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예방전도사 임경홍 선생님 인생 2막 스토리
학교폭력 예방전도사 임경홍 선생님 인생 2막 스토리
  • 홍석현
  • 승인 2019.12.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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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슬기로운 교사생활 2막”
30년 교직생활 마치고 ‘배움터 지킴이’에 보람…방학은 늘 기다려 진다
교사라는 직업은 교육 통해 학생들의 무한한 능력을 일깨워주는 도우미

[배움터지킴이]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러 어느덧 중학교 배움터지킴이로 근무한지 8개월째입니다. 그 사이에 학교에는 많은 아름다운 꽃들이 피고, 또 시들어갔습니다. 그리고 11월…나무들은 갈색을 띱니다. 어두운 새벽에 주차장에서 시동을 켜며 자주 만나지 못하던 출근하는 젊은 이웃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현직에 있을 때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여 ‘칼 퇴근’하기가 즐거움이었는데 매일 그 즐거움을 만끽(滿喫)합니다.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니 어떤 학생은 저를 만나기 위하여 학교 뒷문으로 등교하다가 일부러 제가 있는 정문으로 5분을 더 걸어 돌아옵니다.
각 학급에는 스마트 교탁과 공기청정기가 설치됩니다.
정문에 배움터지킴이 초소가 설치되었습니다. 기본만 달랑 있는 한 평짜리 초소에 하루를 지내기에 불편 없도록 이것, 저것 갖추어놓는데 참 재미있습니다.
겨울방학은 내년 1월 22일입니다.
<임경홍 선생님의 글 중에서…>
 
 

동창모임에서 30년간 교직생활을 하고 정년퇴임하신 임경홍 선배님을 만났다. 최근 근황을 여쭈어보니 배움터지킴이로 학교를 다시 다니게되었다는 말을 듣고 '배움터지킴이'에 대해 궁굼해졌다. 

 

 
▶본인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1980년 기계공업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중학교 한문선생님으로 퇴직할 때까지 30여년을 열심히 학생지도 하는 것이 작으나마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즐겁게 교직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인천에 있는 선인중학교에서 배움터지킴이로 있습니다. 퇴임할때는 평교사라도 20년이상 근속했을경우 교감으로 특별승진 시켜줍니다.

▶ 배움터지킴이란 무엇인가?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며, 학교 안팎을 순찰하거나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을 선도하고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일을 합니다.
 
학생들의 등교지도를 하고 계시는 임경홍 선생님

 

▶배움터지킴이 시스템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배움터지킴이 제도는 2004년 기획되어 2년간 몇몇학교에서 시험운영하다 지금은 전국으로 확대 되었습니다. 요즘은 지킴이 선발도 지원자가 많아 경합이 붙습니다. 주로 면접을 통해 선발하는데 면접장에는 교장, 교감, 교무부장, 학생부장, 행정실장, 학부모회장, 학교운영위원회 간부들 앞에 혼자 앉아 질문에 답변합니다. 마치 젊은시절 임용 면접하듯 긴장이 됩니다.
 
▶배움지킴이 자격이 있습니까? 어떻게 채용 되나
-배움터지킴이 자격은 학생 안전지도에 관심이 있는 퇴직교사, 퇴직군인, 퇴직 경찰이 주를 이룹니다. 옛날에 함께근무했던 후배교사나 친구가(입사동기) 교장으로 있는 학교에 배움터지킴이로 가면 서로 불편할 수 있지요. 요즘은 경찰에서 퇴직 직전에 자체연수를 실시하고 청소년지도사라는 자격증을 주어 퇴직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움터지킴이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면.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니 어떤 학생은 저를 만나기 위해 학교 뒷문으로 등교하다 일부러 제가 있는 정문으로 5분을 더 걸어 돌아오는 학생이 있습니다. 이런때 보람을 느끼지요.

 

학교에서 마련해준 배움터지킴이 초소
초소는 작지만 실내는 불편함이 없이 잘 꾸며져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보람 있었던 일, 가슴이 아팠던 일은?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어려운 환경속의 학생들이나 열심히 공부하여 선생님이 되어 내가 근무하는 학교로 발령받아와 인사를 할 때입니다. 지금도 5월15일(스승의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거나, 안부전화를 하는 57세의 제자가 있다는 것이지요.
가슴이 아팠던 일은 고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수 십 번 가정방문과 별의별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결국 수업일수 미달로 퇴학당하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제가 더 이상 어쩌지 못하는게 안타까웠습니다.
 
▶57세 제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굼합니다. 현재 선생님의 연세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27살에 기계공고 부임하여 고3담임을 맡아 고3, 고2 수업을 했습니다. 고3이면 18세! 저와 나이 차이가 9살…지금 제 나이에 9살을 빼면제자 나이 57. 제 나이는 비공개.
 
▶배움터지킴이도 방학을 하나? 아직도 방학이 즐거운가?
-배움터지킴이도 학교 방학하면 함께 방학합니다. 아직도 방학이 엄청 기다려 집니다. 방학이 임박해 군대생활 말년에 모자 챙 안쪽에 달력 그려놓고 X표를 치듯이 달력에 X표를 칩니다.
 
아직도 방학이 기다려진다는 임경홍 선생님. 직접 만든 달력에는 한달 일정이 하루하루 빼곡하게 적혀있다.

 

 
▶교사라는 직업의 사명감과 보람된 일은?
-어느 조각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각 재료를 대하면 그 안에 숨겨진 조각상이 보인다 합니다. 자신은 단지 나머지부분을 제거했을 뿐 이라고…이와 같이 학생들도 어릴 때부터 누구도 알지 못하는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교육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견해 나아가는 것이고 이를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교사라 생각합니다. 보람된 일은 제자가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또 제자의 청첩을 받고 제자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입니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부르는 별칭을 알고계십니까?
-별명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가 공대를 졸업하고 공고에서 오래근무하다보니 나무, 금속류 등을 많이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이상있는 기계나 의자 등을 잘 고친다 하여 ‘맥가이버’로 불렸습니다. 지금 별명은 알려드리기 곤란합니다. ㅎㅎ
 
 
▶후배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갈수록 학생들의 지도가 어려워지는 상황입니다. 조금 신경 쓰이게 하는 학생이 있더라도 진정으로 마음 통하는 대화를 통해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단 두 마디입니다. 첫번째. 휴대폰만 쳐다보지 말고 인사를 받으면 답례합시다. 두번째,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시간을 잘 지킨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홍석현 기자<bodo@fair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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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2019-12-17 14:21:0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인생2막을 사는 선생님의 삶이 너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