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쓰릴미' 양지원, "다양한 해석 나올 수 있어, 진정성 있게 임하는 중"
[인터뷰②] '쓰릴미' 양지원, "다양한 해석 나올 수 있어, 진정성 있게 임하는 중"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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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진행된 인터뷰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Q. 본 공연은 보지 않았다고 하지만, 캐릭터 구성을 위해서 많이 공부한 것 같다. 질문을 더 해보자면, 나에게 그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A. 사실 실제로는 리처드(그) 보다 네이슨(나)가 니체 신봉자였어요. 실제로 네이슨이라는 인물은 엄청 거만했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사람들을 다 자기 아래로 봤던 사람이죠. 정말 천재였으니까요.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찌질한 사람이었을지 몰라도, 적어도 그의 입장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아래에 있었던 거죠. 그런데 자신이 깔보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생각과 사상을 가진 그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자신과 같은 선상에 설 수 있는 인물을 처음 본 네이슨은 리처드를 우상시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그와 함께하기 위해 끝까지 갈 수 있었던 거죠.

Q. 그렇게 생각해보니 리처드, 그에 대한 감정이 남달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A. 그렇죠. 왜냐면 정말로 우상이니까요. 제가 처음 공연에 올라갔을 때 네이슨, '나'라는 인물은 그가 정말 자신의 우상이었고,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을 떠나 잘못된 길로 가지 않기를 원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가 다시 나를 떠날 것 같으니까, 그가 떠나지 못하게 그를 도우면서, 그의 옆에서 하나씩 트랩을 만들어 놓은 거죠. 자신이 깔아놓은 트랩을 밟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아, 얘는 어떻게 내 예상을 벗어나질 않을까"하면서 가슴 아파하죠. 두 번째 공연을 할 때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서 비웃었던 것 같아요. 너무 사랑하고 건들 수조차 없는 우상이지만, 결국 내가 깔아놓은 트랩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거 말이죠. 안 걸리면 안 걸리는 데로 좋고, 그런데 계획대로 돼가면 어쩔 수 없네 하면서 즐기게 되는...

Q. 그렇다면 '나'라는 인물이 범죄 도구를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것도 그런 부분들의 일환이겠다.

A. 맞아요. 그런 부분들이 있죠. 사실 <쓰릴미>는 참 재미있는 게 나와 그의 이야기나 행동에서도 많은 트리거가 나오죠. 사실 중간에 쇠막대기가 나오는씬이 있는데, 이 부분도 처음 연습했을 때는 피 묻은 거에만 집중해서 이걸 잡기 싫어하는 부분에 집중했어요. 처음엔 피 묻은걸 잡기 싫어서 안 잡으려고 했다면 후반부에는 그의 지문이 찍혀있어야 범죄 도구로 사용됐다는 걸 경찰들이 알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제가 눈물을 많이 흘려서 닦으라고 주셨던 손수건을 소품화해서 연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 부분이 좋다고 해서 실제 공연에서도 그걸 사용하고 있는데, 이게 그가 이 범죄에서 빠져나갈 수 없게 하려는 트랩들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는 거죠.

Q. 극 후반부에 '그'는 "네가 이겼다"라고 말을 하는데, 이들의 관계는 언제부터 게임이 된 걸까.

A. 사실 네이슨이 첫 대사에서 이렇게 말을 해요. "절 모욕하고 즐기는 일종의 게임이었습니다."라고요. 제 생각인데 저는 리처드(그)는 처음부터 네이슨을 가지고 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엄마 친구의 창고를 불로 태우고 나서 다시 그를 찾아갔을 때 그가 보였던 싸늘한 반응을 보면 확실해지죠. 그런 자세부터 저는 리처드에겐 이 모든 범죄들이 단순히 게임이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에게는 범죄라는 게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일 뿐이지 너를 사랑하지는 않아라는 거죠. 나는 마지막에 깨달아요. "결국 네가 이겼다"를 말에 이 모든 게 그에게는 게임이었다고, 마지막에 깨닫게 되죠.

 

Q. 이번 작품에서 층이 나누어져 있는 게 흥미로웠다. 특히 초반에는 그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지만, 후반부에선 이게 반전되는 것도 같아서 또 다른 재미였던 것 같다. 어떤가.

A. 사실 연습 초반에 'Thrill Me'라는 넘버가 끝나고 저는 개인적으로 두 사람이 한 공간에 같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었어요. 이 넘버가 두 사람의 깊은 관계를 보여주는 넘버다 보니까 함께 있는 그림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기자님이 말씀하신 대로, 층이 나누어져 있다 보니까 리처드가 우위에 있는 사람이고 상하관계가 보이는 장면이라서 그런 해석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연출님이 이런 부분들을 많이 미러링 하셨거든요. 예를 들면 첫 장면에서 리처드를 만나고 제가 다가가려고 하지만 리처드가 손으로 막고 못 오게 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선 이게 반전돼서 제가 못 오게 하는 부분들이 있죠.

Q. 계단을 오가거나, 무대 위 나무 사이를 오가야 한다. 집중하고 있으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A. 맞아요. 그래서 이번 작품은 정말 집중하면서 해야 돼요. 내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파악해가면서 연기를 해야 되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감정적으로 치우치면 다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정말 가슴을 뜨겁게 연기하되 머리는 차갑게 맞춰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작품에 임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많은 관객들이 봐왔던 작품인 만큼 많이 집중한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더 발전할 것 같다.

A. <쓰릴미>는 10년이 넘은 작품이고 정말 많은 선배님들이 이 작품을 거쳐갔잖아요. 그래서 사실 처음엔 제가 뭘 해도 이전에 이미 있었던 것 같고,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많은 관객분들, 팬분들이 제가 하는 공연을 찾아봐주시고 편지를 많이 주시거든요. 제가 정말 바빠도 하나하나 다 읽고 있거든요. 팬분들의 편지를 읽으면서 느낀 게 있는데, 제가 저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작품에 다가가고 캐릭터를 만들었던걸 팬분들도 느끼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만의 소신을 가지고 작품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앞서 말했지만 큰 틀은, 그전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범죄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는 건 버리지 않으려고 해요.

Q. '나'는 일곱 번째 가석방 심의를 통과하게 된다.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아갈까

A. 사실 이 부분을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고민 결과 저는 제 가 해석하고 만들었던 '나'는 사실 심의가 필요 없었을 것 같아요. 그가 없는 세상에서 밖이던 교도소 건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단지 50대가 된 내가 20대, 그와의 추억이 담겨있는 담배 한 갑과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거죠.

Q. <쓰릴미>를 아직까지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혹은 내가 하는 <쓰릴미>를 봐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A. 사실 이런 질문이 가장 민망한 것 같아요.(웃음) 저는 사실 제 지인들이 공연을 보고 싶다고 하면 제가 하는 회차보다 다른 배우들이 하고 있는 회차를 보라고 하거든요. 굳이 제가 하고 있는 걸 보라고 하지 않는 편이에요. 저는 전혀 삐지지도 않고 정말 아무렇지 않으니까 보고 싶은 배우가 나오는 공연을 보라고 해요. 그만큼 욕심이 없지만, 제가 열심히 준비했던 만큼 정말 최선을 다해서 공연에 임하고 있으니까 혹시라도 뮤지컬 <쓰릴미>가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시다면 한 번 정도는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웃음)

Q. 마지막 질문이다. 뮤지컬 <쓰릴미> 한 문장으로 표현해보자면?

A. 뭐가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쓰릴미> 그 자체로 봤을 때는 "난 너의 공범자"이게 딱 주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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