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심 강할 때 주가는 급락하지 않는다
경계심 강할 때 주가는 급락하지 않는다
  • 동원증권 김세중
  • 승인 200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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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경계심 해제를 기다릴 때...동원증권 김세중
중국의 금리인상 효과는 높았던 관심에 비하면 평범했다. 쇼크가 아니었다. 지난 4월말 원자바오의 긴축 선언 때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4월말 원자바오의 긴축 선언으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가 일파만파 몸살을 앓았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번 금리인상은 잔잔한 파도만 일으키고 있을 뿐이다. 중국의 금리인상, 단지 기준금리를 27bps 올린 상징적 조치만이 아니라 대출 상한금리를 높여 실질적인 금리인상 폭이 커질 수도 있는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증시의 이 같은 무덤덤한 의외의 반응은 무엇 때문일까 가장 큰 이유는 ‘무방비와 경계심’의 차이이다. 지난 4월말의 긴축 당시에는 무방비 상태에서, 10월말의 중국 금리인상은 경계심이 높아진 상태에서 맞이한 이벤트라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지만 원자바오 총리의 긴축 발언 10일 전에 국제구리 가격은 폭락했지만 주식시장은 이를 무시한 채 상승세를 유지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긴축 폭탄에 휩싸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제 구리가격이 금리인상 20일 전에 급락을 했고 이를 중국 경계령으로 받아들이면서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6개월 전의 경험을 십분 발휘한 셈이다. 중국 경계령이 헛되지(?) 않게, 중국이 9년만에 금리를 기습적으로 인상했지만 이미 투자자들은 주가에 이를 반영시켜 놓아 새삼스럽게 놀라지 않았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긴축정책 효과의 차이이다. 사실 지난 4월의 긴축정책은 주요 과열 업종에 대한 직접적인 대출 규제와 제한이 그 골자였다. 이러한 직접적인 행정지도는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대출 제한으로 인해 골칫거리였던 고정자산 투자증가율이 하락하는 등 긴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WTO 가입 등과 관련하여 금융자유화 일정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으로서 이러한 원시적인 직접규제 정책을 계속 끌고 갈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직접규제로 인해서 자금수요는 지하금융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중국 당국은 금리인상이라는 시장친화적(market-oriented approach)이면서 제도권 금융에 우호적인 정책을 내놓았는데, 결국 금리인상은 충격이 컸던 4월의 직접 규제와는 그 효과 면에서 차원이 다른 셈이다. 금리인상의 이면에는 직접적인 대출제한과 같은 행정지도를 다소 완화하겠다는 의지도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같은 고성장 국가에서 투자는 이자율에 비탄력적이다. 따라서 이번 중국의 금리인상 조치는 중국의 투자 규제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원자재 및 중간재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실제로 중국의 금리인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제 구리 가격(옆 그래프)도 안정적인 상승을 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소재주의 중장기적인 모멘텀이 완전 소실되었다고 보는 것은 유보한다. 다만 중국의 금리인상 정책이 투자 수요의 급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중국의 연착륙 진행 과정에서 중국발 수요 모멘텀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데다가 중국 자체의 공급(9월중 중국은 철강 net exporter로 변신)물량도 늘어나고 있어 소재주의 본격 매수를 감행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중국의 금리인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마지막 이유는 미국의 대선 임박이다. 미국의 대선이라는 변수가 다가온 터라 글로벌 금융시장은 4년만에 ‘대선 뚜껑’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8~14일 사이에 진행되었던 메릴린치의 글로벌 펀드메니저 서베이 결과를 보면 56%가 부시 승리를, 25%만이 케리 승리를 예상했는데, 이것은 당시까지의 컨센서스를 나타낸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펀드메니저의 선호도를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부시의 승리가 월가 자본주의의 기호에 부합하는 것이다. 하지만 케리의 당선도 당장은 주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어도, 과거 민주당 집권기에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장기적으로 주가상승률이 좋았다는 통계를 보면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양 후보간의 경제정책상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오히려 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2000년 대선의 재판이다. 선거 결과를 알 수 없는 혼선(election gridlock, 확률적으로 6%의 발생 가능성 추정)만 피한다면 증시는 미국 대선을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시장은 중국의 금리인상이라는 어려운 1차 관문을 통과했고 이제 미국 대선이라는 2차 관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설혹 대선 혼선이 발생한다고 해도 이미 경계령을 울린 금융시장이 2000년의 재판으로 돌아갈까. 지금 시장은 중국의 금리인상과 마찬가지로 미국 대선에 대해서도 무방비보다는 경계심으로 무장한 상태이다. 이제는 경계심 해제를 기다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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