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날치기 예산, 경제 비전과 희망까지 강탈
[이원두 경제비평] 날치기 예산, 경제 비전과 희망까지 강탈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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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총규모5백12조원에 달하는 초 슈퍼 예산을 결국 ‘4+1’이르는 족보에도 없는 소위원회를 앞세워 제1야당을 따돌리고 날치기로 처리했다. 이 와중에 국회 의장은 화장실로 피신해서 사회권을 여당 쪽 부의장에게 넘긴 웃지  못할 코미디의 주역으로 전락했다. 언론이 비판하고 있는 ‘예산 농단’이라는 표현이 걸맞지 않을 정도로 점잖은 느낌을 준다.

제1야당을 따돌린 이번 날치기는 국회선진화법이 성립 된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범여권 세를 집결시키기 위해 짜낸 이른바 ‘4+1’이 예산안 심의를 전담한 것이 국회법에 어긋나는 점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범죄’에 상당히 접근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국회법은 예산 심의는 예산결산위원회가 전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소위를 구성하더라도 구성원은 예결위 소속이라야 한다.

그런데 ‘4+1’의 범여권 군소정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예결위에 참여하지 못한 비교섭단체다. 쉽게 말하면 무자격 위원이 소위에 참여 초 슈퍼 예산을 주물면서 회의록 같은 기록하나 남기지 않았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예산 날치기는 이 정부가 출범당초부터 강조 해온 ‘적폐청산’을 고스란히 답습한. 당리당략을 위해서라면 대선 공약은 말할 것도 없고 최소한의 염치마저 언제든지 내버릴 수 있음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다. 국민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봐야 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날치기 와중에서도, 자격이 없는 ‘4+1’소위가 밀실에서 은밀히 주무는 와중에서도 여야 지도급, 또는 실세 의원들이 지역구 다지기에 필요한 예산을 최고 백억 대까지 ‘자의적’으로 증액 했다는 점이다. 정부안에 없거나 있어도 금액이 성에 차지 않아 ‘자의적으로’ 신설  또는 증액했다면 이는 항간에 떠 더는 ‘세금 도둑질’과 무엇이 다른지 알 길이 없다. 이른바 실세와 다선의 정치 지도급 인사들의 행태가 이러하다면 그들이 이끄는 정치의 앞날은 뻔할 수밖에 없다.

정치만 그렇다면 그런대로 참고 견딜 수 있으나 이 여파가 경제에까지 결정적 여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염치없는 일부 실세나 지도층 때문에 국가 경제가 멍이 든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초 슈퍼 예산은 적자 국채 발행으로 세입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 그럴 경우 내년 국가 채무는 사상 처음으로 8백조 원을 초과하는 기록을 세운다. 국내 총생산(GDP)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심리적인 마지노선인 40%에 육박하는 39.8%까지 올라간다.

정부 당국은 여전히 견딜 수 있는 선이라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경제에 관한 정부나 정책 라인이 밝힌 내용의 신뢰성을 생각할 때 무턱대고 따를 수 없는 측면이 남는다. ‘유니콘 육성, 인공지능 국가’라는 홍남기 부총리가 강조한 내년 경제 키워드 역시 마찬가지다. 친 노동 반 기업 노선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지 못한다면 기대할 수 없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예산에도 산업‧ 중소기업 ‧에너지 부문이 올 대비 26.4%나 증액돼 최고를 기록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돈을 그만큼 투입해도 경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데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투입된 자금 대비 효과가 미진한 것은 돈을 어디 썼느냐의 문제로 직결된다. 날치기로 처리한 예산의 관항목별 세부 내용은 여전히 깜깜이다. 돈을 아무리 많이 확보했다 하더라도 누가 어디에 얼마를 쓸지 아무도 모른다면 이것이야 말로 ‘주먹 구구 나라 살림’일 수밖에 없다.

아베 일본은 최근 26조 엔 규모의 경제대책을 각의에서 결정했다. 여기에는 포스트5G기술 개발이라는 꿈을 제시하고 있는것과는 대비된다. 기껏해야 ‘소부장’이라는 일본과의 통상 마찰 대책에 올인하면서 그 실적을 과대 포장해서 홍보하는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근거 법도 없는 데도 1조가 넘는 예산을 확보한 것 역시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경제학자인 하버드 대학 로버트 배로 교수가 ‘소득주도 성장은 소득주도 빈곤이며 한국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으로 과거 성공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따라서 날치기로 깜깜이 예산을 처리한 국회가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는 한, 지역구를 챙기는 데 급급한 실세와 정치 지도층이 반성하지 않는 한 국민은 이번 날치기로 경제 비전과 희망을 강탈당한 허탈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또 그 결과가 어쩔지는 ‘정치 9단’들과 실세들이 더 잘 알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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