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왕용범 연출 "영웅본색, 형제의 갈등 보여주고 싶었어"
[인터뷰] 왕용범 연출 "영웅본색, 형제의 갈등 보여주고 싶었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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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본색>이 연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뮤지컬 <영웅본색>은 홍콩 느와르의 시초이자 정점으로 꼽히는 동명의 영화 1편과 2편을 각색한 작품으로, 의리와 배신이 충돌하는 홍콩의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송자호, 송자걸, 마크라는 세 명의 인물의 서사를 통해 진정한 우정, 가족애와 같은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담아냈다. 

본지는 <영웅본색>의 연출을 맡은 왕용범 연출과 인터뷰를 통해 이번 작품의 시작과 그가 생각하고 있는 뮤지컬 <영웅본색>을 들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Q. 영화에서 뮤지컬로, 홍콩 반응은?

A. 사실 처음 뮤지컬로 만든다고 했을 때 원작자들에게 어떤 작품이라고 설명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처음엔 모두들 영웅 본색을 뮤지컬로 만드는 것에 관련해 의아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대본과 음악을 만들어 먼저 그들을 설득해야 했다. 어떻게 생각해보자면 그들 또한 새로운 시도를 한 거나 마찬가지다. 예전의 콘텐츠를 무대에 올리지만 지금 올라가는 뮤지컬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시대가 다르니 2020년의 영웅 본색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영화의 1-2편의 판권을 받아왔다. 그렇게 준비해서 이 무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투자자분들이 공연을 보러 와서 자기들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때 참고해도 되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호응이 온 상태다. 그리고 가장 큰 반응을 보인 건 일본이나 홍콩이 아닌 라스베이거스다. 한국에서 초연하는 이번 작품을 놓치면 올해는 라스베이거스로 가야 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미국 또한 비디오 문화를 거쳐왔기 때문에 호응이 남다른 곳이었다.


Q. LED 패널을 많이 사용했다. 어려웠던 점은 없을까?

A. 일단 이번 작품의 배경을 LED 영상으로 꾸민 이유부터 말해야겠다. 이번 작품을 처음 구상하고 작품에 대한 콘셉트를 잡으면서부터 홍콩은 빛의 도시라는 콘셉트를 잡았었다. 그래서 LED 영상을 쓰는데 고민이 없었다. 다만 LED 영상 등을 통해 제약된 공간의 템포를 없애고 영화 같은 장면 전환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작품의 무대를 만들 때보다 돈이 더 들어간 부분들이 있다. 전압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주위의 전력을 끌어와야 했을 정도다. 처음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분들이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고퀄리티의 화면과 화질을 구현 중이다. 새로운 시도를 했기 때문에 낯설어하고 불편한 관객분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뮤지컬의 새로운 시도로 봐줬으면 좋겠다.


Q. 1막과 2막,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구성이다.

A. 나는 영웅 본색을 형과 동생의 갈등으로 봤다. 사느냐 죽느냐를 앞에 두고 갈등을 하는 두 형제의 모습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형의 입장과 동생의 입장에서 이번 작품을 말하고 싶었다. 형도 형만의 이유가 있고 동생 또한 동생만의 이유가 있다. 이번 작품은 이들의 시점을 달리게 사건을 보게 함으로써 관객들이 두 사람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싶게 만들려고 했고 그런 노림수가 잘 통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의 이들이 화해하는 모습에 관객들이 다른 부분들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누아르 본연의 멋이 없다는 평도 있다.

A. 사실 홍콩에서 시작된 정통 누아르를 뮤지컬이란 장르에 넣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러던 중 강한 드라마에 장점을 발견하게 됐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 속 대사들을 최대한 노래로 표현하려고 했다. 장국영의 히트곡들을 녹여내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리고 조금 더 액티비티 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춤 씬도 많이 넣었다. 어떤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부족할 수도 있지만 한 편의 축제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줬으면 했다.


Q. 마지막 엔딩 장면이 유독 눈에 띈다.

A. 마지막에 자호가 수갑을 차고 자걸과 함께 자수를 한다. 그 수갑이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이 길을 걸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형제의 뒷모습이 씁쓸하고 허무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부분들을 관객분들도 느껴줬었으면 했다.

