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연우무대 유인수 대표 "한 번도 쉬웠던 적 없어, 그래도 창작극 만든다" [인터뷰]
극단 연우무대 유인수 대표 "한 번도 쉬웠던 적 없어, 그래도 창작극 만든다" [인터뷰]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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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래식 '첨밀밀', 뮤지컬로 제작 초기 작업 중...



사진 / 이지은 기자


[한국증권신문 조나단 기자] 40년 이상 대학로에서 공연을 올리고 있는 극단은 얼마나 될까? 극단 연우무대는 연극에서부터 뮤지컬까지 다양한 작품 제작과 홍보를 맡고 있는 극단이다.

1977년 당시 국내 문화계의 대다수는 외국의 연극들을 번역해 무대에 올리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연우무대는 그런 상황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가 직접 써서 연극으로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던 서울대 물리학과 연극반 졸업생들이 모여서 만든 극단이다.

처음엔 연극반 단원들의 소모임 형식으로 시작했던 연우무대는 수많은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며 어느 순간 극단의 형식으로 발전하게 됐다. 이후 연극 <날 보러 와요> <해무>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여신님이 보고 계셔> <사춘기> <터키 블루스> <제주 일기> <찰리 찰리> <줄리 앤 폴> 등을 창작·제작해 꾸준하게 무대에 올리고 있다.

본지는 현재 극단 연우무대를 이끌어 가고 있는 유인수 대표를 만나 극단 연우무대의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극단 연우무대는?


A. 자료에도 나와있지만, 1977년 서울대 물리학과 연극반 졸업생들이 만든 극단입니다. 학교를 다니던 당시 연극을 했었고, 졸업하고 지속적으로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번역극을 많이 했었어요. 그렇다 보니까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가 직접 써서 올려보자는 생각이었죠. 처음엔 동호회 형태가 강했었죠. 그런데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문화 혁명'이 시작돼서 그때부터 극단이라고 불릴 정도의 힘을 얻게 된 것 같아요. 당시 우리가 올렸던 창작극들이 어떤 면에 있어서는 사회운동으로서의 역할이 됐었어요. 일부러 그런 작품을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작품의 성격이 문제가 되었던 시기였죠. 검열도 있었고요. 검열 때문에 억압을 받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반항하는 의미를 담은 작품을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때는 우리 나름의 유머였죠. <한씨연대기>나 <칠수와 만수>라는 작품들을 두고 연우무대가 사회적인 어떤 이슈를 가지고 작품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는데, 어떤 문제에 대해서 말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90년대 이후까지 창작극이 많지 않던 시대였기 때문에 창작극을 만들고 있는 연우무대가 한국 연극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죠. 2000년대 들어서는 한국에서도 많은 창작극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연극에서 뮤지컬로 시장이 넘어오기도 했죠. 연우무대 또한 이러한 상황에 맞추어 연극에서 뮤지컬로 넘어왔던 것 같아요.

저는 90년대에 연우무대 배우로 극단에 입단했어요. 처음엔 배우로 활동했었죠. 그러다가 2005년에 제가 연우무대의 대표가 되게 됐죠. 지금은 배우보다 프로듀서로서 연우무대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제가 대표가 된 이후 처음 올린 작품이 <오! 당신이 잠든 사이>라는 뮤지컬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연우무대에게 있어서 하나의 변혁이었기도 했고, 뮤지컬로의 첫 시도였었죠. 저도 대표로서 첫 시험대에 올랐었는데 성공적이었죠. 사실 그때 많은 저항이 있었어요. 연극계에 있어서 연우무대가 가지고 있는 한 부분이 있는데 왜 뮤지컬을 하냐는 것이었죠. 연우무대가 왜 굳이 뮤지컬을 하느냐라는 물음이 많았어요. 당시에 신문에서도 "연우무대도 이제 상업적으로 변했다"라는 소리도 나왔을 정도였죠.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 이런 부분들이 다 뒤집어졌어요. 많은 평론가와 리뷰에서 "연우무대가 하면 뮤지컬도 다르다.", "창작 뮤지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라는 평가를 받았죠. 그 뒤로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고자 했던 것 같아요. 연극 <해무> <극적인 하룻밤>부터 뮤지컬 <사춘기> <여신님이 보고 계셔>등을 제작했죠. 지금까지도 관객분들이 우리 작품을 찾아주고 계시고, 우리 또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앞으로도 저희가 창작극이라는 걸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Q. 초창기 때는 배우와 연출, 작가 등 정말 극단의 형태였던 것 같은데, 지금의 연우무대는 창작 진들만 남은 것 같다.

