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배우 조정은 "과거의 나를 마주하자, 지금의 내가 보였다"
[인터뷰] 뮤지컬배우 조정은 "과거의 나를 마주하자, 지금의 내가 보였다"
  • 조나단 기자
  • 승인 2019.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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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단독 콘서트 '마주하다'로 관객들을 만나게된 뮤지컬배우 조정은
꿈이 곧 '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꿈이 없어져도 나는 사라지지 않았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고민했던 만큼 좋은 공연 보여주고 싶어"

<로미오와 줄리엣> <미녀와 야수> <스핏파이어 그릴> <드라큘라> <모래시계> <엘리자벳> <레미제라블> 등 수많은 작품들에 출연해 큰 사랑을 받아왔던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데뷔 17년 만에 첫 번째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그녀는 첫 콘서트의 타이틀 '마주하다'에 대해 "지금까지 해온 작품 속의 저와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그 순간들을 같이 해준 관객들과 제가 마주하는 것이기도 해서 제목을 ‘마주하다’라고 지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공연의 역할로 만났다면 역할이 아닌 저로 만나는 첫 자리여서 저에게 의미가 커요. 저를 돌아본다기보다 그때의 저를 지금의 시점에서 마주하는 시간이지 않을까요"라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배우 조정은은 여배우라면 욕심이 날 만한 다양한 작품들을 이어왔다. 뮤지컬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관객들이 뽑은 최고의 여자 배우상을 세 번이나 차지하기도 했다. 그녀는 최고의 순간에서 한국을 떠나 영국으로 유학을 가기도 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그녀는 뮤지컬 <드라큘라>를 통해 다시 연기에 대한 재미를 찾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꿈이 곧 나 자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꿈이 없어져도 저는 저 그대로더라고요. 제 존재 자체가 없어지지 않았어요. 꿈은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거지만 저보다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저를 더 칭찬할 수 있게 됐어요.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보면서 '잘했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거죠"라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했던 뮤지컬 배우 조정은을 만났다.

​Q. 첫 번째 단독 콘서트 '마주하다'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A. 올해 제가 마흔이 되기도 했고, 콘서트 제안이 왔는데 지금이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해보겠다고 했던 것 같아요. 사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 중에서 스스로 미안하고 민망해서 다시 돌아보지 않았던 작품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저의 작품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게 됐었죠. 마주 보다 보니 작품을 하는 그 순간들을 같이 해준 관객들과 제가 마주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목을 '마주하다'라고 한 것 같아요. 그동안 공연 속에서 보였던 제가 아닌 '조정은'이라는 사람으로서 만나는 첫 자리여서 저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Q. 고민되는 부분은?

​A.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까 어려운 게 있죠. 그래서 마음도 오락가락하는 것 같아요. 저 혼자만의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최상의 컨디션에서 이야기를 전달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계속 공연 내용을 수정하고 있어요. 곡 순서도 아직 정하지 못했고요. 그래도 결국엔 저의 이야기를 전달해주고 싶은 거니까 이 부분을 생각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Q. 어떤 곡들이 나오는지 알려줄 수는 없나.

​A. 제가 참여한 작품의 곡들이 위주가 될 것 같아요. 몇몇 곡들은 제가 참여하지 않은 작품 속 넘버나 평소에 즐겨 불렀던 노래도 부를 것 같아요. 제가 여렸을 때부터 서정적인 노래들을 좋아했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이런 걸 좋아했나?' 싶은 노래를 부를 예정이에요.

​Q. 준비 과정에서 이끌렸던 넘버가 있을까. 아니면 이번 콘서트를 이야기할 수 있는 넘버는?

​A. 이 넘버를 무대에서 하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맨 오브 라만차>라는 작품에서 알돈자가 부르는 넘버에요. 돈키호테가 알돈자한테 불렀던 그 이름을 마지막이 돼서야 알돈자가 다시 돈키호테한테 이야기하는 장면이죠. 가사에서 "당신이 찾아낸 여인, 둘시네아"라고 말하거든요. 이 가사가 많이 다가왔던 것 같아요. 이게 어떻게 보면 관객들이 저를 끄집어 내주는 것과도 같은 의미가 될 수 있었거든요. 절 긴장시키기도 하지만 저라는 사람, 배우를 일깨워주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넘버, 이 가사가 많이 생각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넘버이기도 하고요.

​Q. 최근 활동이 뜸했다.

​A. 제가 조금 단순하다고 해야 할까요. 하나를 하면 그것에만 집중해야 하거든요. 뭔가를 습득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마음을 여러 개로 쪼개질 못하죠. 다른 배우들처럼 다작을 못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한 작품에 들어가게 되면 '내가 이걸 잘 풀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고치려고 노력 중이에요. 한 번에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잠깐이라도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Q. 이번 콘서트를 통해 과거에 아쉬웠던 작품들을 되돌아봤다고 이야기했다. 어떤 작품들인지 알 수 있을까

​A. 좀 전에 말했던 <맨 오브 라만차>도 아픈 손가락 중에 하나에요.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돌아보게 됐던 것 같아요. 다시 돌아보면서 '정말 잘했다' 정도는 아니더라도 '애썼다' '최선을 다했다'라고 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이 작품을 통해서 많이 성장하고 배울 수 있었다는 생각도 하게 됐죠.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작품의 규모에 상관없이 저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만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반대로 좋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작품은?

​A. 뮤지컬 <드라큘라> <엘리자벳> <모래시계> <맨 오브 라만차>라는 작품 들을 맡았을 때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엘리자벳>이라는 공연을 할 때 배우로 활동하면서 항상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이 완벽하게 맞춰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공연이라는 게 매번 똑같을 수 없고, 다시 해보려고 해도 막상 하게 되면 그 느낌이 안 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수원에서 마지막 공연을 할 때였는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모든 걸 내려놓고 무대 위에 올라갔던 것 같아요. 막공이었지만 그때 처음으로 퍼즐이 완성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Q.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A. 제가 어렸을 때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 자체가 꿈이었어요. 지금 저는 어찌 보면 꿈을 이뤘다고도 볼 수 있죠. 그런데 꿈과 현실은 다르잖아요. 거기서 오는 고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었죠. 그런데 결국 제가 찾은 답은 제가 제일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일을 하는 거였어요. 그게 저한테는 배우였고요. 그래서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꿈이 중요한 건 맞거든요. 그런데 꿈이 곧 나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꿈이 없어져도 나는 남아있거든요. 예전에는 꿈이 없어지면 나도 없어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꿈은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거지만 나보다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아주 대단한 건 없겠지만 공연을 보러 오면 '오길 잘했다'라고 느끼고 갈 수 있게 노력할 겁니다.

Q. 배우 조정은이 아닌, 사람 조정은의 꿈이 있다면

​A. 꿈이라기 보다는 최근에 갖게된 생각인데, 빠른 시일 내에 결혼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제가 공연밖에 몰랐었어요. 그래서 어떤 한 작품에서 배역을 맡게되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죠. 그래서 다른 곳을 둘러볼 여유가 없던 것 같아요. 요즘 들어서 좋은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선택에 기로에 서 있을 때같이 고민해주는 사람이 생겼으면 해요. 괜히 만났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사람으로서는 더 성숙해질 것 같아요.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일단 콘서트를 잘 끝냈으면 하고, 조금의 휴식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내년에 새로 올라가는 작품들을 준비해야겠죠. 기회가 있으면 연극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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