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극 '까사발렌티나', 발렌티나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인터뷰] 연극 '까사발렌티나', 발렌티나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0.0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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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까사 발렌티나>의 공연이 어느덧 종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주말 주연 배우들과 짧은 인터뷰자리를 가졌다. 그들이 그리고 있는 '슈발리에 데옹'은 어떤 곳일까. 

이들이 출연하는 연극 <까사 발렌티나>는 뮤지컬 <라카지>와 <킹키부츠> 등으로 유명한 극작가 하비 피어스타인의 작품으로 '크로스드레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품은 1962년 뉴욕 캣츠빌 산맥에 있는 슈발리에 데옹의 리조트에는 여장을 즐기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모여 파티를 진행하는데, 이들은 이 짧은 일탈을 위해 모든 옷을 벗어던진다. 그러나 진취적인 성격을 가진 샬롯은 ‘신여성회’라는 단체를 통해 이들의 비밀스러운 취미를 공식적으로 알리고 싶어하면서 이들이 서로에게 쌓아왔던 벽들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좌측부터 성근창, 윤대성, 김정환, 전우태

 

Q. 김수로 대표가 최근 '나다'(NADA)의 창단을 알렸다. 배우들은 이번 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김정환 : 연극학교를 수료한 배우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알고 있어요. 저희 출연진은 이번에 첫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후에 많은 배우들이 좋은 공연 무대 위에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배우들이 연극학교를 수료하고 모두가 무대에 올라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러지 못하는 배우들도 있어요. 그래서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무대가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 전우태
판사/에이미 역의 배우 전우태

Q. <까사 발렌티나> 첫 공연은 완벽하게 연극 무대였다. 다시 돌아오는 공연에선 이머시브 공연으로 탈바꿈했다. 무대와 객석의 간격이 없어지니 대사나 행동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초연을 봤던 배우가 있을까. 어떤 부분들이 바뀌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전우태 : 이 부분은 연출 선생님이 계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일단 제가 생각하기로는 이머시브 공연의 형태로 돌아온 이번 작품의 매력은 관객들이 마치 한 명의 '신여성회'의 일원이 된 것처럼 느끼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단지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면서 이런 공연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배우들 사이에 있으면서 우리도 이들처럼 한 명의 배우가 됐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공연이랄까요. 물론 초연을 기대하고 계시던 관객분들이 많으시다고 들었고, 그래서 우리들의 첫 작품으로 선정됐다고 들었어요. 저는 사실 공연에 올라가기 전까지 이런 부분들이 생소하지 않을까? 과연 좋아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후기들을 찾아보니까 정말 재밌게 봤다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이런 걱정들보다 제가 맡은 판사와 에이미 역할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이게 단순히 크로스 드레서들만의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남자와 여자를 나누지 않고, 그냥 사람 그대로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해야한다는걸요. 이외에도 여러 의미들을 느끼면서 공연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올해 34살이 되었는데, 아직은 이 인물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아쉬움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만약 40대, 50대가 된 내가 이 역할을 맡았으면 어땠을까. 더 좋아지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습니다.

김정환 : 저는 아무래도, 평범이라는 기준이 남자의 입장에서 인지, 여자의 입장에서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많이 생각을 하고 있는 부분이죠.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많은 걸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관객분들이 제 연기를 본 뒤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말이죠. 조지는 실제로 자신의 아내가 죽고 나서 쿠바로 떠났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런데 그 뒤에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성전환 수술을 했을까요? 아니면 그대로 조지로 살았을까요. 아니면 발렌티나로 살았을까요? 그에게 조지도, 발렌티나도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그냥 평범. 말 그대로 말이죠. 뭔가를 나누지도 않았어요. 제가 생각했던 조지와 발렌티나는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연기했어요.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고 부족하다는 충고를 듣는다면 고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님, 조지는 누구를 선택했을까요? 조지 그 자신일 수도 있고, 아내인 리타일 수도 있죠. 그리고 발렌티나 본인 일 수도 있고요.(웃음)

샬롯 역의 배우 윤대성
샬롯 역의 배우 윤대성

Q. 기존의 연극학교, 그리고 '나다'라는 팀으로서 활동. 어떤 변화가 있을까

윤대성 : 앞서 정환 배우님이 말씀하셨지만, 이번 작품을 준비하느냐고 다른데 신경 쓸 틈이 없었어요. 얼마 전에 생겼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뭔가 커다란 단체? 도 아닌 것 같고요. 그냥 연극학교의 연장선 같은 느낌일까요? 명칭만 바뀐 느낌이에요.

