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배우 양지원, "내가 그린 '쓰릴미', 범죄보다 사랑에 초점둬"
[인터뷰] 뮤지컬배우 양지원, "내가 그린 '쓰릴미', 범죄보다 사랑에 초점둬"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1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7년, 10주년 공연을 올렸던 뮤지컬 <쓰릴미>가 새로운 캐스팅과 함께 다시 대학로로 돌아왔다.

뮤지컬 <쓰릴미>는 2003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1924년 시카고에서 일어난 유괴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나'와 니체의 초인론에 빠진 '그'가 재회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이번 프로덕션에선 초연, 재연 등과 전혀 다른 무대를 구성했다. 이번 프로덕션에서 연출을 맡은 이대웅 연출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이전 시즌의 좋은 부분을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10년을 생각해 다른 시선으로 극을 이끌어 나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번 작품은 추상과 현상, 구상과 비구상이 섞인 '나'의 기억 속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뮤지컬 <쓰릴미>는 국내 초연 당시 퀴어극이라는 오명을 벗어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다. 올해 올라간 <쓰릴미>는 전작 들에 비해 스킨십이 깊어진 듯한 느낌을 줬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두 인물 간의 감정과 심리를 더욱 잘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본지는 이번 작품에서 '나'역을 맡은 배우 양지원을 통해 그가 바라본 뮤지컬 <쓰릴미>와 '나'라는 인물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가 바라본 '나'와 '그'는 어떤 인물들일까.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웃음) 저는 열심히 뮤지컬을 하고 있는 배우 양지원이라고 합니다.

Q. <쓰릴미>라는 작품, 알고 있었나.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A.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서 모른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요? 그런데 제가 <쓰릴미>라는 작품은 알고 있는데,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초연은 더더욱 그렇고요. 그래서 이번 작품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프레스콜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작품을 참여하게 된 건 이전에 <타락 천사>라는 작품을 같이했던 대표님들이 그때 저를 워낙 이쁘게 봐주셨더라고요. 이번에 이런 작품이 올라가는데 같이 해보자고 말씀해주셔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사실 최근에 들어갔던 작품들과 이번 작품은 결이 조금 다른 느낌이다. (인터뷰 당시) 이번 작품에 참여하고 이제 무대 위에 올랐는데 소감은 어떤가? 본지는 노윤 배우와 무대에 올라갔던 공연을 봤다.

A. 네, 이제 두 번 공연에 올라갔어요. 제 공연을 보셨군요. 준비된... (웃음) 사실 제가 최근에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보니까 첫 공연은 별로 안 떨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의외로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쓰릴미>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아무래도 이번 작품에서 약간 맏형 쪽이다 보니까 신인 친구들이나 동생들을 이끌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나 봐요.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노윤 배우와 첫 공연에서 조금 더 힘을 썼던 것 같아요. 괜히 <쓰릴미>가 아니었다랄까요. 그래도 첫 공연을 무사히 끝내고 나서 성취감도 있었던 것 같아요.

Q. 본지는 초연 이후에 약 12년 만에 다시 공연을 보게 됐다. 무대 구성이 달라진 부분이 가장 큰 차이였기도 한데, 양지원 배우가 그리고 있는 '나'라는 인물이 눈에 띄었다.

A. 진짜요? 감사합니다. 사실 부담감이 없다는 건 정말 거짓말일 거예요. 워낙 많은 관객분들이, 팬분들이 이 작품을 봐왔을 거 아녜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없던 부담감도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부담감들이 첫 공연을 하고 나서 조금씩 해소되고, 공연을 본 관객분들이 전달해준 편지를 읽고 나니 조금씩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되고 있어요. 당연히 제 팬들이니까 좋게 써주시겠지만 저만의 캐릭터가 나와서 좋다고 해주시더라고요.

Q.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나'라는 인물을 구성했을까.

A. 이번 작품 같은 경우에는 범죄에 초점을 두거나, 두 사람의 사랑에 초점을 둘 수 있거든요. 대본을 읽으면 읽을수록 다양한 선택지가 있더라고요. 저는 사랑 쪽에 조금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저는 우리가 흔히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해서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라는 인물은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조력자가 필요했고, '나'라는 인물은 그에 아주 적합해 보였죠. 자신의 욕심, 욕망을 위해서 '나'를 이끌어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또 반대로 처음에는 '나'라는 인물이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여러 번 읽다 보니까 한편으로는 '나'라는 인물도 쉽게 바라볼 수 없더라고요. 왜냐하면 저는 사랑이라는 게 서로의 희생이 필요하고, 참아주고, 믿어줘야 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작품 속에서 '나'라는 인물이 그리고 있는 사랑은 그런 평범한 사랑들과는 다른 결의 왜곡된 사랑을 꿈꾸고 있더라고요. "너와 함께하기 위해서 나는 준비를 했고, 결국 너랑 평생 떨어지지 않을 거야" 이런 부분들에 초점을 많이 맞췄던 것 같아요.

Q. 왜곡된 사랑이라는 게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A. 맞아요. 어떻게 본다면 정말 평범한 사랑이었는데, 이게 어느 순간부터 왜곡됐다고도 볼 수 있죠.

Q. 그렇다면 어느 순간부터 왜곡된 사랑을 그린다고 생각하나.

A. 이 부분이 조금 재미있는 게, 제가 매 공연 때마다 다르게 시작할 수 있는 부분이더라고요. 예를 들면 '그'를 1년 만에 다시 만났을 때부터 계획을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로 안경을 실수로 떨어트렸는데 '그'가 나에게 했던 말 "아니, 너만 망한 거야"라고 지적했을 때부터 시작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면 이렇게 터닝포인트랄까 트리거가 되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이번 작품은 다른 작품들도 다 그렇지만, 제가 준비한 만큼 보여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재밌습니다.

Q. 유독 눈물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 다른 공연에서도 뛰어다니고 하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어려움은 없나.

A. 실제로 제가 지금 <그림자를 판 사나이>라는 작품을 같이하고 있어요. 사실 여러 작품을 같이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올겨울 이렇게 하게 됐네요. 그 작품도 감정적인 씬이 많다 보니까 공연이 끝나면 분장실에서 10분 정도를 멍 때리다가 퇴근해요. 절규하고 오열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감정이 딥해지거든요. 그런 작품을 하고 있는 중에 <쓰릴미>라는 작품도 하게 된 거죠. 실제로 기자님이 말한 것처럼 기존의 선배님들이 그렸던 네이슨(나)에 비해 유독 눈물을 많이 흘린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나'라는 인물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들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나는 그 사람을 갖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걸 해야 돼!"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이게 범죄를 다루는 극이지만 저는 이게 당연해 보이지 않았으면 했던 것 같아요. 이 극에서 제가 그리고 있는 '나'는 범죄에 대한 죄책감이 최소한이라도 보였으면 했어요. 그래서 더 눈물이 많이 나는 것 같아요. 내가 잘못된 일을 하는 걸 알면서도 결국 그를 도와 범죄를 저지르는 부분들이 슬프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인정사정 없이 움직이는 '그'가 불쌍하기도 하고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나아가는 모습들이 잔인하기도 하고 굉장히 슬픈 것 같아요. 극 중 마지막에 네이슨은 심의관한테 이런 이야길 하거든요 "저는 우리가 그 가엽고, 어린 소년에게 무슨 짓을 한지를 날마다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요"라고 말하거든요. 저는 이게 진심처럼 느껴졌어요. 어떻게서든 교도소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 '나'라는 인물이 고백하는 진심이길 원했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