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 윤성원 "식구처럼 소중한 '존재'" [인터뷰]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 윤성원 "식구처럼 소중한 '존재'" [인터뷰]
  • 이지은 기자
  • 승인 2020.0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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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세 번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는 배우 윤성원에게 많은 기억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지난 2018년 진행됐던 리딩에 참여하게 되면서 인연을 맺은 그는 빨리 본 공연이 진행되길 바랐다는 것. 생각보다 좋은 반응에 용기를 얻어 본 공연을 준비를 할 수 있었다는 창작진이 식구처럼 소중한 존재라는 윤성원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본지와 첫 인터뷰에 윤성원은 "뮤지컬, 연극을 하고 창작집단 라스 극단 소속이다. <스페셜 딜리버리>에서는 라라 역할을 맡았다"고 소개했다. 

"라라는 라이브 클럽인 라라랜드를 운영하는 40대 초반 게이에요. 성 소수자가 특별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서 게이라고 소개하지 않았는데 이미 보도자료에 나갔더라고요. 극 중 정사랑과 아주 친한 친구 소울메이트죠. 오랫동안 묵묵히 있어 줘요."

단순히 라라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 리딩 공연에서 다 역할로 분했던 윤성원의 활약은 본 공연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기 때문. 그는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이야기가 전개를 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지켜보기도 하고 공연에 굉장히 필요한 인물을 맡고 있다"고 웃었다. 본공연에 대한 기대가 컸던 작품이었다는 윤성원에게 이유를 묻자 그는 "연습 때부터 낭독 공연하는 동안 개인적인 힘든 일이 있었다.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빨리 다시 공연이 됐으면 해서 상상도 많이 해봤다"고 설명했다.

강하리 역의 김두리, 박희원, 김지윤 세 배우의 입봉작. 후배들과 호흡은 어떨까. 윤성원은 "하리가 10대이기 때문에 창작진에서 실제로 나이가 어린 신인배우로 정하셨던 거 같다"고 밝혔다.

"저 데뷔 때 생각이 났어요. 연극영화과(이하 연영과)를 나와서 공연을 하고 대학로에 왔다고 하더라도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 들더라. 세 친구도 연영과 출신이지만 대학로의 프로페셔널한 무대에 선다는 게 부담됐을 거예요. 잘하고 있다고 용기를 많이 줬어요. 연습 때나 리허설마다 제일 일찍 와서 늦게 간 일이 빛을 발휘한 거 같아요. 앞으로 더 잘하고 기대가 되는 세 명이에요."

단 3명이 만들어 가는 90분의 무대는 빈 틈 없이 꽉 차 있었다. 윤성원은 "다양한 역할의 변신이 혼자만이 아닌 함께 만들어 가는 데 있다는 것"을 큰 이유로 꼽았다. 라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대해 그는 "이상은 선배는 처음 뵙는데, 전부터 저랑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같은 역으로 만난다고 하니 굉장히 좋았다. 김성현 형과 두 분이 공연의 원년 멤버다. 워낙 젠틀하고 스마트하신 분들이라 좋은 영향을 받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답했다.

특히 윤성원은 "라라의 성 정체성 자체가 이 사회 속에서 구분하는 범주고, 관객이 바라봤을 때 안전한 테두리 밖에 있는 사람이라고 안 느끼셨으면 했다. 선을 긋는다고 해서 꼭 특별한 건 아니니까"에 이어 "그 사람이 가진 아픔이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이나 제도를 라라가 어떻게 감당하고 받아들일지 초점을 맞혔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윤성원은 라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물론, 말 한마디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재연이 온다면 라라의 서사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는 "성 소수자 사회에서 인정받지 않는 라라, 연예인 공인 약자 사랑이, 거리에 있는 사랑 받고 싶은 아이 하리 세 사람의 연대와 서사가 좀 더 적합하고 깊은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는 지난 2016년 창작산실 뮤지컬 부분으로 처음 관객을 만났다. 거리에 나온 10대 강하리와 외로운 두 어른 정사랑, 라라 두 어른이 세상에 던져진 하리를 품어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8년 겨울, 리딩 공연을 통해 총 11명의 배우는 3명으로 축소됐고 윤성원은 다음 공연에도 참여하기로 했다는 것. 그는 "1년의 기간 동안 연락을 주고받으며 저에게 많이 물어봐 주시고 의견도 존중해주셨다"고 말했다. 

아픔과 상처를 가리지 않는 세 사람의 이야기 <스페셜 딜리버리>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문구는 무엇일까. 윤성원은 "'Home Sweet Home'(홈스위트홈) '넌 있는 그대로 완벽해'다. 서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인정해주는 세 사람의 아픔과 상처를 잘 보듬어 준달까"라며 "우리 작품의 사랑, 하리, 라라 세 사람이 나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나의 가족이나 친구의 안전을 위해 그들을 울타리 밖으로 내몰아버리는 사회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고 답했다. 

"가출팸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어요. 성 소수자 공연은 많지만, 그 사람들이 사회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속마음과 생각을 속 시원하게 긁어준 작품은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외형적으로 트렌디하기 때문에 이용했던 거죠. <스페셜 딜리버리>는 라라의 시선에서 꼭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에요. 어둡고 직설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다 보여주는 공연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출청소년이 왜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지 성 소수자나 악플로 저격대상이 되는 연예인도 그렇고 남들이 안 보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 조금은 투박하지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의 공연이죠."

지난해 열 작품 넘게 무대에 섰던 윤성원.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할로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 말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심각 단계에 따라 오는 15일까지 공연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윤성원은 "모두가 힘든 이때, 공연을 보러오시는 발걸음 또한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극장 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해나가고 싶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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