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정욱진, "원석 찾은 행복→힐링 받아 가세요"
[인터뷰②]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정욱진, "원석 찾은 행복→힐링 받아 가세요"
  • 이지은 기자
  • 승인 2020.0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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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마다 '순호' 캐릭터 새로운 시도
"서로 힐링 받고 더 행복했으면"

해당 인터뷰는 앞서 진행한 [인터뷰①]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정욱진 "순호행 막차, 꼭 타야 했던 이유"와 이어지는 인터뷰 입니다.

 

 

 

극 중 형에게 더럽다며 뿌리치는 순간, 눈앞에서 형의 죽음을 목격하는 순호다. 순호에게 형은 어떤 존재였는지에 관해 묻자 정욱진은 "엄마이자 아빠. 제가 봤을 때 순호는 부모님과 생활한 지 꽤 된 거 같다. 전쟁 속에 도망 다니고 형과의 관계가 전부였을 거 같다"는 막힘없는 대답. 그는 "나 때문에 형이 죽는 걸봤기 때문에 미칠 정도로 트라우마가 확 온 거다. 그 마음은 가늠이 잘 안 된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부모님의 입장에서 자식을 먼저 떠나보냈을 때만큼 엄청나게 큰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본래 경계선을 타고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는 방법을 선호한다던 정욱진. 그렇다면 순호는 어떻게 완성했을까. 그는 "연습실에서 만들고자 한 순호는 트라우마가 심한 사람으로 제 욕심이 강했다"는 정욱진의 표정은 진지했다. 몇 초간 골똘히 생각하던 그는 "대본에서 이미 순호는 제정신이 아닌 아이로 쓰여있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적군이 무전기를 갖다주면서 고쳐달라고 하면 당연히 알 텐데 말이다. 결국은 순호의 행동이 연기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의 상태를 눈에 띄지 않고 극단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작품이 깨지지 않을 한도 내서 끌어올려 가장 아픈 친구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때문에 같은 역의 정휘한테 잔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민망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욱진의 신념은 강했다. 연습 막바지, 리허설 때까지도 '왜 이렇게까지'라는 말을 들었다는데, 그를 동요하게 만든 건 '보여주세요' 넘버였다. 정욱진은 "너무 가버리면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거 같더라. 어느 정도의 지점을 찾다 보니까 지금의 순호가 된 거 같다. 크게 정신만 아픈 친구로 연기하고 있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제가 생각하는 순호는 굉장히 밝은 아이에요. 귀엽지만 상처받은 강아지가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치유 받는 느낌이랄까... 극 초반에 영범이 악몽 때문에 잠을 못 자는 순호를 위해 불러주는 노래가 있어요. 그때 나오는 아이 목소리를 들으면 제 어릴 적이 생각나요. 부모님이 제게 불러주는 노래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정욱진은 작품의 넘버 중 '그대가 보시기에 Reprise'(리프라이즈)를 할 때 가장 즐겁다고 했다. 그는 "연기지만 모두가 순호의 말이 바르다고 해주니까, 기분이 좋다. 전쟁이 벌어지는 환경 속에서 처음 자신으로 인해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순호의 트라우마가 빠르게 치유된 거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모든 것을 압축하고 있는 넘버로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꼽았다. 정욱진은 "이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노래할 때마다 가사가 순호의 마음을 대변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특히, '꿈이 아파서 잠들지 못하는 밤' '작은 숨소리마저 아려와' '미움도 분노도 괴로움도 다 사라질 거야' 가사 말을 여신님의 *아가페(기독교 즉, 종교적으로 무조건적 사랑, 인간의 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 )적인 사랑에 비유했다.

모태신앙 기독교인이라 밝힌 정욱진은 "자신이 믿는 신이 여신님"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극단적으로 힘들 때 종교나 의지할 곳을 찾게 되는데, 우리 작품이 조금은 종교적 색을 띠는 이유 같다. 처음에는 여신님을 믿는 척 거짓말을 하지만 나중에는 각자 자신들만의 여신임을 찾게 된 게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 <시데레우스>, <너를 위한 글자>, <이토록 보통의>, 드라마 <시크릿 부티크>까지. 바쁘게 지내온 정욱진에게 에너지 원동력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생각보다 정말 많이 쉰다. 작품의 연습 기간만 겹쳤지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 좋은 편이다. 최근에는 요리에 재미를 붙였다. 백종원 선생님 유튜브에 빠졌는데, 프라이팬 요리를 할 때 불맛을 내는 방법이 신기하더라"고 말한 그에게 자신 있는 음식을 물어보자 수줍게 "파타이, 김치찌개, 두부김치"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2011년 데뷔, 9년 차 배우다. 올 한해 목표에 대해 정욱진은 "요즘 만성피로를 느껴서 건강해지고 싶다"며 "워라벨을 잘 유지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공연하고 있을 때, 커튼콜을 끝내고 마이크를 뗄 때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는 정욱진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배우들도 신나게 임하고 있고 관객들도 행복해하시는 게 잘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한 공간에서 함께 한다는 게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바쁘시겠지만, 지나간 욱진 순호는 돌아오지 않으니 시간 내서 보러 와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남은 공연에서도 서로 힐링 받고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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