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앞둔 권광석 우리은행장, 꽃가마 아닌 가시밭길 '예고'
취임 앞둔 권광석 우리은행장, 꽃가마 아닌 가시밭길 '예고'
  • 오혁진 기자
  • 승인 2020.0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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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

다음달 취임을 앞둔 권광석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의 어깨가 무겁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뿐만 아니라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비밀번호 도용 사건에 대해 은행에도 책임을 묻는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17일부터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인근에 위치한 우리은행 연수원 임시집무실로 출근한다. 권 내정자의 임기는 다음달 24일 정기주주총회로부터 1년이지만, 이례적으로 한 달 정도 일찍 출근해 직원들로부터 중요한 업무를 보고받고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권 내정자가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이유는 2018년부터 2년간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로 지내면서 외부에 있었던 만큼 하루라도 빨리 업무를 익히고 임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권 내정자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는 최근 우리은행이 타 시중은행에 비해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DLF 사태의 경우 손 회장이 오는 3월 주총 전에 감독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계획을 세웠고 과태료 부과 규모도 대폭 감경되면서 우리금융 앞에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달 12일 정례회의에서 우리은행에 190억원 수준의 과태료 부과를 의결했는데, 이는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액수(230억원)보다 대폭 줄어든 수준이다.

라임 불완전판매 의혹 여전

문제는 해결해야하는 과제가 많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 불완전판매 의혹과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 등으로 우리은행에 대해 징계할 방침이다.

금감원이 최근 발표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의 자펀드를 총 3577억원어치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순이었다.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금융사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가입하는 과정에서 손실 가능성이나 투자성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불완전판매’를 일삼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이달 7일까지 금융감독원에 신청된 분쟁조정은 은행 150건, 증권사 64곳 등 총 214건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사태에 대해 펀드 운용과 설계를 담당한 라임자산운용, 신한금융투자 뿐만 아니라 펀드 판매사들에 대한 불법 행위가 확인된 만큼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분쟁조정2국, 민원분쟁조사실, 각 권역 검사국이 ‘합동현장조사단’을 구성해 다음달 초 사실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또 오는 4월부터 5월까지 내외부 법률자문을 통해 사기 및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 등 피해구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객 비번 도용 사건...은행사 제재 가할까?

금융감독원은 이달 내로 우리은행의 휴면계좌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우리은행 일부 직원들은 2018년 1~8월 영업점 내 공용 태블릿 PC를 이용해 스마트뱅킹 비활성화 고객 계좌의 임시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변경하고, 활성계좌로 전환했다. 스마트뱅킹 비활성화 고객이란 사용자 비밀번호가 미등록된 상태로 1년 이상 경과된 고객을 의미한다.

우리은행 일부 직원들은 고객이 사용하지 않던 계좌가 비밀번호 변경만으로 활성화하면 새로운 고객 유치 실적으로 잡힌다는 점을 악용해 이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법 행위가 있었던 영업점은 총 200곳이며, 무단 도용에 가담한 우리은행 직원 수는 313명이다. 비밀번호를 변경한 건수만 39463건으로 무려 40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비번 무단 도용 사건을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리기 위해 추가 검사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해당 건을 검찰에 넘겨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아울러 우리은행의 실적 압박이 직원들의 이랄 행위로 이어졌다고 보고 은행에 대한 기관 제재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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