A. 초창기 때는 동호의 형태였기 때문에 연출진과 작가들만 있었죠. 그 뒤로 작품들을 올리면서 배우진들이 들어왔었어요. 그러한 형태가 계속되어 가다가 제가 대표가 된 이후부터 시스템을 완전히 바꿨죠. 그 형태가 싫었다기보다는 아마추어 이상을 넘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집중하자고 생각했었던 거죠. 우리는 그런 구조가 경쟁력을 가져가기 쉽지 않다고 봤었고, 저 또한 배우라기 보다 프로듀서로서 작품을 개발하고 만드는 일에 집중했었기 때문에 변화를 가져가게 됐었죠. 그래서 작품을 개발하고 거기에 맞게 배우들을 오디션하거나 지속적인 작업을 통해 함께하는 배우들과 프로젝트성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 같네요. 제가 직접 콘택트를 하거나 좋은 작품들이 있으면 그 작품을 만든 창작자들과 협업을 하면서 개발을 하는 식이에요. 초기 개발부터 진행, 프로듀싱을 시작으로 작품을 올리고 유통과 배급까지 맡고 있습니다.

뮤지컬 <줄리 앤 폴>의 한 장면

 

Q. 지금 올라가고 있는 작품, 그리고 혹시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면?

A. 일단 올해는 지금 공연 중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줄리 앤 폴>이 있고,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투어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요. 이런 부분들 빼고는 올해 따로 올라가는 작품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중국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작품들이 있기는 합니다. 영화 <클래식>과 <첨밀밀>을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초기 작업과 기획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고 이르면 21년 혹은 22년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까지는 음악 작업을 끝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Q. 첨밀밀이라면 중국 시장을 노리는 걸까? 최근 영웅 본색도 뮤지컬로 나왔다.

A. 영화 <첨밀밀>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 중이에요. 일단 중국 시장을 목표로 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중국 투자를 먼저 구했고, 이제 국내 세팅을 준비 중인 상황입니다.


Q. 지난해 연우무대는 어떤 한 해였을까

A. 단순하게 2019년의 연우무대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연극 <극적인 하룻밤>이 중국 시장에 안착을 했죠. 그리고 올해도 장기적으로 투어 공연을 준비 중이었거든요. 그리고 <여신님이 보고 계셔>라는 작품도 잘 올라갔고 마무리도 잘 될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첨밀밀>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국 투자 파트너가 생겼던 부분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죠.


Q. 중국은 한 작품이 일정 기간 이상 공연될 수 없다고 알고 있다. 최근 발생한 코로나 19에 불안한 부분들은 없을까.

A. 맞습니다. 사실 지금 글로벌 공연계의 메인 스테이지라고 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대극장 공연들도 짧은 기간 동안 하는 공연들이 생기고 있어요. 투어를 뛰는 작품들이 생기고 있는 시대죠. 중국은 원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주 정도 공연을 올리는 시장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 달 정도 올릴 수 있는 시장으로 발전하게 됐죠. 티켓이 붙는 작품들은 오픈하자마자 한 달 치 공연이 전부 매진될 정도라 정말 큰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우무대 작품들은 하반기에 올라갈 예정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크게 이야기할 단계는 아닐 것 같습니다. 상반기엔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수 있죠. 2월과 3월 공연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부분들은 앞으로의 상황을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대표직을 맡은 이후 가장 힘들었을 때는?

