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뮤지컬배우 정욱진 "순호행 막차, 꼭 타야 했던 이유"
[인터뷰①] 뮤지컬배우 정욱진 "순호행 막차, 꼭 타야 했던 이유"
  • 이지은 기자
  • 승인 2020.0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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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원석같은 작품"
"욕심났던 역할, 참여 자체가 의미 있다"

"10대 순호를 연기하고 있는 30대 정욱진입니다." 

필연. 틀림없이 '꼭'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올해 여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순수한 북한군 류순호 역할을 맡은 정욱진의 이야기다. 지난 2012년 작품의 리딩에 참여한 계기로 쇼케이스 무대에 오를 뻔했으나 어긋났고 2013년 진행된 오디션마저 낙방했다는 사실까지. 시간이 지난 지금 필연처럼 작품을 다시 만난 정욱진을 지난달,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첫 질문으로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정욱진은 "순호 역할을 연기한 배우 중 자신이 가장 최연장자다. 막차를 탄 느낌이다"고 부끄러운 미소를 띠었다.

정욱진은 류순호를 '귀여운 사람'으로 정의했다. 그는 "순호는 형도 죽고 가족이 없기 때문에 기댈 곳 없는 인물이다. 안쓰럽더라. 길에서 비를 맞고 있는 버려진 유기견"이라고 인상했다. 귀여운 강아지가 무인도에 갇힌 사람들과 여신님이라는 존재를 통해 치유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선한 마스크 때문일까. 이전 시즌에서 이미 순호를 했을 거라고 착각할 정도다. 정욱진은 "목소리 톤도 그렇고 주변에서 선한 느낌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착한 역할도 많이 했었는데, 저도 배우인지라 다른 분야에 도전 의식이 생겼다"며 이야기를 시작한 그는 "<더 데빌>, <트레이스 유>, <쓰릴 미>, <네버 더 시너> 나쁜 캐릭터를 맡아 즐거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윤)소호가 순호 역할을 했을 때 공연을 봤었어요. 재미있더라고요. 순호라는 캐릭터가 자유롭고 매력적이라서 연기하는 배우도 즐거울 거 같았죠. 그래서 욕심났던 역할이에요. 지난 시즌을 제안받았을 때 못해서 이번 참여에 의미가 커요."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대한 첫 느낌을 원석으로 표현한 정욱진은 앞서 언급했듯 신인 시절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그는 "작품 자체가 원석이다.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을 만나 기쁘다"고 웃었다. 

같은 역할을 맡은 정휘, 박준휘, 펜타곤의 진호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정욱진은 "정휘랑은 <이토록 보통의>때부터 죽이 잘 맞았다. 얼마 전 엠티도 같이 갈 정도로 대화가 잘 통하는 동생이다. 순호 역할은 답이 없다는 연출님의 말씀에 연습할 때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봤다. 제 욕심이 과해 보였는지 (정)휘가 잔소리를 했지만 도움이 됐다"는 고마운 인사를 전했다. 

이어 그는 "진호나 (박)준휘는 기본적으로 소년 미 넘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순호 대사의 느낌을 두 친구의 연기를 보면서 다음 장면으로 나가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느끼고 많이 배웠다"고 답했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남한군이 북한군을 호송해 가던 중 기상 악화로 인해 배가 뒤집혀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난 2011년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 극은 2012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 최우수작 등 5개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이다. 스타덤에 오른 진선규, 이규형을 비롯 조형균, 정원영 등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모든 배우들이 거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근 창작 뮤지컬 신작에 연이어 참여했던 정욱진은 "몇 번 공연했던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더라. 창작의 즐거움이 있지만 어느 정도 지치기도 했는데, 기다리던 작품을 만나게 된 거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어 그는 "몇 번 해온 완성된 공연에서 제가 연습하고 만들어내는 인물 연기를 하고 싶었다"며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창작물이지만, 이미 관객과 관계자들에게 검증이 된 작품이 아닌가. 박소영 연출님과는 이전에 <차미:리부트>에서 처음 작업했는데 굉장히 즐거웠고 좋은 기억이었다"고 반가움을 보였다.

"함께 참여하는 배우를 들었을 때, 평소에 같이 해보고 싶었던 배우도 많았어요. <이토록 보통의> 총 다 섯명 중 세 명(성두섭-최연우-정휘)이 하기로 해서 반가웠죠. (이)예은이는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상 받았잖아요. 축하합니다.(웃음) 제가 제안을 가장 늦게 받았어요. 순호 역할을 하기에는 나이도 많고 지난 시즌 때 못했기 때문에 안 불러주실 줄 알았는데, 불러주셔서 감사했죠. 사실 여러 번 했던 작품이기에 부담되지만, 제 개성을 넣을 수 있는 작업이라 더 재미있게 느껴져요. 무엇보다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고 막차를 탄 기분이라 아슬아슬 하지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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