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둑 배우' 김가은 "첫 연극 도전, 왜 이제야 했을까 싶어"
[인터뷰] '도둑 배우' 김가은 "첫 연극 도전, 왜 이제야 했을까 싶어"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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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던 연극 <도둑 배우>가 한국식 코미디로 중무장해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개막했다. 연극 <도둑 배우>는 한 유명 동화 작가의 집에 침입한 도둑이 여러 가지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런 상황들에 대처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둑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등장인물들은 서로 '착각' 속에 빠지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들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웃음을 주고 있다. 

본지는 극 중 동화 작가에게 원고를 독촉하기 위해 찾아온 유학파 출신 편집자 '안네' 역을 통해 처음 연극 무대에 오른 배우 김가은과 인터뷰를 통해 프로로 무대에 오른 소감과 이번 작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반갑다. <도둑 배우>를 통해 첫 연극 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A. 네, 안녕하세요. 사실 이번 연극은 그동안 계속해보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 대학교에서 연극 무대를 올라가 보긴 했어도, 진짜 배우로서 무대 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계속 무대 위에 올라가 보고 싶었는데 항상 기회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던 친구가 이런 작품이 있다고 소개해줘서 오디션을 보고 좋은 기회가 저에게 주어진 것 같아요.


Q.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과 무대 위에 오르는 것과 차이가 있을 것 같다.


A. 일단 기존에 제가 해왔던 매체와는 다른 곳이라 처음엔 적응이 안 됐는데, 조금 해보니까 왜 이제 했을까 싶을 정도로 저랑 잘 맞더라고요. 무대 위에 서는 것도 정말 재밌고 기분이 좋아져요. 이번 작품 이후에도 계속 연극을 해야 하나라고 생각이 들었을 정도랄까요? 영화와 드라마와는 다르게 관객과 팬들의 반응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고, 이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재밌게 느껴졌어요.


Q.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이 엄청나 보인다. 연습 과정에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을 것 같은데.


A. 확실히 이게 코믹극이라는 틀 안에 있다 보니 연습실 때부터 정말 연습하면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다들 연극과 뮤지컬에서 많이 활동을 하다 보니 제가 모르는 부분들을 잘 캐치해주시기도 했고요. 저도 첫 작품이다 보니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에서도 정말 재밌었고 모두가 다 으쌰 으쌰 해서 서사를 채웠기 때문에 더 즐겁게 작품에 임했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걱정이 되는 게 첫 공연인데 너무 좋은 기억만 있다는 거예요. 다음 공연을 하게 된다고 생각했을 때, 이런 즐거움이나 호흡이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고 있을 정도로 걱정되는 부분들도 있어요. 또 다르게 느낀 점은 정말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였어요.


Q.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부분들은 없었나


A. 딱히 어렵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 연습 기간이 있다 보니, 매일 연습을 하고 동료 선후배 배우님들과 합을 맞추고 하는 게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더 그렇게 느낀 것 같아요.


Q. 연극 <도둑 배우>에서 '안네'라는 배역을 맡았다. 약간은 엉뚱하지만 어떤 부분에선 당찬 캐릭터였는데, 실제 성격이랑 비교했을 때 닮은 부분들이 있을까.


A. 실제 제 성격이랑 안네라는 캐릭터랑 많이 비슷해요. 사실 안네라는 캐릭터가 정형화된 인물이 아니었어요. '어떤 직업을 가졌고, 성별은 여자고, 나이는 어느 정도 된다.'라는 코멘트만 있다 보니 준비하는 과정에서 캐릭터를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어요. 그래서 제가 연기하고 있는 '안네'는 저랑 많은 부분들이 비슷하죠. 연습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요? 대사는 당연히 신경을 많이 썼고, 화장실 갈 때 소리들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요. 매번 연습할 때마다, 날마다 소리들을 바꿨어요. 이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쓴 것 같아요.(웃음)


Q. 극 중에서 '안네'는 추리소설책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배우님은 어떤 책, 장르를 좋아하는 편인가.


A. 제가 실제로는 책을 안 좋아해요.(웃음) 추리 소설은 특히 더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소설은 잘 보는 편이 아닌데 추리 영화나 드라마는 또 즐겨보는 편입니다.


