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나무만 보면 경제 숲은 시들게 마련이다
[이원두 경제비평] 나무만 보면 경제 숲은 시들게 마련이다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9.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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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경기는 바닥을 쳤는가? 기재부가 발행하는 그린 북에서 ‘경기 부진’이라는 용어가 사라졌는가 하면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년 초부터는 경기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동조하고 나섰다. 그렇게만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기재부와 KDI의 시각 변화에는 청와대가 먼저 ‘경기반등 론’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족보 있는 이야기’라고 강조한 이래 8개월 만에 다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표현과 함께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소주성 성과라고 밝힌 것은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 동향조사에서 최저소득층(1분위:하위 20%)의 소득이 4.3%나 증가한 점이다.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도 5.37에서 5.52로 줄어든 든데 크게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 또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재단인 세계경제포럼(WEF)이 한국의 거시경제안정성이 세계1위에 올랐다고 평가한 점도 보탬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당국이나 국책연구기관의 이러한 시각 변화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점에 민간 연구기관이나 단체의 대다수는 동의하지 않거나 동의 못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내년 초부터 경기가 좋아 질것이라는 입장을 내 놓은 KDI조차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되더라도 만간부문의 활력은 여전히 부진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따라서 장책당국은 정치적 입장에서 나무만 보면서 숲 전체를 진단하고 있다는 비판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각종 지표 역시 ‘경기바닥 론’을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선 4.3%나 중가 되었다는 최저소득층의 소득 내용을 보면 근로소득은 오히려 1년 전보다 6.5% 줄어든데 반해 정부가 지원한 이전소득이 11.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은 자신이 직접 일해서 버는 돈인 반면 이전 소득은 심하게 말해서 ‘불로소득’이다. 정부가 재정을 풀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소득이기 때문에 결국 세금으로 메워준 것과 다르지 않다. 소주성의 성과가 나타났다고 무턱대고 반가워할 일이 못 된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의 견인 역할을 할 수출은 11월에 들어서도 지난 10일까지만 20.8%가 감소함으로써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 해 1.9%에 머문 민간소비 증가율이 내년엔 2.1%로 증가할 것이며 작년 –2.4%,올해 –7.2%를 기록한 설비 투자 역시 내년엔 8%로 반등 할 것이라는 것이 KDI의 전망이지만 이 자체만으로는 2017년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경제성장이 둔화된 동안 한국증시의 시가총액도 2017년 세계 69개국 가운데 13위에서 작년엔 14위, 올해는 15위로 계속 뒷걸음질 친 것으로 세계 거래소연맹(WFE)자료에서 밝혀졌다.

정부 여당이 홍보했던 WEF의 한국의 거시경제 안전성 역시 1위가 무려 33개국이나 되고 ‘정부의 정책 안정성 확보 능력’은 76위, ‘정부의 변화 적응력’36위, ‘정부 규제가 기업 활동에 초래하는 부담’부문은 87위다. 거시경제 안전성은 단지 물가상승률과 국가 채무만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정부능력 평가에서 중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마땅한데도 애써 외면한 데서 정부여당의 고충을 읽을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앞세운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본 방향은 ‘친 노조’로 설계되어있다. ‘주 52시간’만 해도 자영업을 포함한 기업 측의 반발이 거센 데도 정작 이 정책을 도입한 정부나 여당은 ‘보완 책’에 야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총 정책 간담회에 나온 김상조 대통령 정책실장은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음’을 전제로 노사정이 협조해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보완책이 부족하다는 송 경식 경총 회장과는 상당한 입장 차이를 보인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이 타결되어도, 결렬되어도 그 후유증은 한국 수출의 감소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 내외의 공통된 분석이며 경제성장률이 0.34%포인트 하락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경제의 내외 여건은 올 해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시계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내년 성장률이 올 보다는 개선되더라도, KDI전망대로 2.3%성장을 기록하더라도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경기 개선론강조는 부적절하다고 봐야 한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 특히 정부 여당이 조급한 나머지 나무만 보면서 숲 전체가 건강하다고 주장한다면 결국 그 숲을 시들게 하는 결과를 재촉할 뿐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런 어리석음은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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