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없는 국회
민생없는 국회
  • 장종수 기자
  • 승인 200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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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말 증권업계는 두 가지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연기금의 주식 투자확대를 허용하는 것과 비과세 장기 증권저축의 신설이다. 이 두 가지 모두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쉽게 처리가 되지 않아 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연기금 주식투자는 지난 5년 동안 업계의 숙원사항이었는데 올해도 해를 넘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과세 장기 증권저축 신설도 증권업계는 당연히 큰 기대를 걸고 있고 금융감독원 역시 법안 제출에 대해 크게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재경위 심사 초기부터 벌써 부정적인 의견이 나와 업계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 두 가지 현안은 모두 민생과 관련된 것들이다. 연기금 주식투자문제는 침체에 빠진 증시를 살리고 연기금의 수익을 높여 국민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비과세 장기증권저축도 목돈을 납입하는 방식이 아니고 적은 돈을 적립식으로 납입할 수 있도록 하는 서민형 상품이다. 이같은 증권업계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파행 운영으로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 이미 연기금의 주식 투자확대 허용은 열린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이번 정기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일부 조항에 대한 이견과 반대는 있었지만 대체로 국회에서 통과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아졌다. 하지만 초기부터 삐걱대기 시작한 정기국회는 회기가 끝날 때까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이라고 비난하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강경 대치와 날치기 시도 등으로 얼룩졌다. 임시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노동당 가입 논란으로 국회가 난장판이 되고 있다. 새로 도입을 추진하는 비과세 장기증권저축의 경우 지금까지와는 다른 매우 획기적인 상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목돈을 넣는 방식이 아니라 푼돈이라도 투자가 가능한 적립식이라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종전에 비과세 증권저축이 증시부양을 위한 한시적인 상품이었던 반면 이번에 추진되는 상품은 상설화되는 것이어서 업계의 기대는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회 재경위에서는 왜 주식투자자들에게만 세제혜택을 줘야 하는지와 지금의 상황에서 증시 부양을 위한 특별한 상품이 필요하느냐며 신중히 검토해 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내심 기대했던 증권업계에서는 부랴부랴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 국회 파행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들이다. 타격을 입는 것은 민생이다. 이른바 개혁법안에 밀려 민생 법안은 모두 제처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생 법안이므로 국회가 정상화되면 가장 먼저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회가 정상화되어도 이 약속을 지키려는 당도 없었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데 대해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는 국회의원도 없다. 이를 지켜보는 업계는 속이 탄다. 증권업계는 날로 위축되어만 가고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증권업계 종사자가 3만 명 대에서 2만명 대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이같은 절박한 현실에서 연기금의 주식투자나 비과세 장기 증권 저축의 도입은 한가락 희망이 되고 있다. 임시국회를 열어놓고 있지만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노동당 가입 문제로 극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외유를 떠나려는 국회의원들이 공항에서 들켜 부랴부랴 출국을 취소하기도 했다. 정규수업에도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은 학생이 보충 수업에서는 열심히 하겠느냐며 국회에 불신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남지 않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 증권업계는 지난 5년 동안 기다렸던 문제가 하나쯤은 시원스럽게 매듭지어지지를 희망하고 있다. 새해에는 새로운 기대를 갖고 출발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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