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경원 “민식이법 안 막아”는 한국당 무덤파기
[기자수첩] 나경원 “민식이법 안 막아”는 한국당 무덤파기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9.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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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민식이법 막았다’는 비판에 지난달 30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해 본회의 개의를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는 당사자와 다수의 민심조차 읽지 못해 안타깝다고 지적하고 싶다.

나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민식이법을 막았다! 자유한국당이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았다! 여당은 이런 거짓말들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며 “말은 바로 하자. 한국당은 민식이법, 해인이법, 각종 민생법안, ‘우선 처리’하겠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실제 '민식이법'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어린이 안전법안 등 각종 시급한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자는 요구를 차갑게 외면한 쪽이 바로 여당"이라고 한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안전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덕분에 민식이법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자유한국당 덕에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부모님들의 의견이 무시됐다는 비판이다.

민식이법은 여야 합의로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한 민생법안들 중 하나다.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김민식 군 (당시 9세)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발의됐다.

지난달 29일 민식이법과 관련해 유가족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민식이법 통과를 주장해온 피해 어린이 부모들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아이들을 협상 카드로 절대 쓰지 말라"며 "당신들이 그렇게 이용하라고 아이들의 이름을 (법안에) 붙여 준 게 아니다"고 말했다.

'민식이법', '태호·유찬이법(어린이 탑승 차량 의무 신고)' 통과를 요구해온 김태호 군의 어머니는 "공수처(고위공직자수사처)법, 선거법과 관련해 민식이, 해인이, 하준이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이들의 이름을 거론한 것에 대해 사과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 이소연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국회에 와서 국회의원을 만나고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정치는 국민들이 해야 할 것 같다”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한 거 사과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고 최하준군의 어머니 고유미씨는 “저는 어제오늘 우리나라 정치의 민낯을 봤다”며 “나 원내대표는 아이들의 목숨과 거래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 누가 하는지 얼굴 좀 한 번 보시길 바란다”고 했다.

기자는 나 원내대표가 ‘민식이법’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읽지 못한 걸로 해석된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실상 위기다. ‘단식 투쟁’조차 정치권에서 비판 받고 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이 같은 비판이 지속된다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이길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나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이 뿐만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신속처리안건이었던 ‘유치원 3법’도 사실상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학부모들은 “할 말을 잃었다”고 비판한다. 

나 원내대표가 이달 국회 정론관에서 ''민식이법' 사과 기자회견' 또는 제대로 된 해명을 통해 민심을 잡는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면 한국당의 '무덤파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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