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미중무역갈등 미봉…한국에 불 역풍은?
[이원두 경제비평] 미중무역갈등 미봉…한국에 불 역풍은?
  • 이원두 고문
  • 승인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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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심화시켜 온 미중간의 무역마찰이 ‘1단계 합의’에 서명함에 따라 일단 고비를 넘긴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앞뒤 사정을 정밀하게 살펴보면 결코 낙관만 할 수 없다는 점이 부각 되는 것 역시 숨길 수 없다. 이번 합의의 중요 내용은 중국이 앞으로 2년 동안 대미수입을 1,5배, 2천억 달러로 확대함과 동시에 지적재산권 보호와 외화 규제완화 등 7개 항목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제재관세 일부를 2월부터 인하하기로 했다.

그러나 무역마찰을 유발한 근본 요인인 중국의 산업정책, 다시 말하면 국가자본주의체제 개선은 중국측이 거부한 점, 이에 대해 미국 역시 중국제품 70%애 대한 제재관세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불씨로 남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무역질서가 경제강국의 관리체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가 미국의 비협조로 유명무실해진 지금 중국이 정책적으로 대미수입을 확대하는 자체가 세계시장을 그만큼 좁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1980년대 일본과의 무역마찰을 ‘힘으로 밀어붙여’ 미국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한 이래 두 번째가 되지만 그 임팩트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고 충격적이다.

한가지 예를 들면 중국이 미국 대두를 대량 수입할 경우 그동안 대두재배를 국책으로 장려했던 브라질이 시장을 잃음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대두값 폭락을 유발하게 된다. 또 액화천연가스(LNG)역시 그동안 호주에서 수입해 온 중국이 미국으로 수입 선을 바꿀 경우 호주경제도  타격을 면할 수 없다. 중국이 수입확대 2천억 달러 가운데 공산품이 7백77억 달러로 30%가까운 규모다. 공산품은 우리의 대중국 수출 주력 종목임을 생각할 때 ‘역풍’의 강도를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2년간 2천억 달러 규모의 추가수입을 중국경제가 과연 감당할 수 있느냐 여부다. 중국은 현재 미국의 3분의 2 정도인 국내총생산(GDP)규모를  2030년에는 세계 1위로 끌어 올린다는 야심찬 경제계획을 전개하고 있으나 속 사정을 살펴보면 결코 낙관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성장률의 둔화. 중국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19년 실질 GDP는 전년 대비 0.5%포인트 낮은 6.1% 성장에 그쳤다. 이는 톈안먼 사태 여파가 심각했던 1990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미국의 추가관세 영향으로 수출은 전년 대비 0.5%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이런 지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 국내소비력의 감퇴다. 14억 인구를 자랑하는 세계최대 시징으로 꼽히는 중국도 이른바 ‘한 자식 정책’(少子政策)으로 젊은 층의 감소가 뚜렷해지고 있다.최근 3년 동안 18~30세 청년층이 3천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1999년 출생자는 1990년 출생자의 절반 수준인 1천 4백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젊은 층의 감소는 휴대전화,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고 생필품 소비감소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2019년의 신생아 출생은 전년 대비 58만 명이 준 1천 4백 65만 명이며 출산적령기 여성도 2025년까지는 약 40%나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는 등 인구대국 중국 역시 인구감소가 현실로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총인구 대비 생산인구 비율도 2010년의 75%를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 커브를 그리고 있다. 이로 인해 ‘부자가 되기도 전에 먼저 늙는’(未富先老-미부선로)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벌였던 1995년 1인당 GDP가 미국의 1.5배였던 반면 지금 중국은 미국의 7분의 1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과연 미국과 약속한 2천억 달러 추가 수입이 순조로울지 의구심을 품게하는 대목이다. 경제가 급속하게 팽창한 과정에서 중국의 사회보장 재정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공적연금 적립금이 2035년이면 바닥을 들어낼 것이라는 것이 중국사회과학원의 예측이다. 여기에 기업이 늘어나는 것만큼 고용이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도 중국경제의 약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대 경제 강국이 자국이익을 위해 이른바 ‘관리무역체제’를 굳혀나간다면 글로벌 경제의 강점이자 약점인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훼손하거나 왜곡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일본의 반두체 소재 부품 수출견제로 양국경제계가 겪고 있는 홍역을 생각할 때 서플라이 체인 훼손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미중 무역전쟁의 미봉이 몰고 올 장기적인 역풍에 대비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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