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위해 사실상 ‘주가조작’ 계획...증권사 압박했나
삼성, 이재용 위해 사실상 ‘주가조작’ 계획...증권사 압박했나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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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경영승계를 위해 ‘주가조작’까지 하려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지난 2015년 4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직전 국민연금공단을 포함한 주주들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인위적인 시세조종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적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사안에 대해 들여다봐야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검찰의 칼끝이 이재용 부회장을 향하고 있으나 ‘조국 수사’로 사실상 제동이 걸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 ‘주가조작’

삼성의 컨트롤타워였던 미전실은 지난 2015년 4월 ‘M사 합병추진안’이라는 것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7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 문건은 총 14쪽으로 구성돼 있다. 문건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절차 및 구체적인 일정까지 적혀있다. 한겨레는 이 문건이 과거 미전실 문건과 양식이 동일한 것으로 알려져 그룹차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이 문건이 작성된 후 한 달 뒤인 2015년 5월 26일 합병 사실이 이사회를 통해 알려졌고, 같은해 7월 17일 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까지 합병 마무리 계획을 세웠다. 합병계획이 발표되었던 시키는 삼성물산의 주가가 가장 낮았던 시키였으나 제일모직의 주가는 고평가됐던 시기다.

법에서 정해진 비율에 따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1:0.3500885가 되었다. 즉, 삼성물산 주식 한 주의 가치는 제일모직 주식 0.3500995 주의 가치와 같으며 제일모직 한 주의 가치는 삼성물산 한 주의 가치에 3배가 되는 것이었다. 이는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해가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삼성은 합병추진 문건에서 합병비율에 대한 국민연금 등 삼성물산 주주들의 문제제기를 예상했다.

이를 막기 위해 합병 결의 후 “주가 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명시했다. 삼성은 “(국민연금이) 제일모직 주가가 삼성물산 대비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었다고 합병비율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 주가는 물산 총자산의 0.7배, 모직은 3.4배”라고 밝혔다. 이는 삼성이 삼성물산이 총자산에 비해 주가가 과소평가되고, 제일모직은 과대평가되었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삼성은 구체적으로 공개될 주가 호재요인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가능성, (삼성물산) 건설 수주 발표 등”을 들었다. 합병 결의 앞뒤로 악재성 정보와 호재성 정보를 선택적으로 공개해 사실상 인위적인 ‘주가조작’을 계획한 것이다.

증권사까지 압박했나

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는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긍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했다.

특히 윤용암 전 삼성증권 사장은 2015년 6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협의회 출근길에 “(엘리엇이 문제삼는)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명문화된 사안으로 누구도 건들 수 없다.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합병시점에 대해서도 “지금이 아니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며 합병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엘리엇은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주주총회 결의 금지 등 가처분 소송 심리에서 “삼성물산 주식 저평가, 제일모직 주식 고평가된 합병안은 제일모직 주주들에게 7조8000억원을 부당하게 ‘부의 이전’ 형태로 이동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증권사들 중 유일하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냈다. 김철범 전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시 보고서를 통해 합병산정비율을 이유로 국민연금도 ‘반대’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김 전 센터장은 2016년 보고서를 작성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찬성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 전 센터장은 세계 1, 2위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가 잇따라 반대의견을 발표한 것과 국내에서 국민연금이 의결권 자문을 의뢰하는 서스틴베스트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까지도 반대의견을 낸 생황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증권사에 압력을 행사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긍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화투자증권이 삼성의 압력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20곳이 넘는 증권사들이 합병에 긍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삼성이 압력을 증권사들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도 돌은 바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사장이었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2016년 12월 ‘최순실 청문회’에서 한화와 삼성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주 전 사장은 “우리나라 재벌들은 기본적으로 일종의 조직폭력배와 운영하는 방식과 같다”고 비판했다.

본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긍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들에게 “삼성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보고서를 작성했으냐”고 물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 A씨는 “삼성으로부터 연락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긍정적인 보고서를 써야 된다는 무언의 압박 또는 그런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 B씨는 “솔직히 한화투자증권만 부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했을 때 놀랐다. 윗선이나 삼성의 연락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당시 여론과 분위기 자체가 긍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해야만 했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삼성 수사가 빨라져야한다고 강조한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최근 대법원 파기환송에서도 경영승계 작업을 인정했다. 문제는 검찰의 ‘삼성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제대로 알려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승계 작업에 이재용 부회장이 얼마나 깊숙이 관여했는지 검찰이 최대한 빨리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삼성 ‘주가조작’ 행태가 불법적인 행위라고 지적한다.

특수통 검사출신 서초동 한 변호사는 “삼성 문건만 보면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주가조작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재용(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고 국민연금은 수천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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