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줄리 앤 폴', "행복만 가득하길…"
[리뷰] 뮤지컬 '줄리 앤 폴', "행복만 가득하길…"
  • 이지은 기자
  • 승인 2020.0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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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행복만이 가득할 수 있도록."

 

뮤지컬 <줄리 앤 폴>을 본 한 줄 감상평이다. '저 높은 햇살보다 찬란한 당신의 두 눈' '힘들고 지칠 때 나의 손을 잡아'라는 가사 말처럼 따뜻한 응원을 전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극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목소리로 들었던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행복한 감성에 빠뜨린다. 

프랑스 파리의 상징 에펠탑. 현대 어느 건축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위상 높은 건축으로 평가되지만, 과거 에펠탑은 흉물로 여겨졌다는 것. 작품은 에펠탑이 건축되던 시기 1889년 파리를 배경으로 관객을 초대하고, 극에서 주문처럼 외우는 '에펠르 라펠르 디펠르 아무르'(두려움을 이겨내라, 놀라운 일이 펼쳐질 테니)는 곧 아름다운 로맨스로 펼쳐낸다.

실제로 파리를 연상시키는 무대와 소품은 아기자기하다. 배우들의 의상 역시 그렇다. 당장이라도 동화 책이 펼쳐진 듯 그 시대의 의상을 잘 나타낸 것. 주인공 줄리 역의 김주연과 폴 역의 박정원은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에 충실했고 김지민, 정재원, 김아영, 박준후는 1인 다역을 소화하며 관객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지난 2015년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리딩공모에 선정됐던 <줄리 앤 폴>은 2017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우수한 작품임을 인정받았다. 이후 2019년 공연 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에 선정됐고 2020년 업그레이된 버전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 것. 이처럼 극은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여신님이 보고 계셔> <사춘기> <찰리 찰리>를 통해 창작뮤지컬의 자존심을 보여주고 있는 공연제작사 연우무대가 만든 다섯 번째 뮤지컬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 공이 들어간 작품답게 창작진도 화려하다. <엘리펀트 송> <미드나잇> 김지호 연출이 지휘봉을 잡아 <삼총사> 홍유선 안무감독, <광염 소나타> 박지훈 음악감독과 의기투합한 <뱀파이어 아더> 김드리 작곡가의 중독성 강한 음악까지. 극장을 나설 때 넘버를 흥얼거리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자석공장. 여공 줄리는 실수로 자석을 삼켜 버리지만 별다른 이상 증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서커스단 공중 곡예사 폴과 마주하게 되고 그들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폴은 어릴 적 사고로 한쪽 손을 잃어 철제 의수인 왼쪽 손엔 언제나 장갑을 끼고 있다. 삼켜버린 자석 때문에 줄리의 심장은 점차 자석으로 변하게 되고 주변에 철을 가까이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폴은 그녀의 곁을 떠난다.

극의 말미 줄리와 폴은 서로를 향한 사랑을 저버리지 못하고 재회한다. 고소공포증에 걸려 곡예사 은퇴를 선언한 폴이지만, 줄리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300m의 높이 에펠탑에 시공에 참여하는 이야기를 좌충우돌 귀엽게 그린다.

두려움을 이기고 에펠탑에 올라선 폴 처럼 <줄리 앤 폴>은 차근차근 걸어 온 창작뮤지컬의 '산실'과 같다. 앞으로 연우무대가 만들어 낼 창작뮤지컬에 대한 기대감을 만든다.

파리에 울려 퍼지는 마법의 주문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퍼커션, 아코디언 5인조 라이브 밴드로 귀가 즐겁고, 낭만적인 음악은 작품에 힘을 불어넣는다. 환상의 초대 <줄리 앤 폴>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3월 2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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