A. 쉬운 적이 없어요.(웃음) 매 순간 힘들었죠. 대표가 된 이후 첫 작품을 했을 때도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연극만 하다가 뮤지컬을 처음 만들게 됐을 때 제작비가 연극이랑 뮤지컬이랑 엄청 차이가 났었거든요. 사람들이 이 작품을 봐줄 때까지 매일매일이 마이너스였어요. 매일 제작비와 돈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죠. 뮤지컬을 하면서 늘 리스크를 안고 가야만 했었습니다. 그리고 배우가 아닌 프로듀서이자 극단의 대표로서 주변의 평가를 받아야 했던 부분들이 많았죠. 지금은 먹방이나 여행이 대중에게 쉽게 그리고 가볍게 다가왔지만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저 스스로는 힘들다 어렵다고 생각은 안 했었는데 당시엔 그런 게 없다 보니 말들이 많았었다고 생각해요. 조금 빨랐다고도 볼 수 있죠. 힘들었지만 재미는 있었어요. 지금의 저는 연우무대의 대표로서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우무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한 장면 / 사진 = 연우무대

 

Q. 창작극의 매력은 뭘까.

A. 장단점이 있어요. 일단 장점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만들 수 있다는 점이죠. 그런데 이게 말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검증이 되지도 않았고 잘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내가 만드는 즐거움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해야 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고 좋다고 생각합니다. 단점은 시장으로써 아직까지 쉽지 않다는 거겠네요.


Q. 10년 이상 공연을 보고 있다. 예전에는 사회 문제를 꼬집는 작품들을 어렵지 않게 봤던 것 같은데 요즘엔 열심히 찾아야 볼 수 있는 것 같다.

A. 작품 적으로는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습니다. 제가 이 안에 있는 입장에서 봤을 때 작품이 많아졌는데, 예전처럼 조금 더 명확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들은 없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야기냐면 고발을 하고 안 하고 그런 부분이 아니라, 지금도 고발하는 작업들은 많아요. 그런데 이걸 전하는 힘이 약해지고 부족해진 거죠. 짧은 시간 안에 지원을 받아서 올리는 작업들이 많다 보니까 게릴라성, 혹은 자기들만의 작업들로 끝내버리는 경향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변화는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는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도 보이고 어떤 면에서는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파급력이 있는 장르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생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극이나 뮤지컬은 사회적 이슈나 강한 파급력을 가진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대다수의 관객들이 원하는 작품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된 거죠.

사진 이지은 기자
사진 이지은 기자

 

Q.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은 없을까?

A. 개인적으로는 아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연극을 시작했을 때가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였어요. 그때 저는 이미 연극이 가지고 있는 힘이 무한하지 않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뮤지컬 혹은 또 다른 장르를 통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봤던 것 같아요. 시대와 사람들은 변화하고 발전해가고 있었어요. 연극이 변해야 할 필요는 없었지만, 앞으로를 바라봤을 때는 또 다른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아쉽다는 생각보다 관객들이 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장르와 이야기들을 찾기 위해서 공부했던 것 같아요.


Q.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A. 사실 제가 기득권이 있던 시대, 틀을 유지하고자 하던 시대를 거쳐왔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이런 틀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다행히도 연우무대는 그러지 않았고, 저도 성향이 어느 한곳에 치우치지 않았죠. 지금도 어떤 선택에 있어서 많은 회의를 거쳐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말을 하면서 시대에 맞게 변화해가고 있고, 변화해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연극이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지만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다면 그게 또 다른 정답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했던 장르들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누군가는 서운해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 수 있겠지만, 우리는 멈춰있지 않잖아요. 세상은 변하고 있고 우리는 걸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 시대의 흐름에 맞춘 작품을 찾아야 하고 그런 작품을 만들고 개발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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