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새 시대 여는 네오 이코노미…한국엔 미로?
[이원두 경제비평] 새 시대 여는 네오 이코노미…한국엔 미로?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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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2020년은 2000년대 두 번째 10년의 마지막 해인 동시에 21세기 첫해에 태어난 세대가 성년을 맞는 해다. 이들은 닐 하우,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1991년 출간)에서 처음 사용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막내가 되는 셈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인터넷에서 시작, IT환경에 익숙한 세대다. 20~40대인 이들의 현실적 고통은 고용 감소와 일자리 질의 저하로 대표 된다. 이런 현상을 불러 온 배경은 바로 IT를 중심으로 한 급격한 변혁이다. ‘사람, 설비, 자본’의 삼대 요소가 성장엔진이었으나 지금은 설비라는 유형 자산 대신 지식‧ 데이터 등 무형자산이 성장을 견인하는 네오 이코노미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마지막 해인 2000년과 21세기의 2018년을 비교해 보면 변혁이 얼마나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는가를 금방 알 수 있다. 유형 자산이 거의 제로였던 아마존 닷컴의 2018면 무형자산은 6백억 달러나 된다. 전자제품의 리딩 기업이었던 소니조차 유형자산은 1백 40억 달러(2000년)에서 70억 달러로 감소한 반면 무형자산은 40억 달러에서 1백 50억 달러로 급증했으며 영업이익의 70%를 감당하고 있다. 소니의 대표적인 무형자산은 게임과 음악 판권이다.

급변을 주도하는 무형자산은 ⓵SW‧DB로 대표되는 정보화 자산, ⓶R&D‧디자인이 중심인 혁신적 자산, ⓷인재‧조직‧시스템 등 경제적 경쟁력으로 요약 된다. 이 가운데 우리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무형자산은 얼마나 되는가? 정보화나 혁신적 자산은 그렇다 치고라도 ‘경제적 경쟁력’ 자산, 다시 말하면 인재와 시스템에서는 상당히 낙후되어 있음을 본다. 아직은 비교 우위에 있다고 자부하는 정보화 자산과 혁신적 자산을 제대로 상품화하지 못하는 것 역시 각종 규제로 대표되는 ‘경제적 경쟁력’이 낙후된 탓이다. 거의 20년 가까이 손발이 묶여 있던 ‘원격 의료’가 마침내 일본 진출로 방향을 튼 것이나 모빌리티의 핵심 역시 ‘타다’로 변형된 채 시동을 걸었으나 규제를 더욱 옥죄는 법 개정이 이루어 진 것도 우리 현실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을 비롯하여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과 의무는 팽개친 강성의 민노총이 제1노조가 되어 각종 정책 개입이 강화 되는 등 반 기업 정서는 오히려 확산 일로에 있다. 경제성장 동력이 떨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며 이는 세계경제가 변곡점을 맞고 있는 현실에 눈을 감는 것과 다르지 않은 현상이다. 눈을 감으면 앞에 전개되는 것이 바로 미로임을 왜 알지 못하는가? 물론 정부도 경제성장 엔진 동력 약화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국무회의(12월 24일)는 새해 예산의 71%를 상반기 중에 집행토록 하는 ‘예산 배정계획’을 의결했다. ‘지금 경제의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상반기 집행할 예산은 주로 일자리, 사회간접자본, 연구개발 부문이다. 진단도 맞고 맥도 제대로 짚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경제의 흐름을 바꾸기에 충분한가에는 당연히 의문이 남는다.

네오 이코노미의 또 다른 특징은 중급 기능자의 일자리가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급 인재와 저급 기능자의 고용은 그런대로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으나 중급정도 기능자는 미국‧영국‧ 독일‧ 중국에서는 최대 10%, 일본 ‧인도 역시 5% 이상의 취업률 감소를 보이고 있다. 또 대부분의 선진국이 중앙은행이 목표로 잡았던 물가상승률 달성에 실패한 것도 네오 이코노미의 특징적 현상이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미달한 나라 가운데는 한국이 마이너스 1‧5%로 가장 높다. 일본(마이너스1%), EU, 미국, 영국도 예외가 아니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정도가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뿐이다. 유형 자산에 비해 무형자산의 고용능력이 줄어듦에 따라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력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음을 뜻한다.

고용능력 감소가 곧바로 중정도 기능자에게 직격탄으로 나타난 것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노령 층 취업률 확대와 청년 실업률 증대현상 역시 중급기능자 고용감소와 저급인력 고용확대가 특징의 하나인 네오 이코노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 없이 예산 조기집행만으로 경제의 흐름을 바꾸겠다는 것은 잘 못 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의 시각과 발상을 수정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의 변곡점을 리드하는 새 트렌드인 네오 이코노미가 우리에게만 미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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