Q. 작품 속에서 안네라는 인물은 젊은 도둑과 많이 부딪히게 되는데, 그녀는 언제쯤 이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궁금하다.


A. 안네는 사실 끝까지 망상에 빠져서, 계속해서 의심하고 있을 거예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도 다 "이거 나 속이려는 거 아니야?"라고 의심하고 있는 거죠. 엉뚱한 면이 많아서 못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후반부에 가서 원고를 안 받아도 된다는 소식에 긴장감이 풀어지거든요.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혼자 추리하고 집중하고 있으면 주변 이야기를 잘 못 듣고 그러거든요.


Q. 작품 속에서 다른 배역을 맡아야 한다면?


A. 저는 외판원(세일즈맨) 역을 맡아보고 싶어요. 관객분들이 가장 많이 공감해주시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제 지인분들도 공연을 보러 오면 외판원 역을 가장 좋아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맡아보고 싶고 재밌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A.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대학생 때 무대 위에 올라가긴 했지만 프로로 데뷔하고 나서는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지인들이 공연을 보러 오면 제가 저런 것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첫 공이니까요?(웃음)

 

Q.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A. 극 중에서 극중극으로 '살인의 왈츠'라는 이야기에서 제가 두건을 써야 해요. 그런데 항상 그 두건이 자꾸 벗겨지는 실수가 나와요. 그리고 지난주에는 풀어져 있어야 되는 두건이 묶여있는 채로 있어서 겨우겨우 쓰고 이어갔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약간 힙합 하는 사람처럼 머리에 둘러쓴 적이 있죠. 그리고 자잘 자잘 하게 보스한테 보스라고 말해야 되는데 켄이라고 이야기하는 대사 실수들이 조금씩 있었어요. 방송 매체를 하다 보면 NG라는 게 있다 보니 끊고 다시 이어가는데, 연극은 실수한다고 멈출 수가 없다 보니 끝까지 잘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Q. 우리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혹은 메시지, 대사가 있다면?


A. 아무래도 저희 극에선 "아직 끝나지 않았다냥" 이 대사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 극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고 주제인 것 같아요.


Q. 이들은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아갈까


A.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을까요? 안네는 또 다른 작가에게 원고를 독촉하기 위해 가있을 거고, 외판원은 도미노를 팔기 위해 또 다른 집을 찾겠죠. 이들 모두가 끝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Q. 아직 공연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저희 공연은 정말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힐링도 되고 공연 내내 웃으면서 보시고 가실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연말 연초 내내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해드리는 공연이니까 공연장을 꼭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Q. 연말 연초, 이 작품을 통해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한다. 이 작품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내년 변화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A. 저는 연극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특히 더 이런 마음을 가졌던 것 같아요. 가족들을 만난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사실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아쉬움이 많았어요. 첫 공연을 끝냈는데 이제 시작인데도 뭔가 헤어질 것 같고 슬프더라고요. 그런데 주위 선배님들은 이제 시작인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냐고 했었죠.(웃음) 그럴 정도로 저한테는 이 작품이 행운인 것 같아요. 연말과 연초를 같이 보낼 수 있다는 점도 너무 좋고요. 이 선택이 저한테는 정말 좋은 기회였고, 내년을 정말 좋은 기운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차기작은 매체에서 볼 수 있을까? 아니면 뮤지컬 혹은 연극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을까


A. 아직은 모르겠어요. 일단 회사도 새로 구해야 하고 바쁜 일들이 많거든요. 그래도 확실한 건 공연은 계속하고 싶다는 거예요. 못해도 1년에 한 작품 이상을 하고 싶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뮤지컬은... 사실 해보고 싶기는 해요. 그런데 제가 노래를 썩... (웃음) 제가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또 안 그런가 봐요. 제가 20대 때 <그리스>라는 작품에도 도전했었어요. 어떻게 됐냐고요? 떨어졌죠. 그런데 제가 이게 징크스처럼 뮤지컬 오디션을 보고 떨어지면 다음에 하게 되는 매체 쪽이 잘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오디션을 보러 가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어서 준비해서 도전하면 항상 떨어진 기억이 있습니다. 다행히 다음에 이어진 작품은 잘 돼서 이게 징크스처럼... (웃음)


Q. 나는 관객 혹은 팬, 그리고 동료 배우들에게 어떤 사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A. 옛날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이야기했었거든요. 사실 이 말도 맞아요. 그런데 지금은 관객과 동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연기도 잘하고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극 <도둑 배우>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그러나 이 단순한 메시지 속에는 '위로'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삶의 고단함, 지침을 위로해주는 공연, 연극 <도둑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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