이 작품은 시작한 지 이제 2년이다. 2살이나 마찬가지다.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지킬앤하이드나 오페라의유령에 빗대어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 이야기를 쌓아온 작품과 이제 시작하는 작품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점점 더 나아지고 완벽해질거라 생각한다. 사실 이번 작품은 창작 뮤지컬에다 초연인 작품이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없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작품은 투자자를 찾는 것부터 어렵고, 같이 공연을 하겠다는 배우들도 찾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유준상 선배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유준상 선배가 정말 엄청난 스타인데, 내가 이런 작품이 있다고 같이 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작품에 참여해주신다.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앞서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을 할 때도 그랬고 이번 작품 또한 많은 관객분들이 즐겨줬으면 좋겠고 해외에 많이 수출됐으면 좋겠다.


Q. 많이 어려웠을까

A. 아무래도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우선시 되는 게 투자자를 구하는 거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이끌어내야 그때 작품이 시작될 수 있다. 이번 작품은 약 7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그걸 움직일만한 신뢰가 있어야 했다. 정말로 운이 좋게도 내가 그동안 맡아왔던 작품들이 다 좋은 성적을 냈었고, 관객들의 반응 또한 좋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구할 수 있었다.


Q. 유준상 배우와의 인연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A. 정말 신뢰하고 있는 배우다. 15년인가 20년 전쯤에 처음 봤었다. 그때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내 무대에 저런 배우가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삼총사>라는 작품을 할 때 아토스를 맡아달라고 부탁했고, 잭 더리퍼, 프랑켄슈타인 때도 같이 작품을 해달라고 부탁했었다. 이번 작품은 잭 더리퍼라는 작품을 할 때 이런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같이 해주시면 어떠겠냐고 물어봤었던 작품이다. 그때의 말이 현실이 돼서 이 무대 위에 서있는 선배를 바라보면 정말 행복하다. 그리고 정말 성실하고 어떻게 보면 정말 짖궂은 선배다. 왜냐하면 대사를 제일 먼저 외워온다. 연습이 시작되면 대본도 읽지 않고 다 외워서 연습을 이끄니까, 밑에 배우들 또한 대본을 다 외워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만큼 더 큰 시너지가 쌓이고 끝이 다 좋게 끝난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부분들이 더 크게 느껴졌고 배우들 간의 우정도 싹트게 됐던 것 같다.


Q. 극단은 아니지만 어떤 작품을 맡을 때마다 유준상 배우처럼 함께 하는 배우들이 있다. 일종의 크루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A. 일단 다른 부분을 다 떠나서, 무대에 올라가는 배우들을 선택할 때 제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하고 소화할 수 있는 배우들을 선택하는 것 같다. 일단 성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는 데 있어서 적지 않은 티켓값을 지불한다. 만약 세 명의 관객이 같이 공연을 보러 온다고 치면 수십만 원이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무대에서 혼이 없는 배우들의 모습이 보인다면 어떨 것 같나.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배우들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신선한 얼굴이라 하면 이장우 배우가 있다. 드라마를 할 때부터 눈여겨봤던 배우였다. 마침 노래하는 걸 즐기고 뮤지컬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라. 보다 능숙한 친구들도 많았지만, 이 작품에서만 발산할 수 있는 순수함이 있었다. 자걸이란 역할을 맡았던 장국영처럼 풋풋한 느낌이 있어서 그를 선택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뮤지컬로 돌아온 최대철 배우 또한 오디션에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줘서 마크 역에 캐스팅했다.


Q. 자걸, 자호, 마크 세 배역 중에 가장 끌리는 캐릭터가 있다면?

A. 사실 딱 누구라는 건 없는 것 같다. 마크라는 캐릭터는 세 명의 인물들 중에서 가장 자기 속마음에 솔직한 사람이고, 자호는 인내하고 있는 사람이다. 자걸은 보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지만 그 나름의 상처를 받아왔고, 상처 입은 사람이다. 가장 끌린다기 보다 이해가 되는 캐릭터는 자호다. 나도 장남으로 살아왔고,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그렇다 보니 가족을 이끌어야 했고, 그래서 자호의 마음이 가장 빠르게 이해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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