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47화- 매일 밤 더블로 한 달간
[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47화- 매일 밤 더블로 한 달간
  • 이상우
  • 승인 2019.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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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불러줘서 고마워요.”

피용자는 조민지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추었다.
“우리 회사 여사원 중에 가장 성실한 사람이 피용자씨라고 나는 생각해요. 절 좀 도와주세요.”
“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어서 고마워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맡은 일이 회계니까 신경 좀 써야 되겠지요? 마음 놓고 맡길 사람이 피용자씨 밖에 없었어요.”
조민지의 말은 겉치레가 아니었다. 키가 작고 허약해 보이지만 꽤 강단이 있다는 것을 조민지는 잘 알고 있었다.
대화를 마치고 돌아서서 가던 피용자가 다시 조민지 앞으로 왔다.
“저어...”
“뭐, 할 말이 있어요?”
조민지가 하던 일을 멈추고 피용자를 쳐다보았다.
“성혜린 박사도 우리 팀으로 오나요?”
“그래요. 무슨 문제라도?”
“저어... 이런 얘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성 박사 좀 이상한 사람이여요.”
“성 박사야 세계적인 고분자 학자잖아요. 우리 제품 소재를 만드는데 기대가 커요.”
“그게 아니라 생활이 좀...”
“아, 남자 좋아하는 것?”
조민지의 말에 피용자는 찔끔했다.
“남자만 좋아하는 게 아니예요.”
“그럼 양성애자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사내에 퀸 클럽이 있는 것은 아세요?”
“퀸 클럽? 여왕 클럽이란 말인가요?”
조민지가 눈이 둥그레졌다.
“게이들이 동성애 연애를 할 때 여자 역할을 하는 사람을 퀸이라는 속어를 쓴대요. 그런데 우리 회사의 퀸 클럽은 그런 것이 아니고 자유연애를 하는 여자 사원들의 모임이예요.”
“자유연애란 무엇인데요?”
“레스비언, 게이, 양성애 모두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이예요. 그 중에 여자들 모임은 퀸 클럽, 남자들 모임은 ....”
“킹 클럽이죠?”
조민지가 앞질러 말했다.
“아뇨.”
피용자가 빙긋 웃었다.
“그럼 뭐요?”
“프린스 클럽이예요.”
“퀸 클럽 멤버는 누구누구예요?”
“저도 잘 모르지만 확실한 멤버는 성혜린 박사와 김 부사장 사모님, 그리고 사장 비서실의 강형진이예요.”
“피용자씨는 멤버가 아니고?”
“저도 성 박사한테 한번 초청 받은 일이 있었는데...”
“그래? 재미있었어요?”
“아뇨. 영 창피하고 느끼해서 한 번 갔다가 다신 안 갔어요.”
“가면 어떻게 하는데?”
조민지가 잔뜩 흥미를 보였다.
“전무님도 가입 하시게요?”
“천만에. 하지만 흥미는 있어. 참 한 가지만...”
“말씀 하세요.”
“프린스 클럽은 누구누구가 멤버예요?‘
“여영진 박사가 회장 격이고요, 천기주 팀장, 프랜차이즈 팀의 오 부장...”
“박민수 씨도 멤버예요?”
“못 들었어요.”
조민지는 피용자가 그룹 내 정보통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것 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조민지는 저녁 무렵 마지막으로 박민수 수석 연구원을 만났다.
“전무이사 취임하고는 처음이네요.”
박민수가 들어오면서 빙긋 웃었다.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오늘 제가 저녁 살게요.”
조민지는 웃지 않고 목소리를 낮췄다.
“취임 턱 내는 것입니까? 좋아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말해 봐요?”
“제 차로 가요.”
“왜요?”
“운전사 있는 차에 얹혀가기 싫어요.”
“좋아요.”
두 사란은 박민수의 마티스를 탔다. 박민수는 강변도로로 차를 몰고 나갔다.
“어디로 가세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조민지가 말을 걸었다.
“자유로로 갑니다.”
“길에서 밥을 먹나요?”
두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서로 엇박자를 놓고 있었다. 마티스는 자유로를 달려 일산 입구를 지났다. 차가 멎은 곳은 파주에 거의 다 가서 산위에 있는 큰 배 모양의 식당 앞에 멎었다.
언젠가 백삼식 회장과 지나가다가 한 번 본 일이 있는 곳이었다.
“여기 와 본 일 있어요.”
조민지가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누구랑 왔나요?”
“강원그룹 백삼식 회장과 지나가다 들린 일이 있어요.”
“여기는 철새들 오는 곳 아닌데.”
“휴전선 쪽 가다가 들렸어요.”
“백 사장이 좀 도와주었어요?”
“예. 많이 도와주셨어요.”
“기왕이면 성공할 때 가지 완전 무상으로 좀 밀어 달라고 하지 그랬어요.”
“예? 무상으로요?”
조민지는 박민수의 말투가 백삼식 회장의 협조 내용을 알고 있는 것 같은 감이 들었다. 그러나 자기가 얘기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겠는가 싶었다.
배 안의 식당은 보기보다 아늑했다. 은은한 조명도 좋았고 달콤한 클래식 음악도 좋았다.
조민지는 마주 앉은 박민수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조명 탓인지는 몰라도 발그레 한 것이 무척 섹시했다. 여영진에게서 느끼지 못한 편안하고 흐뭇한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여영진은 멋있고 쾌활해서 얼굴만 봐도 즐겁지만 박민수의 분위기는 그와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끌리는 힘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일은 저질렀는데 결과가 좋아야죠.”
박민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내가 상의도 없이 발령 내서 기분 잡쳤죠?”
“아뇨. 어차피 내가 가서 도와야한다고 생각했는데요. 뭘.”
뜻밖의 말에 조민지는 한숨 돌렸다.
“정말 고마워요. 사실 저질러 놓기는 해도 정밀한 매뉴얼은 없거든요. 회사가 움직이는 전반적인 매뉴얼을 좀 만들어 주세요. 판매는 여영진 박사가 잘 할 거예요. 그리고 자재 개발은 성 박사가 잘 할 것이고, 이규명 대리도 제몫은 할 거예요. 전체적인 조율만 박민수씨가 맡아주면 돼요.”
“여 박사가 좋다고 하셨나요?”
“예.”
“조건을 안 붙여요?”
“무슨 조건요?”
“한번 자 달라든가.”
“아뇨. 자 달라면 자줄 용의도 있어요. 섹스에는 아주 달인이던데요.”
“어떻게 알아요?”
박민수가 눈을 크게 뜨고 조민지를 쳐다보았다.
“매일 밤 더블 플레이로 한 달 간 계속 했대요.”
“그런 이야기도 했어요? 흥, 못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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