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혐오발언’ 이해찬에 장애인단체 “사퇴 촉구”
‘장애인 혐오발언’ 이해찬에 장애인단체 “사퇴 촉구”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0.0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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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반복되는 장애 혐오 발언 이제는 용납할 수 없어”
여권, 반복되는 이 대표 구설수에 총선 악영향 우려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 혐오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앞서 장애인·이주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던 바 있어, 이 대표의 ‘입’이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매번 반복되는 장애 혐오 발언을 이제는 용납할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장총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대중의 뭇매를 맞은 이 대표가 또 다시 이러한 발언을 한 것에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며 “장애인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발언을 되풀이하는 원인은 근본적으로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인식부족의 문제”라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정치지도자가 매년 되풀이하는 것은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의 발언은 더불어민주당이 4월 총선을 대비해 영입한 척수장애인 최혜영 교수에 대해서도 분명한 모욕이며, 250만 장애인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한국장총은 “되풀이되는 사과문은 진정성 없는 형식적인 사과일 뿐, 이제는 용납할 수 없다”며 이해찬 대표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과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장애인 관련 발언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과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장애인 관련 발언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이해찬 대표는 15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씀’에 출연해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나와서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어 의지가 강하다고 들었다”고 발언해 장애인 혐오 발언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유튜브 방송은 녹화본이었음에도 이 대표의 문제 발언이 편집되지 않고 고스란히 방송됐다.

이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의 ‘1호 영입 인재’이자 24살 때 빗길 교통사고로 척수장애를 갖게 된 최혜영 강동대 교수를 ‘칭찬’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대표가 선천적 장애인을 근거 없이 의지박약한 존재로 깎아내린 데다 후천적 장애인의 장애 발생 이전을 ‘정상적’이라고 표현해 장애인의 삶을 ‘비정상’으로 규정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영상을 내렸다. 이 대표는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했는데, 이런 인용 자체가 많은 장애인분들께 상처가 될 수 있는 부적절한 말이었다. 장애인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라고 사과했다.

문제는 이 대표의 이런 ‘설화’가 자주 반복된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12월 이 대표는 찐딘중 베트남 경제부총리와 회동한 자리에서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많이 하는데, 다른 나라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해 ‘부적절한 발언’, ‘외교적 결례’라며 강도 높은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이 발언 이후 3주 뒤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도 이 대표는 또 문제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정치권에서 말하는 걸 보면 저게 정상인처럼 비쳐도 정신장애인들이 많다. 이 사람들까지 포용하긴 힘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장애인 여러분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사과했다.

그보다 앞선 2018년 11월 이 대표는 “지난 40~50년 동안 필리핀에서는 제대로 된 지도자가 나오지를 못했다”며 “마르코스라고 하는 독재자가 필리핀을 통치하는 바람에 제일 잘살던 나라에서 제일 못사는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민주화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필리핀 정부와 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이 대표의 구설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9일 경력단절을 딛고 사법시험을 통과한 홍정민 변호사를 총선 ‘인재영입 6호’로 입당시키며 “제 딸도 경력단절이 있었는데 그 뒤에 열심히 뭘 안 한다. 홍 박사는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오셨다”고 말했다. 이는 여성의 경력단절 원인을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으로 현실과 괴리된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의 잇단 설화로 인해 민주당 안팎에서는 4월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의 베트남 발언 이후인 지난 2019년 1월,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jtbc 정치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해 “한마디를 하더라도 심지어 (이 대표가) 숨 쉴 때도 생각을 하고 쉬셨으면 좋겠다”고 직격타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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