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외이사, 이사회 ‘거수기’ 역할... 원안통과 99.7%
대기업 사외이사, 이사회 ‘거수기’ 역할... 원안통과 99.7%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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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에 소속된 사외이사가 ‘거수기’ 노릇을 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이사회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발표한 ‘2019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반면 실제 운영실태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56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250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810명으로 전체 이사 중 51.3%를 차지했다. 지난 2016년 사외이사 비중은 50%를 넘어선 이래 지속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 동안 이들 회사의 사외이사 이사회 참석률은 95%, 이사회 안건은 총 6722건이었다. 하지만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0.36%인 24건에 불과했다.

안건 가운데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은 755건(11.2%)으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해당하는 상장회사의 경우에도 이사회 원안 가결률이 10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내 위원회의 원안가결률은 총수 없는 집단(97.0%)보다 총수 있는 집단(99.6%)에서 2.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사실상 이사회가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사회 및 이사회 위원회 상정 안건들이 대부분 원안 가결되고 있어 이사회 기능도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총수 있는 49개그룹 소속 1801개 계열사 중 총수일가 이사등재 회사는 321개사(17.8%)로 나타났다. 총수일가는 주력회사(41.7%), 지주회사(84.6%),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56.6%)에 집중적으로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5년 연속 분석 대상 집단 21곳의 경우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4.3%로 2015년 18.4%보다 4.1%포인트 줄었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도 2015년 5.4%에서 4.7%로 0.7% 하락했다.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씨제이, 대림, 미래에셋, 효성,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한국타이어, 태광, 이랜드, DB, 네이버, 동원, 삼천리, 동국제강, 유진, 하이트진로 등 19개 집단은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계열사가 전혀 없었다. 이 가운데 10개 집단은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도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총수일가가 이사를 하지 않으면서 실제 경영활동에 참여하고 지배력 행사하려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 기업의 책임경영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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