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임기 반환점…문 정부 발목 잡은 ‘1%대 성장’
[이원두 경제비평] 임기 반환점…문 정부 발목 잡은 ‘1%대 성장’
  • 이원두고문
  • 승인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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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11월 11일부터 후반기 임기에 들어갔다.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아 골을 향해 속도를 높이는 시점에서 공과에 대한 평가는 시각에 따라 엇갈린다. 올 부터 이미 ‘1%대 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예측이 정설로 굳혀지고 있는 것이 정부 여당으로는 뼈아픈 대목이다. 고용, 투자가 계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어 기획재정부 조차 ‘7개월째 계속 경제부진’을 지적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 기업 가운데 ‘한국에 만족’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은 26%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맞은 시점에서 청와대 3실장(비서실장, 안보실장, 정책실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2년 반의 실적을 피력하면서도 경제 분야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기자 질문에 마지못해 ‘국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깊이 연결된 일자리정책의 체감 성과가 낮은 것이 현실’이라는 자평을 제시했을 뿐이다.

경제성장률이 사실상 반 토막이 난 책임을 정부에만 돌리는 것은 공평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미국 제일주의’로 유발된 세계 무역질서 훼손은 수출 주도형인 우리 경제에는 직격탄이 되었다. 우리 수출의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관세와 IT안보를 둘러싸고 ‘경제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수요의 격감과 거의 때를 같이하여 일본은 핵심 소재 수출규제를 발동, 이 분야 설비투자와 경쟁력 확보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부가 불리한 통계가 나올 때 마다 ‘해외 요인’으로 방어에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내년 미국 성장률은 1.8%, 중국은 심리적인 마지노선인 6%가 깨어질 것으로 예측 되고 있다. 그렇다고 경제 성장률의 둔화 책임을 모두 해외 요인에 전가 시키는 것은 결코 책임 있는 당국이 취할 태도가 아님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이럴 때 일수록 고집을 버리고 정책 기조를 재검토하는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 건 경제 슬로건은 ‘소득주도 성장’이며 핵심 과제의 하나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었다. 이어서 나온 것이 주 52시간 근로를 비롯한 친 노동 노선을 분명히 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소주성은 친 노동, 반 기업인 동시에 정부 주도 성장을 의미한다. 재정을 동원한 성장은 결과적으로 투자→ 생산→소비→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의 단절을 가져왔다. 소주성이 정부가 기도한 효과를 내지 못한 근본적 이유다. 경제는 정부가 할 일이 있고 민간이 할 일이 따로 있다. 재정확대, 그것도 복지 성 지출 확대는 결코 경제의 선순환 고리에 자극을 주지 못한다. 민간이 할 일을 정부 당국이 손을 대어 성과를 거두지 못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서울시의 ‘제로 페이’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 금융사의 카드 사용률은 24%인데 반해 제로 페이는 0.01%에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는 발로 뛰어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는 반년 제로 페이는 각종 ‘관제 혜택’을 제시하면서도 함께 설정된 공무원 특유의 면책용 안전판이 사용에 불편을 주기 때문이다.

경제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통계청장이 나서서 전년도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기상천외의 견해를 밝히는 것 역시 정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통계와는 다른 이야기지만 오죽했으면 대통령 직속 기구인 4차 산업 혁명위원장이 퇴임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 정부는 친기업도 반기업도 아닌 무기업’이라는 직격탄을 알렸을까? 또 내년 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인 514조로 편성한 것은 그만큼 재정을 확대한다는 뜻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60조에 이르는 국채 발행이 알려지자 당장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가 한 달 사이에 0.5%포인트나 올랐다. 국채 금리와 연동된 은행 대출금리 또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유발되고 있으며 이는 민간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한국은행은 재정승수가 1.27(1조원을 풀었을 때 GDP가 1저 2찬 7백억 원 증가)라고 발표했으나 국회 예산처는 0.49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낮춰 보고 있다. 확대재정을 무턱대고 받아드릴 수 없는 이유다.

유리한 점만 강조하는 정책은 이미 실패한 것과 다르지 않다. 통계가 나쁘게 나왔다면 정책기조를 재점검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시계열 단절’을 선언하면서 까지 합리화하려는 것은 책임 있는 당국자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이런 태도가 용납되는 한, 그리고 기존 정책 기조를 성역화 하는 한 우리 문 정부의 후반기는 말할 것도 없고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탄력 회복 또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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