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산기업 이엠코리아, 폐기물처리기 ‘데이터 조작’ 의혹
[단독] 방산기업 이엠코리아, 폐기물처리기 ‘데이터 조작’ 의혹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0.0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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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A씨 “조작된 데이터 믿고 영업하며 2억원 써... 빚까지 내”
공정위에도 신고... 이엠코리아 “사실무근... 공정위에 해명자료 제출할 것”

최근 기업들의 데이터 조작이 적발되어 논란을 빚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임상실험과 관련된 제약기업들과 해외 유명 자동차 회사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중견 방위산업체 ‘이엠코리아’가 데이터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허위로 조작된 실험 결과로 폐기물처리기를 납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법 위반 신고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자료와 다른 데이터
지난 26일 본지와 만난 제보자 A씨는 “이엠코리아가 생산·판매하는 폐기물처리기의 시험평가 데이터가 조작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A씨는 이엠코리아가 개발한 폐기물처리기의 판매 영업을 하던 인물이다.

폐기물처리기는 미생물을 활용해 음식물이나 폐수슬러지 등을 분해하는 기계다. 이엠코리아는 이 처리기를 개발해 2015년부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3곳의 업체에서 수분을 제거한 탈수 후 상태의 폐기물을 받아 처리한 결과 82%에서 최대 99%까지 감량됐다.

 

이엠코리아 측이 2015년 홈페이지 등에 게시한 자료.
이엠코리아 측이 2015년 홈페이지 등에 게시한 자료.

 

이를 알게 된 A씨는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자료대로라면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폐기물 감량률을 자랑하는 우수한 성능의 제품이기 때문. 이후 A씨는 2015년 이엠코리아와 특판 영업점 계약을 체결하고, 빚까지 내며 2억원 가량을 쓰면서 전국 방방곳곳의 업체들을 다니면서 영업 활동을 했다.

지난 2016년 A씨는 이엠코리아가 폐기물 처리 시험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진 한 중견 제지업체 B사를 방문했다. B사는 앞서 이엠코리아 홍보자료에 나온 폐기물을 처리한 13곳의 업체 가운데 한 곳이다.

A씨는 B사 관계자들이 이엠코리아 측이 B사와 했다는 실험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의혹을 품기 시작했다. 이에 A씨는 B사로부터 폐기물을 받아 이엠코리아에 실험을 의뢰했다. 실험 결과는 기존 이엠코리아의 자료에 나타난 데이터와는 달랐다. 탈수 후 상태에서는 거의 감량이 되지 않은 것이다. 다시 수분이 많은 폐기물로 테스트한 결과 수분 함유율 약 55~70%일 때 수분 함유량 만큼만 감량이 됐다. 사실상 물만 빠진 셈이다.

사라진 홍보자료
실험 데이터 자료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이엠코리아 관계자들에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이엠코리아 관계자들은 “그럴 수도 있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는 게 A씨의 말이다. A씨는 “이엠코리아 경영진이 내부 비리를 신고한 자신에게 자초지종을 듣지도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이엠코리아의 증거 인멸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달 15일 이전에만 해도 이엠코리아 홈페이지에 43개의 홍보용 카테고리와 그에 대한 내용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40개의 카테고리와 내용물이 삭제되고 3개의 카테고리만 남아있다.

이 과정에서 이엠코리아의 홍보자료가 수차례 수정된 점도 의문이다. 2015년부터 쓰인 원래 홍보 자료에는 9개 업체 폐기물의 ‘소멸 감량율(폐기물이 줄어든 비율)’ 옆 비고란에 ‘탈수 후’라고만 적혀 있을 뿐 다른 조건은 없었다.

 

2017년 단서가 붙여 홈페이지 등에 게시된 감량율 자료.
2017년 단서가 붙여 홈페이지 등에 게시된 감량율 자료.

 

A씨가 문제를 제기한 이후인 2017년 상반기부터 이엠코리아는 원래의 자료에 ‘유기물60%, 수분함수율 70%이상 함유 가능’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이어 몇 달 뒤인 2017년도 하반기에는 단서조항이 다시 ‘유기물 50%이상, 수분함수율 75~85% 함유 가능’으로 바뀌었다. 계속해서 조건이 바뀌는 건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라는 게 A씨의 지적이다.

취재과정에서 이엠코리아는 A씨의 주장을 반박하며 관련 자료들을 보내왔다. 이 자료들은 문제의 데이터 원본 자료들이었다. 이 자료를 검사한 검사기관 관계자는 “시험성적서의 일부만 발췌해서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이엠코리아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회사에 악감정이 있는 사람이 허위 신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에 해명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처리기는 국내 군부대에 납품됐으며 영국 프랑스 등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엠코리아는 또 이 처리기를 바탕으로 경기 양평, 경북 영천 등에 대규모 음식물 쓰레기 처리 플랜트 설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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