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경영권 위기론 '대두'
최태원 SK회장, 경영권 위기론 '대두'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9.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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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재산분할 맞소송 제기
崔, SK보유주식 42.29재산분할 결정땐 지배력 위기

[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인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일 서울가정법원에 이혼과 함께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42.99% 재산분활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금액은 1조 4000억원.  이혼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최 회장의 SK의 지분은 18.44%에서 10.7%로 줄어든다. 줄어든 지분 만큼 경영권 방어력이 약해진다는 점에서 향후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그간 휴화산이던 최 회장 일가의 후계구도와 지분을 둘러싼 분쟁도 예상된다.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지면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경영권을 위협하는 제2의 소버린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노 관장의 지분 분할 소송의 배경이 세 자녀의 후계를 위한 준비라는 분석도 나온다.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SK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의 세 자녀 모두 SK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다. 고 최종건 선대회장의 자녀와 손주들은 적은 양이지만 SK지분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

SK는 고(故) 최종건 회장이 창업했다. 자녀들이 채 성장하기 전인 1973년 타계했다. 따라서 그의 동생이자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다. 최종현 회장마저 후계자를 낙점하지 않은 상태에서 타계했다. 최종건 회장의 자제로는 작고한 장남 최윤원, 최신원 SKC 회장, 최창원 SK글로벌 부사장이 있고, 최종현 회장의 자제로는 최태원 SK 회장과 최재원 SK 텔레콤 부사장 등이 있다. 당시 그룹의 적통을 누가 이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SK 2세 다섯명은 별다른 충돌 없이 논의 끝에 최태원 회장을 추대했다. 이후 형제·사촌 간 우애가 좋아 20년 넘게 경영권 분쟁 없이 지내왔다. 

한때 재계에서는 이들 2세간의 알력 싸움이 시작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최종건 회장 자제들이 그룹 경영 일선에서 밀려나면서 독립을 시도한다는 내용의 소문이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정치비자금 문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2003년 영국계 소버린 자산운용에 의해 경영권까지 위협받고, 분식회계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최씨 일가는 단합을 외쳤다.

최태원 회장의 경영능력을 높이 산 최윤원 회장은 자신이 장자임에도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며 대주주 대표권을 양보해 힘을 실어줬다. 이때 형제 간 상속 분쟁이 있었다면 외환위기와 소버린 사태 등을 겪으며 그룹 해체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는 과거와 다른 상황. 최 회장이 혼외자 문제로 이혼소송이 진행되고, 부인이 이혼과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리더로서 도덕성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는 문제다.  이런 이유에서 재계 일각에서는 사촌간 경영권 다툼과 행동주주 펀드의 적대적 M&A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1월 27일 기준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SK㈜ 지분은 29.62%다. 이중 최태원 회장이 가장 많은 18.44%를 보유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을 비롯한 16명의 고 최종건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1.62%로 경영권을 위협할 만큼은 아니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은 이보다 더 많은 2.34%를 보유 중이지만, 이 역시 최태원 회장이 증여한 지분이기 때문에 형제간 우애가 틀어지지 않는 한 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노 관장이 요구한 지분은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42.4%에 대한 재산분할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친인척들의 우호지분(21%)을 합치더라도 최 회장의 영향력이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사촌, 형제간 지분 다툼이 벌어진다면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은 1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SK그룹은 2003년 영국계 펀드회사 소버린자산운용의 공격에 경영권을 위협받은 적이 있다. 당시 SK그룹은 분식회계 사태로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소버린은 SK의 2대 주주가 된 후 현 경영진의 퇴진, 부실계열사 지원 반대, 기업지배구조개선 등을 요구하며 경영에 직접 참여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경영권 방어엔 성공했다,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경영권 위협 사례로 꼽힌다. 최근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글로벌 아시아 기업을 겨냥한 공격이 늘고 있기 때문에 다시 공격받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전문가들은 SK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했기 때문에 헤지펀드가 경영권을 위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다. 그렇다고 분쟁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줄어들면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과거 소버린 사태때도 그랬듯이 경영권을 아예 빼앗길 상황까지 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박 교수는 "만약 후계과정에서 지분싸움이 일어날 경우 (헤지펀드가) 다른 주주와 연합해 경영권을 공격하는 일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원이 보수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노 관장의 요구대로 판결하더라도 그 지분만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으며, 경영권을 위협받기 싫은 최태원 회장도 의결권 없는 지분을 주는 식으로 협의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재산분할을 얼마나 인정해 줄지는 미지수다. 한국에선 이혼할 때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은 부부가 결혼한 이후 함께 일군 공동 재산이다. 한쪽에서 상속·증여받은 재산은 통상적으로 분할 대상에서 빠진다. 또 회사 경영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재산인지도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 대상은 부부가 함께 협력해 이룬 재산으로 국한됐다. 상속받은 최회장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최회장측은 더 나아가 경영권이 걸린 지분이라면 더더욱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칠 전망이다. 상속 지분을 재산 분할 대상에 넣을지 말지를 둘러싼 법리 싸움이 이번 이혼소송 초기 법정 공방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귀책 사유가 있는 최회장이 위자료를 당연히 많이 줘야 한다. 노관장의 요구가 정말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 논란도 있다. 또한 최 회장의 지분 형성에 노 관장이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증명하는 법정 다툼도 예상된다."며 "주식회사 지분은 공동재산으로 보지 않고 있는다. 다만, SK그룹의 지분형성 과정과 관련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치열한 법리다툼이 예상된다. 결국 양측이 합의점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 회장의 재산과 지분 형성에 장인이자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의 도움이 있었다는 점이 증명될 경우 노 관장의 요구대로 그룹 지분이 분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SK의 전신인 선경그룹은 섬유와 정유를 주력사업으로 삼았다. 제2이동통신 사업 진출하며 한 단계 더 도약한다. 이 시기 최 회장과 노 관장이 1988년 결혼한 시점이다. 노 전 대통령이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견해가 많다.

노 관장이 재판애서 완벽하게 승소해 1조4000억원의 주식을 확보하면 단숨에 국내 주식부호 30위 (2019년 포브스 50대 부자기준)로 올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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