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재’ 늪에 빠진 CJ, 공정위 수술대 오르나
‘3재’ 늪에 빠진 CJ, 공정위 수술대 오르나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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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아들·상표권·신용리스크에 리더십 ‘휘청’
자금난에 잇따른 매각... 후계자 이선호, 대마 밀반입 집유 선고
CJ, 상표권 매출 비중1위... 공정위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타깃되나

2019년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3재’로 기억될 전망이다. M&A로 인한 회사 자금사정 악화와 아들문제, 그리고 승계구도를 노리는 공정위의 칼날이 이 회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복귀후 ‘월드베스트CJ’의 깃발아래 공격적 경영을 펼쳐왔다. 그러나 M&A로 인한 자금난으로 발목이 잡혔다. 올해 들어 CJ헬로와 ‘투썸플레이스’에 이어 본사를 포함한 ‘CJ타운’ 건설을 추진하던 가양동 부지마저 매각했다. 여기에 외아들인 후계자 이선호 부장의 마약혐의로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아울러 공정위도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칼날을 겨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재현호 CJ’를 살펴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자금난에 잇따른 매각
CJ제일제당은 지난 9일 공시를 통해 서울 구로구 공장 부지를 와이디피피 유한회사에 2300억원에, 중구 필동의 CJ인재원을 528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구로공장은 매각 후 재임차해 쓰고, CJ인재원은 계열사인 CJENM에 넘기기로 했다. 앞서 6일에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부지를 8500억원(부가세 별도)에 인창개발에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5월에만 해도 CJ측은 가양동에 'CJ타운'을 추진한다며 의욕적으로 나선 바 있다. 불과 7달만에 그룹의 미래 청사진이 틀어진 것이다.

대기업이 1조원이 넘는 부동산을 잇달아 매각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CJ제일제당측은 부동산 매각자금은 전액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선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지나친 차입금이 발생해 신용등급 강등위기에 몰린 CJ제일제당 등 일부계열사가 부동산매각이라는 긴급처방에 나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CJ 자금난의 발단은 2017년 이재현 회장이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1위 등극’이라는 ‘월드베스트 CJ’를 선언하면서부터였다. 같은해 6월 CJ제일제당은 브라질사료업체 ‘셀렉타’를 3600억원에 사들였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미국냉동식품업체 ‘쉬안스컴퍼니’를 2조원에 인수하는 그룹 사상 최대규모의 M&A를 단행했다.

CJ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5년까지 5조원 정도이던 차입금은2017년 6조000억원, 2018년 7조2000억원, 2019년 3분기 들어 9조 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불과 4년 만에 차입금 규모가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자 등의 금융비용도 크게 불어났다. CJ제일제당의 지난 3분기 누적순이자비용은 영업이익 6271억원의 40%에 육박하는 2326억원이었다. 당초 기대했던 쉬안스컴퍼니 인수도 월마트 등과의 협상이 차일피일 늦어지며 발목을 잡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2016년 CJCGV가 8000억원에 인수한 터키극장체인 ‘마르스시네마’도 2018년 발생한 터키 경제위기로 리라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자산가치가 폭락했다.

이선호(왼쪽) CJ제일제당 부장, 이경후 CJENM 상무.
이선호(왼쪽) CJ제일제당 부장, 이경후 CJENM 상무.

 

후계자 리스크
CJ그룹의 유력한 후계자인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도 이 회장의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다.

이 부장은 지난 9월 해외에서 변종마약인 액상대마 카트리지 수십개를 인천공항을 통해 밀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됐다. 경찰이 진행한 간이 소변검사에선 대마 양성반응도 나왔다. 결국 구속된 이 부장은 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를 두고 재계안팎에선 CJ 승계구도에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이 부장은 지주사인 CJ 지분을 처음으로 확보하게 됐지만, 이로 인한 편법승계 논란에 마약스캔들까지 더해져 국민적인 우려와 경각심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J 노리는 공정위 칼날
여기에 ‘조성욱호 공정위’도 이 회장의 두통거리다. 공정위가 10일 발표한 상표권 사용료 수취 결과 CJ의 비중이 가장 높았기 때문.

CJ가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받은 상표권 사용료는 978억600만원이다. 이는 지주사인 CJ의 매출액 1699억4500만원 중 57.59%를 차지한다. 사실상 상표권 사용료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당기순이익 361억500만원과 비교해 보면 사용료가 세배에 가까운 271%를 차지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매출비중에서 CJ 다음으로 상표권 사용료가 많은 롯데지주(39.28%)나 LG(35.45%)와 비교해서도 20% 정도 많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신중한 입장이다. 상표권 사용료가 매출액·순익 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

공정위 관계자는 “어떤 이유로 상표권 사용료가 매출액·순익 비중이 큰지 일일이 살펴봐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법위반이 포착돼야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시된 상표권 사용거래 중 부당지원 혐의가 있는 거래는 더 면밀히 분석해 필요시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출대비 사용료 비중이 가장 높은 CJ가 공정위의 조사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서 지난 4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인적 분할 결정도 공정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 IT부문이 CJ의 자회사로 흡수되면서 이 회장의 딸인 이경후 CJENM 상무와 이선호 부장 등 오너일가가 주식 교환을 통해 CJ주식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부장과 이 상무는 그룹 지주회사인 CJ의 주식을 각각 2.8%, 1.2%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비상장사인 올리브영 주식까지 더하면 주식가치는 1.5배 이상 커진다. 오너 4세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의 합은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결국 인적 분할로 오너일가의 그룹 지배력과 지분가치를 키운 셈이다.

문제는 오너일가가 CJ올리브네트웍스를 낮은 가격에 증여받아 4년 만에 4배 이상의 주식가치를 보유하게 된 점과 이 회사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성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점이다.

2014년 이 회장은 이 부장에게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14만9000주(11.3%), 약 253억원어치를 증여한데 이어 2015년 이 상무와 이 부장에게 각각 5만867주(4.54%), 약 135억원씩을 주었다. 이 부장 388억원, 이 상무 135억원 등 총 523억원 가량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성장 과정도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0년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CJ드림소프트’로 출발한 CJ올리브네트웍스는 그룹의 IT시스템 개발과 유지보수 용역을 맡아 IT부문 매출 중 80%를 그룹 계열사에서 벌어들였다.

이런 와중에도 이재현 회장은 4세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일 CJ주식 184만주를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두 사람에 각각 92만주씩 나눠주기로 한 것이다. 한 주당 약 6만6000원 수준으로 한 사람당 각각 610억여원씩 총 1220억원 규모다. 이 증여로 내야하는 세금은 총 7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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