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집값 올리는 까닭
[이원두 경제비평]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집값 올리는 까닭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9.1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 정부 출범 2년 7개월 동안 열여덟 번째로 발표된 ‘12‧16 종합부동산 대책’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치솟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31개월 동안 열여덟 번이나 강도를 높여가는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당국이 그만큼 초조해진 반면 정책 피로감은 내성이 생긴 시장에서는 대책이 나올 때마다 오히려 효력이 반감하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당국이 얼마나 초조해졌는가는 열여덟 번이나 칼을 뽑기는 했으나 그 때마다 휘두르는 방향이 엇박자로 나타나고 있는 데서도 읽을 수 있다.

이번 12‧16 종합대책의 효과에 대해서 시장에서 상반된 반응 보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책이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숨을 죽이는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반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4월 총선까지는 적어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보일 것이라는 ‘단기적 낙관’이 힘을 얻는 한편으로는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집값이 유례없는 급등 현상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이번 대책 역시 ‘반시장적’인 동시에 기존 대책과는 상충되는 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론인 동시에 원칙론이지만 가격 정책은 시장흐름에 순기능적일 때에만 효력을 발생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 흐름이란 수요 공급의 균형을 말한다. 공급을 차단한 채 값이 안정되기를, 또 수요가 없는 데도 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모순(창과 방패)의 기능 자랑’이라는 고사를 통해 경계해 온 교훈이다. 이를 지금 한국 부동산 정책에서 되풀이 하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초조감을 호도한 일종의 넌센스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대책의 핵심인 ‘다주책 보유자’에 대한 각종 불이익이다. 이미 정부는 전세난이 심해지자 공급을 확대하자는 측면에서 다주택 보유자라도 주택임대업자로 등록하면 각종 불이익 면제와 함께 융자 편의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주택임대사업 유도책이 이른바 ‘갭 투자’ 확산을 불러 집값 급등으로 이어지자 이번엔 철퇴를 내린 것이다. 이쯤 되면 시장은 정부 정책을 불신하는 정도가 아니라 일종의 내성이 생겨 새로운 틈을 찾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또 분양가 상한제로 주택 공급 능력을 상당 부분 제한 한 것도 문제다. 서울의 경우 시가에 비해 턱 없이 낮은 가격으로 분양토록 강제함으로서 이른바 ‘로또’현상이 확산. 마침내 지방으로까지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로 특히 재개발 재건축에 제동이 걸림으로서 공급의 물줄기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일단 분양부터 받고 보자는 심리가 서울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으로까지 확산되는 풍선효과의 극대화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15억 이상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 융자 제한과 갭 투자가 확인되면 전세대출도 회수하는 방안도 이번에 도입되었다. 공시가격의 순차적인 인상과 세율 인상을 통해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 부담을 무겁게 하는 등 정책이나 행정력으로 실천할 수 있는 가능한 거의 모든 방안을 동원한 것이 이번 대책이다. 발표되자마자 일부에서 위헌론을 앞세워 헌법 소원을 들고 나올 정도다.

이번 대책에 다주책 보유자에게 ‘강력한 불이익’을 회피할 수 있는 퇴로를 연 것은 지금까지 불 수 없었던 특색인 동시에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보유 주택을 팔경우 양도세 중과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역시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일단 10년 이상 보유조항 충족도 그렇지만 주택담보 융자가 대폭 제한 된 현실에서 매입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른다. 결국 이 역시 현금보유자가 사 주기를 기대하는 명분 갖추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동산 정책이 기대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정책의 초점이 부동산에만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경제의 일부분일 뿐 경제나 시장 자체가 아니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주택담보 대출 제한만 하더라도 주택구입자, 투기세력 제동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언정 금융업, 전체 유동성 흐름에는 적지 않은 부작용이 있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 담보 대출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 금융시장 현실을 생각할 때 그 부작용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홍 남기 부총리는 시장 동태를 주시, 필요하면 내년에 더욱 강력한 대책을 내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부처 고위 공직자가 보유한 다주택 매각도 권유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시효과나 어름장만으로 시장에 군림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부동산 대책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