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에 눈멀어 인간임을 포기한 父
'보험금'에 눈멀어 인간임을 포기한 父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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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줄 알았던 아들, 알고 보니 父가 때린 둔기 맞아 사망
재판부 "유족 보호 위해, 피고인 사회서 격리해야 할 필요성"
사진 뉴시스
사진 뉴시스

 

지난해 임실군 성수면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그 시신은 발견 당시 백골 상태였다. 경찰은 현장을 수습했고, 해당 시신이 현장에서 160km 떨어진 목포에 살고 있던 지적장애를 가진 청년(당시 20세)이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국과수 검사 결과 그는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맞아 두부 손상으로 사망했다. 또한 신경안정제·우울증 치료제 등 치사량의 약물 3가지가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청년에겐 무슨 사연이 있을까? 

2019년 9월 19일 임실군 성수면 월평리 농로 인근을 지나가고 있던 행인은 길가에 쓰러져 있는 철제함을 발견했다. 당시 철제함은 두 개가 포개져 있었다. 행인은 철제함을 발견하고 나서 기함했다. 아래쪽에 있던 철제함에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행인은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9월 초 임실에는 폭우가 쏟아져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범행 흔적 대부분이 사라진 상태였다. 당시 경찰은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요청했다. 국과수 측은 "해당 시신의 사망 원인은 두부 손상이었으며, 이외에도 신경안정제·우울증 치료제 등 치사량의 약물 3가지가 검출됐다"라고 발표했다. 또한 해당 시신이 현장에서 160km 떨어진 목포에 살고 있던 지적장애를 가진 A 씨라는 걸 파악했다.

경찰은 A 씨의 가족 B 씨를 '유족' 신분으로 참고인 조사했었다. B 씨는 약 8년 전 A 씨의 어머니를 만나 사실혼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조사 결과 B 씨는 부동산 중개업과 화물차 기사를 한다고 알려졌지만, 고정된 직업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차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임실에 간 사실이 없고, 아들은 가출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 A 씨 어머니는 아들이 숨진 지 이틀 뒤에 실종 신고를 했다.

그럼 A 씨는 어떻게 목포에서 임실까지 갔을까? 정답은 주변 CCTV에 있었다. 경찰은 조사 중 B 씨의 승용차가 임실 인근을 지나고 있는 모습이 담긴 CCTV를 발견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9월 24일 B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2차 심문에 들어갔고, '당시 조수석에 누군가 타고 있었다'라고 하자 B 씨는 "(아들은 태운 적 없다) 무전여행 중이라는 남자를 태웠다가 내려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임실에는 태양광 사업 부지를 물색하러 방문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해 10월 4일 B 씨를 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그는 검찰에 송치된 뒤에는 아예 입을 닫았다.

그러나 검찰은 범행 당일 도로 CCTV를 모두 확보해 분석한 결과 B 씨가 의붓아들 A 씨를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B 씨 승용차 조수석에 탔던 남성이 자신의 의붓아들 A 씨인 것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B 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꾸민 것으로 보고 지난해 10월 18일 B 씨를 재판에 넘겼다. 조사 결과 B 씨는 범행 전 A 씨 앞으로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 보험금은 약 4억 원이다. 수익자는 법정 상속인인 어머니 A 씨였지만, 검찰은 B 씨가 자신의 아내를 정신적으로 통제해 온 정황을 토대로 B 씨를 사실상 수익자로 봤다. 여기에 더해 B 씨는 범행 전날 상조회사와 장례 절차를 상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앞서 사기·존속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실형을 3차례 살았다. 2011년에는 제주에서 5년 가까이 행방불명된 전 동거녀의 예금과 보험금을 받기 위해 인감증명 등을 위조·행사한 혐의(사문서 위조·행사)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B 씨는 이 과정에서 보험사 등에 행방불명된 동거녀처럼 행세하거나 또 다른 여성에게 '회사에서 전화가 오면 동거녀인 것처럼 받아 달라'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당시 경찰은 동거녀의 실종과 B 씨의 연관성을 의심했지만, 증거는 못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 당일 피고인 행적 ▲ CCTV 영상 속 남성 인상착의가 피해자와 같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옷에서 혈흔 반응이 나온 점 ▲지적장애 2급 장애를 가진 피해자가 주거지에서 160㎞ 떨어진 임실까지 갈 이유가 없는 점 ▲거액의 사망보험에 가입한 점 등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4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노리고 동거녀의 지적장애 아들을 살해한 뒤 유기한 피고인의 범죄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중대한 범죄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는커녕,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이 사건으로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피해자 어머니가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유족 보호를 위해서라도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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