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라임·DLF’ 사태 개선방안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
금융당국, ‘라임·DLF’ 사태 개선방안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
  • 오혁진 기자
  • 승인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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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손실액이 약 1조원대로 예상되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산업육성을 위한 규제완화에만 눈이 멀어 소비자보호를 외면해왔기 때문에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DLF 사태의 대책으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금융위가 내놓은 개선방안의 핵심 내용은 ▲원금손실 가능성 큰 상품 보수적 고객 주 은행 판매금지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 3억원 이상 상향 등이다.

금융감독원의 DLF 종합검사 결과 사모펀드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해 본 경험이 없는 고객들도 상당수 있었고, 은행들도 사모펀드 투자를 원하지 않는 고객에게 해당 상품이 마치 일반 예금인 것처럼 속여 파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결국 DLF나 라임 사태 같이 은행에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게 대책의 핵심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번 대책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라고 비판한다. 산업육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에 소비자보호에 힘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지난 2015년 10월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운용사의 설립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최소 투자액도 5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대폭 낮추는 등 대대적인 규제개혁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에도 소위 '10% 룰'로 불리는 의결권 제한과 지분보유 의무 규제를 폐지하는 등 사모펀드 관련 규제완화 기조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유지됐다.

외국계가 판치는 사모펀드 시장에서 국내 토종자본을 키우는 동시에 투자가 필요한 건실한 벤처기업 등을 육성하는 모험자본 역활을 하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규제 완화를 틈타 DLF와 라임펀드 처럼 각종 불법과 편법이 판치고 그 후폭풍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소 투자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지만 않았어도 DLF 사태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DLF 전체 개인 투자자 3021명 가운데 5억원 이상 투자자 수는 229명으로 전체의 7.6%에 불과하다. 또, 새 규제 기준인 3억 이상 투자자로 범위를 넓혀도 전체의 16.7%수준이다.

여기다 개인 투자자 가운데 전문성을 갖춘 전문 투자자 수는 17명에 불과했다. 투자액도 일반 투자자 6480억원, 전문 투자자 84억원으로 일반 투자자의 투자액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결국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만 1억원 이상으로 낮추지 않았어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DLF에 가입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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