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큰손 피델리티, 업계 흔들까?
세계 큰손 피델리티, 업계 흔들까?
  • 박정민 기자
  • 승인 2004.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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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국계 자본들이 국내 자산운용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뮤추얼 펀드의 대명사인 피델리티 그룹도 국내시장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10일 정례회의를 열고 피델리티 그룹 계열사인 피델리티자산운용에 대해 자산운용업 본허가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자산운용사는 총 46개로 늘어났으며, 이 중 외국인 지분율이 50% 이상인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10개이다.

11월말 현재 국내의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시장점유율은 17.8%로, 피델리티가 내년 초 영업을 시작할 경우 점유율이 급속히 확대돼 국내 자산운용업계에 일대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자산운용은 9월말 현재 총 운용규모가 9월말 현재 1조1,872억 달러, 우리 돈으로 1,250조원에 육박하며 거래 고객도 1,900만명에 이른다.

피델리티는 어떤 글로벌 펀드보다도 철저한 조사와 신중한 투자펀드로 유명하다. 일례로 일본투신시장에 진출하기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사례도 있다. 따라서 이번 국내로의 자산운용사 설립은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성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피델리티의 자산운용방식은 철저한 기업탐방에 걸친 신중한 투자종목 발굴과 일단 결정되면 중장기적인 투자로 이뤄진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한국증시가 낙폭을 거듭하는 불안한 상황에서도 성장성이 풍부한 기업에 추가투자를 감행해왔다는데 증명된다. 또한 개개인 펀드매니저들이 시장등락에 따른 단기매매를 자제하고 재량껏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체제가 뒷받침해주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피델리티는 특히나 기업연금 시장에서 운용성과가 좋고, 서비스가 차별화되어 있는 것으로 저명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피델리티의 국내진입 배경에는 현재 정부가 제출한 기금관리 운용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안 등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수백조원의 각종 연금시장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거대공룡의 국내시장 본격진출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큰손’이 국내증시에 들어온 만큼 침체된 국내증시를 활성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장기적인 투자자로서 기업들의 든든한 자금줄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과 가뜩이나 외국계 투기자본이 난무하는 국내증시에 또 하나의 거대 외국자본이 잠식하게 되는 형국이 아니냐는 입장이 그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인 피델리티가 국내 투신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포화상태에 있는 국내 자산운용사들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운용규모나 시스템에 있어 낙후한 국내 소규모 운용사들에게는 공룡과 대적해야 하는 난제가 생긴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기은SG자산운용관계자는 "첫 펀드 출시일을 내년 1월 중순경으로 보고 있으며, 대주주인 기업은행 판매채널 등을 통해 주식형, 채권형 등 전통적인 펀드를 중심으로 수탁고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기회에 선진자산운용기법이 국내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 개월 단위로 자산을 운용하고 실적이 나빠지면 바로 회수해가는 국내 자산운용 시스템은 장기적인 주식부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실적이 좋은 기업에 오랫동안 믿고 투자하는 피델리티와 같은 자산운용기법은 국내시장에서도 보고 배울 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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