를 들여다보았다.
 “대충 3~50억 손해가 갈 것입니다. 부동산 중계료까지 포함해서.”
 “계약 된 것을 취소한다면?”
 “그것도 1백억 정도 될 것입니다.”
 “그럼 합쳐서 1백 4~5억 원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인가요?”
 “하지만 지금 손해보고 팔수는 없지 않습니까?”
 “시간이 갈수록 손해가 커지는 것 아닌가요?”
 이규명 과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민지는 그 다음날부터 전국의 부동산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매입한 부동산에 대한 대책을 상의해 보았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토지 문제가 잘못되면 조민지 전무이사는 그룹에 큰 피해를 입히는 회복 할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 
 조민지는 다른 한편으로는 박민수가 고안한 옥을 장식한 골프채의 판로를 열심히 탐색했다. 일단은 국내 면세점에서 좋은 반응이 있었다. 
 가격도 박운혁 강원그룹 회장의 배려로 무리가 없는 것 같았다.
 바쁘고 힘들게 일주일을 지난 뒤였다. 
 퇴근할 무렵 박민수가 방에 들렀다.
 “전무님 같이 퇴근해요.”
 박민수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우리 두 사람만 있을 때는 제발 전무 소리 그만 하세요.”
 조민지가 조금 짜증스럽게 말했다.
 “알았어요. 오늘 민지씨 집에 가요.”
 “그래요. 박 선배랑 둘이 함께 차타고 가면 회사 사람들 눈에 띌 테니까 각자 가서 우리 집에서 만나요.”
 “박선배가 뭐요? 둘이 있을 때는...”
 “둘이 있을 때는?”
 “오빠지.”
 “오빠? 크크크...”
 조민지가 집에 도착 했을 때 박민수는 먼저 와 있었다.
 순자가 저녁밥을 지어놓아 세 사람이 함께 먹었다.
 “순자 신장 기증자는 아직 없어요?”
 저녁을 먹고 조민지의 침실로 함께 온 박민수가 물었다.
 “오늘 병원서 전화가 왔는데 신원을 밝히지 않는 기증자가 있는데 DNA검사를 하고 있대요. 맞으면 좋겠는데.”
 “그래요? 잘 됐네. 자 그럼 우리는 연습이나 합시다.”
 박민수가 조민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무슨 연습?”
 “섹스 잘하기 위한 연습.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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