김정환 : 사실 연극학교라는 이름이 출신 배우들에게 엄청난 영광이면서 족쇄 아닌 족쇄가 된다고 느껴요. 연극학교라는 이름 때문에 많은 관객분들이 저희들의 공연을 보고 '학생공연'이 아니냐고 물으시거든요. 사실 대다수의 배우들이 연극학교를 수료하고 나와서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배우들이 많아요. 현직에 있는 샘이죠. 사실 이런 말을 들어도 저희는 대놓고 말하지는 않아요. 우리는 뜨기 위해서 연기를 하고 무대에 오르는 게 아니거든요. 연극학교도 그래요. 연기라는 걸 배우고 싶은 욕망, 욕구 때문에 연극학교에 들어갔고 그 이후에도 어떤 무대라도 제가 올라갈 수 있으면 정말 으쌰 으쌰 해서 올라가고 있거든요. 그래서 주위에서 학생공연이라고 조금 낮춰서 보는 것에 대해서 기분이 나쁘지도 않고,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에 '나다'라는 팀은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조금 더 전문가적인, 학생공연이라는 틀을 깨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연극학교를 수료 및 수료 중인 배우들이 150여 명 가까이 되거든요. 이들 모두 연기에 죽고 연기에 살아요. 그냥 어떤 좋은 작품이 있으면 이거 하자 하고 "파이팅!" 하고 연극을 하고 있거든요.(웃음)

윤대성 : 다들 작품을 하거나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거나 정말 바쁘게 활동하고 있거든요. 회사에 들어간 친구들도 있고요. 그런데 배우로 무대 위에 오를 때 가장 마음이 편해진대요. 이번 작품도 그래요. 정말 저희 모두 모난 사람 한 명 없이 다들 모여서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고 있거든요.

조지/ 발렌티나 역의 배우 김정환

Q. 이번 작품을 소개하자면?

성근창 : 전 관객분들이 이번 작품을 보면서 주위 사람들의 다름을 인정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와 다른 누군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거기서 찾게 된 다름을 인정하는걸요. 그걸 인정하고 안 하고는 그 이후의 이야기고 이런 생각이라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전우태 : 사실 크로스 드레서라는 틀에서 국한되는 게 아니라 철학적으로, 연극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 어떤 편견을 깨주고 싶었어요. 사실 모든 사람들이 다른 생각과 편견을 가진 무리와 사람을 배척하잖아요. 이번 작품은 이러한 과정에서 오는 모순들이 재미있었어요. 사실 이 작품 속 인물들이 이런 이야기를 해요. "우리는 크로스 드레서지 동성애자가 아냐"라고요. 이게 자기들은 배척당하길 싫어하면서 이들은 또 다른 누군가를 배척하는 모순적인 모습인 거죠. 그런 부분들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극 중에 테리라는 인물의 독백이 묘한 울림이 있더라고요. 대충 이런 말을 하거든요? 테리는 "내가 사람들에게 비난받을 때 그들(동성애자)들은 나를 위로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이런 상황이라고 그들을 배척해야 할까"라고 말이죠. 이게 정말 울림이 있더라고요.

Q. 작품을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생각이 안 나면 실수도 괜찮다.

윤대성 : 사실 제가... 있습니다. 극 중반에 '신여성회' 멤버들이 모인 자리에서 잔을 들면서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우린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에요."

이 말 다음에 다음 대사를 말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장면에서 이 대사만 하면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정말 연습하는 15주 동안 정말 많이 틀렸던 것 같아요. 대사가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이 장면이 올 때마다 정말 온몸에 땀이 흘러요. 긴장해서.

김정환 : 제가 바로 옆에서 보고 있는데, 관객분들은 세세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텐데 정말 많이 긴장해 있어요

윤대성 : 맞아요. 이 장면을 하기 전부터 온몸에 열기가 돌아요. 사실 이전까지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한번 딱 그러니까 그 뒤로 계속해서 공포를 느끼면서 연습했죠. 실수할까 봐.(웃음) 이런 것 외에는 기억에 남는 게 없어요.

글로리아 역의 배우 성근창

 

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정환 : 정말 열정을 다해서 모든 걸 다 쏟아부으면서 연기하고 있습니다. 공연장을 찾아온 시간에 아깝지 않게 즐겁게 힐링하고 가실 수 있게 노력하고 노력하겠습니다. 꼭 힐링하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하나씩의 비밀들을 가지고 산다. 그 비밀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아무일도 아닐수도있고 정말 모든걸 놓아버릴 정도로 놀라울 수도 있다. 당신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나. 그 비밀을 누군가에게 밝힐 수 있을까? 이번 공연은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많은 생각을 갖게하는 작품이었다. 우린 어떤 삶을 살아가고있을까. 그는, 그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번 작품은 다 좋았지만, 아무래도 이머시브 공연이 갖는 단점이 어쩔 수 없이 보이긴 했다. 객석과 무대가 허물어짐에 따라 배우들의 대사나 상황 전달 등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지않는다는점? 그리고 정말 다 다른 해석이 있을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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