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대기업 해외법인·다국적 IT기업 ‘정조준’
국세청, 대기업 해외법인·다국적 IT기업 ‘정조준’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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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역외탈세 1조3000억 추징... 정상거래 위장 탈세 조사, 국외소득 은닉, 편법 상속·증여 엄단

국세청이 신종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일부 대기업과 다국적 IT기업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또한 일부 중견자산가들이 변칙 자금을 활용해 해외부동산을 취득하거나 해외에서 호와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불공정 탈세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선다.

국세청은 20일 역외탈세·공격적 조세회피 혐의자 171명에 대한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대상자는 ▲신종 역외탈세 혐의자(60건) ▲자금출처 내역이 명확하지 않은 해외부동산 취득자(57건) ▲해외 호화사치 생활자(54건)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해외현지법인과의 정상거래 위장 자금유출, 비거주자 위장 탈루 등 신종 역외탈세 뿐만 아니라, 다국적 IT기업 등의 공격적 조세회피 행위도 중점 검증할 예정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역외탈세 및 공격적 조세회피 수법은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조세제도가 운영되는 국가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완전한 정상거래가 이루어진 것처럼 가장해 법인자금을 유출하는 것이다. 또한 다국적 IT기업이 조세 회피를 위해 마치 사업구조를 개편한 것처럼 위장해 소득을 해외로 빼돌리는 신종수법이 출현하고 있다.

과거 일부 대기업 사주일가에서 주로 발견되던 전통적 역외탈세 수법을 상대적 검증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 자산가들이 모방하고 있다. 국내거래 위주였던 중견 사주일가의 편법 상속·증여에도 해외신탁 취득 등 국제거래가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해외투자·외환거래가 용이해 지면서 은닉자금을 해외부동산 취득 등에 활용한 사례도 다수 포착되고 있다.

 

(자료=국세청 제공)
(자료=국세청 제공)

외국법인 A사는 국내 기업・개인 등을 상대로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기업으로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국내 계열회사들과 단순 지원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국내 계열회사들은 실질적인 계약체결권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기능만 수행하거나 계약체결권이 없는 것처럼 위장해 고정사업장 지위를 회피하고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세금납부 없이 국외로 부당 이전하다 적발됐다. 국세청은 A사를 국내 고정사업장 지위 회피 혐의로 법인세·부가가치세 등 수천억원을 추징했다.

 

(자료=국세청 제공)
(자료=국세청 제공)

 

빨대를 꽂아 빨아먹는 것처럼 사주가 기업의 이익을 편취하는데 이용하는 빨대기업도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내법인 B사는 해외거래처와의 원재료 매입시 사주가 100% 지배하는 C국 페이퍼컴퍼니를 중간에 끼워 넣어 허위 중개수수료를 지급했다. 사주의 현지 페이퍼컴퍼니는 중개용역을 제공한 사실이 없음에도 ‘커미션계약서’ 등 거짓 증빙을 작성하여 과세당국에 제출한 것이다. 국세청은 B사와 사주에게 법인세 등 수십억원을 추징하고, 사주와 법인을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

국내법인 D사는 해외합작회사 E사(빨대기업)의 지분을 외국기업에게 형식상 양도한 것으로 회계처리한 후, 실제로는 사주가 차명으로 계속 보유했다. 사주는 D사가 해외수출의 대부분을 빨대기업과 거래하게 하고 수출대금 일부를 회수하지 않았다. 빨대기업에서 미회수한 수출대금, 배당금 등을 사주가 관리하는 해외계좌로 빼돌려 법인자금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

 

(자료=국세청 제공)
(자료=국세청 제공)

 

국내법인 F사의 사주는 국내 주소, 가족 및 자산 등의 상황으로 볼 때 국내 거주자에 해당됨에도 잦은 입출국을 통해 국내 체류일수를 조절하여 비거주자로 위장한 ‘세금 유목민(Tax Nomad, 여러 나라에 체류하며 어느 나라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였다. 사주는 F사의 수출거래에 본인소유의 G국 페이퍼컴퍼니를 끼워 넣은 후 관련 소득을 탈루했고, F사는 H국 해외현지법인의 지분을 편법 회계처리를 통해 G국 페이퍼컴퍼니에 무상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 해외 금융계좌 신고제 시행과 해외부동산·해외직접투자 신고제도 확충, 역외탈세 근절을 위한 세법 개정 등을 통해 역외탈세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이후 매년 1조원 이상의 역외탈세 세금을 추징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1조 3376억원을 추징하는 최대 실적을 거뒀다. 특히 신종 역외탈세 행위에 강력 대처하기 위해 현 정부 출범 이후 4차례 역외탈세 273건의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해 현재까지 208건을 종결, 총 1조 573억원을 추징했다.

이준오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내외 정보망을 최대한 활용해 신종 역외탈세·공격적 조세회피를 끝까지 추적·과세하도록 하겠다”면서 “납세자의 고의적인 자료제출 거부·기피 행위에 대해서는 국세기본법에 따른 과태료를 적극 부과하고, 역외탈세자 및 조력자의 고의적·악의적 행위가 발견되는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고발 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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