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공들인 소재 국산화, 찬물 끼얹은 LGD
구광모 공들인 소재 국산화, 찬물 끼얹은 LGD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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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납품 OLED 패널 불량 발생... 日 언론 “원인은 불화수소”
국산 불화수소 사용 vs 수율 관리, 원인 두고 설왕설래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납품하는 OLED(유기발광디스플레이) 패널이 제품 결함으로 납품이 중단된 일이 있었다. 이 원인으로 불화수소 국산화가 지목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힘써왔다. 이러한 구 회장의 노력에 힘입어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0월 불화수소의 완전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애플에 납품한 패널 이상이 발생하며 불화수소 국산화 성공이라는 발표가 무색하게 됐다. 한마디로 LG디스플레이의 이번 불량패널 발생이 구 회장의 소부장 국산화 추진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구 회장은 처음 연 LG 사장단 회의에서 “향후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바 있다. ‘구광모號 LG’가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9일 미래 소재∙부품 개발 현황을 살피기 위해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했다. (사진=LG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9일 미래 소재∙부품 개발 현황을 살피기 위해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했다. (사진=LG 제공)

 

LGD 패널 결함, 불화수소 원인?
17일 일본의 <일간공업신문(日刊工業新聞)>은 ‘한국부품으로 iPhone 불량 발생, 역시 불화수소 국산화는 어려운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LG 디스플레이는 한국에서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불화수소를 사용했으나, 화면에 세로줄이 들어가는 제품 불량을 발생 시켰다고 한다”며 “하위 조립 단계에서 발견된 수십만 개의 패널이 폐기됐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국내 언론들은 ‘LGD, 아이폰11용 OLED서 결함 이슈 발생... 현재는 정상화’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를 보도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공급한 '아이폰11' pro 맥스의 패널에서 세로 줄무늬가 생기는 제품 결함이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이 기종은 지난 9월 발매된 ‘아이폰11’ 시리즈 3종 가운데 가장 큰 스크린(6.5인치)을 탑재한 제품이다.

 

17일 ‘한국부품으로 iPhone 불량 발생, 역시 불화수소 국산화는 어려운가?’라고 보도한 일본의 '일간공업신문(日刊工業新聞)'. (사진=일간공업신문 화면 갈무리)
17일 ‘한국부품으로 iPhone 불량 발생, 역시 불화수소 국산화는 어려운가?’라고 보도한 일본의 '일간공업신문(日刊工業新聞)'. (사진=일간공업신문 화면 갈무리)

 

그동안 아이폰의 유기 EL 패널은 지금까지 삼성 전자가 독점 공급해왔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9월 출시한 ‘아이폰 11’ 모델에서부터 공급에 참여했다. 이번 결함 사태에 애플은 삼성의 패널 조달량을 늘려 영향을 최소화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9월 LG디스플레이의 CEO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한상범 부회장에서 정호영 사장으로 교체됐다. 이후 10월 초 조직개편을 통해 전무 7명, 상무 13명, 비임원 담당 18명이 면직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LG디스플레이 파주 OLED 공장에서 인캡(봉지) 공정을 담당하던 팀장도 면직됐는데, 업계에서는 애플 결함 사태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패널이 불량났다고 (LG디스플레이가) 밝힌 적이 없다”며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이라 알려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구광모 소·부·장 노력 공염불되나
이번 애플 납품 패널 결함 사태로 인해 그동안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힘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노력이 이번 불화수소 논란으로 자칫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소재부품 개발과 국산화에 공들이는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7월 청와대 방문 직후 경기도 평택의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을 방문한 데 이어, 8월에는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하는 등 소재·부품·장비사업 핵심현장을 찾았다.

구 회장은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최근 소재·부품·장비산업의 육성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핵심 소재·부품의 경쟁력 확보가 LG의 미래 제품력을 강화하고,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근간”이라고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구 회장의 노력에 LG디스플레이가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조급증이 불러온 결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7월 초 일본의 1차 경제보복 직후 LG디스플레이는 ‘고순도 불화수소 대체 테스트에 착수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후 3개월만인 지난 10월, 국내 공장에서 식각, 세정 공정에 사용되는 모든 불화수소를 100% 국산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빠른 대처가 필요했던 건 맞지만, 너무 성급하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OLED 수율 개선 공염불 됐나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LG디스플레이의 수율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된다. LG측은 지난 2017년 구미 공장을 통해 OLED 양산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수율문제가 발목을 잡아 양산에 들어가지 못했고, 결국 파주공장을 통해 양산에 성공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LG가 지난 7월 아이폰에 OLED 패널을 납품한다며 대대적 홍보를 한 이유는 애플이 내세운 수율 문제를 통과했기 때문에 이를 개선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공염불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이후 LG디스플레이는 실적하락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7년 LG디스플레이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 27조7902억원, 당기순이익 1조9371억으로 호조를 보였으나, 2018년 들어 매출 24조3366억원, 당기순손실 1조7944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손실이 1조550억원에 이른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 악화를 두고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의 LCD 저가 공세와 패널 업황 악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 2012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한상범 부회장은 그동안 주력 패널을 LCD에서 OLED로 전환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이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지 곧 1년 6개월을 맞는다. 구 회장은 “제대로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빠른 변화를 강조했다. 구 회장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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