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보다 예외가 지배하는 시장
원칙보다 예외가 지배하는 시장
  • 신동민 기자
  • 승인 2004.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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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사법시험 2차 발표가 있어 신림동 고시촌에 간 적이 있다.여전히 합격자 발표가 있는 날이면 그랬듯이 신림동 고시촌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으며 며칠간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합격한 고시생은 합격주를, 낙방한 고시생은 눈물주를 저녁부터 시작해서 새벽까지 여기저기서 고시생들의 한해 애환을 마시고 있었다.일관성 없는 시험제도나 신분상승의 장으로 삼고 있는 고시생들의 의식으로 인해 나이 많은 고시생들이 아직 고시촌에 남아 공부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이런 장수 고시생들 중에서 의외로 주식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이들 고시생들이 일반 투자자와 다른 점은 법 공부대신 독서실에서 주식관련 서적을 다독하고 분석하여 상당히 주식에 관한 지식을 갖춘 준전문가가 많다는 사실이다.그래서 그런지 주식에 대해서도 법의 학설처럼 자신의 견해를 가지고 주식에 대한 자신만의 기술적 분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로 주식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지만 주식으로 수익을 냈다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일부는 실전투자대회나 모의투자대회에서 우수한 수익률을 내어 증권회사로 스카웃되거나 전문 주식투자자로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직업고시생으로서 주식투자를 하다 보니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다.이에 대해 주식하는 한 고시생은 “의대나 다른 학과의 경우 사회에서 학과와 관련된 자격증이나 전문성을 인정받는 경우가 많지만 법대의 경우는 졸업해도 약 3%정도만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법조계에 진출하고 나머지 97%는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식도 소수의 개인 투자자들만이 큰 수익을 내지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법대의 경우처럼 원리원칙대로 투자해도 원칙보다 예외가 많은 시장인 것 같다”면서 그 어려움을 토로했다.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시장 감시자들의 관리 소홀과 투명하지 않은 기업 경영, 주가조작 등 많은 부정으로 인해 주식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기관투자자와 큰 손실을 입고 떠난 개인투자자들의 빈자리를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지금의 주식시장은 우량주나 저평가된 소수의 주식만이 외국인에 의해 매매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나 홀로 장으로 전락하고 있어 정부나 증권업계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사모펀드, 연기금 투자, 비과세혜택 등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정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미 투자여력을 잃은 개미 투자자들이 다시 주식시장에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정책들이 과연 내년 주식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상승세를 이룩할 것인지는 의문이라면서 현재의 주식 활성화 정책이 결코 찬란한 장미빛이 될 수 없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물론 이러한 정책들이 중·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비관적이라는 것이다.현재 국회에는 민생경제 관련 법안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으나 정당의 이익과 관련 단체들의 이익을 위해 법안 통과를 뒤로 미룬 채 서로 자기 이익 챙기기에 바쁜 국회 일정을 보내고 있어 매년 해왔듯이 하루에 몇 백개 법안을 무덕이로 처리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이제 국회에서는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주식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안에 대해 관련단체의 이익을 떠나 초당적으로 협력하여 예외가 아닌 원칙이 통하는 주식시장의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법안 정비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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