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KPMG, 이재용 경영승계 위해 삼성에 ‘분식회계’ 제안
삼정KPMG, 이재용 경영승계 위해 삼성에 ‘분식회계’ 제안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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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연루된 회계법인 중 삼정KMPG(이하 삼정)가 삼성물산에 삼바 재무제표가 설립 당시부터 부풀려졌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정은 삼성물산 측에 누락된 부채를 반영하고 재무재표를 수정해야한다고 보고했다가 부채 반영을 누락하는 현재의 ‘분식회계’ 방안을 제시하는 등 말을 바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삼정, 삼바 분식회계 삼성에 건의

2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삼정은 삼성 측에 부채 반영을 누락하는 분식회계를 제안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11월 문건’에는 삼바의 ‘계약서 은폐’로 콜옵션 부채가 누락됐다는 것을 자세히 설명하고 분식회계를 추진 중이라고 언급한다.

이 문건은 2015년 11월에 작성된 것으로 같은 해 9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정이 콜옵션 조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 때다. 삼정이 재무제표에 부채를 반영할 경우 삼바가 자본잠식 상태가 된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회피 목적으로 분식회계라는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기업가치가 오르면 그만큼이 회계상 부채로 책정된다. 하지만 삼바는 콜옵션을 생략하고 투자자 등을 시장에 알리지 않았다.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갑자기 바꿨다. 4조5000억원에 달하는 회계상 이익을 거둔 것이다.

이 같은 행위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했다고 보고 있는 검찰은 삼정뿐만 아니라 딜로이트 안진 소속 회계사들에 대해 소환조사한 바 있다.

삼바에 연루된 삼정과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들은 지난 4월 조사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미국 업체 바이오젠과의 합작과정에서의 콜옵션 약정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미국 제약사인 바이오젠과 삼바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삼바는 당시 바이오젠에 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부여했다. 콜옵션은 주식을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일정 가격에 지분을 넘기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삼바가 콜옵션 존재를 고의로 숨긴 것이라고 판단해왔다. 그러나 삼성 측은 “위법이 아닌 외부 전문가와 협의를 통해 회계기준을 적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분식회계 명확한 물증 나와”

삼정은 콜옵션 조항를 알게 된 이후에도 삼바가 ‘비밀유지’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을 숨겼다고 한다. 삼정은 “2014년 기말감사 시 삼정은 바이오젠의 텐-케이(10-K) 보고서를 통해 콜옵션 존재를 처음 인지하고 상기 계약내용에 대해 (삼성바이오에) 문의하고 계약서 전달을 요청”했지만 “로직스는 계약 상대와의 비밀유지 약정을 사유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진행 과정에서 안진과 삼성물산 담당자가 자료요청 및 인터뷰를 위해 로직스와 에피스를 직접 방문했으나 계약서 전문을 제출받지 못하고 일부 계약서 문구의 발췌본만 수령했다”고도 설명했다.

삼정은 삼바의 재무제표에 대규모 부채를 반영하게 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로직스는 당기 중에 지배력 상실을 초래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이어 삼정은 “에피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삼바 분식회계 의혹이 고의적이었다는 명확한 물증이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안진과 삼정 일부 회계사들이 검찰 조사에서도 진술을 번복하고 명확한 문건이 드러난 이상 검찰의 수사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바와 삼정·안진 회계법인 등은 지금까지 콜옵션 조항에 대해 부채로 반영할 필요가 없어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문건에서 삼정은 “(2015년) 9월께에 에피스의 미국 아이피오(IPO·기업공개) 추진 과정에서 계약서 공개를 적극 요청해 에피스로부터 계약서 전문을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부채로 반영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은 사실상 거짓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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