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42화 - 꼼짝 못한 기자들
[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42화 - 꼼짝 못한 기자들
  • 이상우
  • 승인 2019.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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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 그룹이 전국의 농지와 야산을 닥치는 대로 사들여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바람에 잠자고 있던 농촌의 땅값들이 들먹인다는 모략적인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실려 있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할 작정이요? 회사의 이미지에 먹칠 한 것은 물론이고 당장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검찰에서 들이 닥칠 텐데 이걸 무슨 재주로 막아낼 작정이야? 어디 말 좀 해봐요!”

팽 상무는 벌떡 일어나 방안을 빙빙 돌며 고함을 질렀다.

제가 수습하겠어요. 좀 냉정을 찾으시죠.”

그러나 조민지는 미소까지 띠고 태연하게 말했다.

조민지 본부장이 이 일을 수습 하겠다고, 하하하... 웃기지 말아요.“

홍보담당 팽덕주 상무는 조민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기자들을 모아 놓는 일만 좀 도와주시겠어요?”

팽 상무는 너무나 태연한 조민지의 태도에 기가 막히고 화가 나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조민지씨는 기자들이 어떤 사람들이란 것을 잘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데, 기자란 사람들은 별종이란 말이야, 별종. 조민지씨 같은 햇병아리는 그들 앞에 나서면 웃음꺼리 밖에 되지 않아요.”

조민지는 자기를 형편없는 신입사원 취급을 하는 데 화가 났다.

조민지씨가 아니라 조민지 본부장입니다.”

좋아요. 본부장인지 된장인지. 기자들한테는 그런 시시한 감투는 통하지도 않아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우리 자신이 우리를 없인 여겨서야 되겠습니까? 영종 그룹 레저 산업 개발 본부장은 회사의 공식 직책입니다. 그 사람이 조민지든 팽민지든 직책을 비하해서는 안 됩니다. 본부장이 된장입니까?“

조민지가 들이대자 팽 상무는 더욱 화가 나서 까무라 칠 것 같았다. 그러나 심호흡을 한 뒤 마음을 조금 가라 앉혔다.

어쨌든 우리 회사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나 모아 주어요.”

덮어놓고 기자들만 모았다가는 더 큰 낭패를 당할 텐데.”

어쨌건 제가 책임을 질 테니 꼭 좀 부탁해요.”

조민지는 포기 하지 않고 끈질기게 팽 상무를 설득 시켰다.

이렇게 해서 조민지가 생전 처음 기자들 앞에 나서게 되었다.

회사 대응접실에 모인 기자들은 17-18명이나 되었다. 홍보실장이 먼저 상황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동안 곁에 앉아 있는 조민지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떨렸다.

그러면 구체적인 설명은 우리 회사의 레저산업개발추진 본부의 본부장을 맡고 있는 조민지 본부장을 소개합니다.”

조민지가 일어서서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기자들은 커피나 따르러 온 여자인줄 알았는데 그가 부본부장이란 말은 듣고는 눈이 둥그레 졌다.

아가씨 결혼 했어요?”

짓궂게 보이는 젊은 기자가 엉뚱한 질문을 했다.

어느 매체의 누구시죠?”

조민지가 입가에 약간의 미소까지 띄워 가며 너무도 태연하게 되묻는 바람에 질문한 기자가 오히려 머쓱해졌다.

반도 경제 신문 최 기잡니다.”

최 기자님이 혹시 총각이라고 하더라도 결혼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신사를 존경하거든요.”

하하하.”

한방 먹었어. ㅋㅋㅋ.”

갑자기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러나 그 한마디로 조민지가 만만한 여자가 아니란 것을 기자들은 모두 알아차렸다.

여러분은 우리 영종이 여느 회사처럼 부동산 투기나 해서 재별이 된 것으로 생각 하실지 모르지만 적어도 제가 입사한 이후에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조 본부장님은 이 회사에 언제 입사했습니까?”

조금 나이든 기자가 물었다.

일 년 삼 개 월 되었습니다.”

경력 사원 스카웃 케이스 입니까?”

아닙니다. 신입사원 공채였습니다.”

? 그런데 벌써 본부장까지 되었단 말이요? 승진 엘리베리터를 탔나?”

이 회사에 승진 엘리베이터란 없고 능력 엘리베이터란 것이 있습니다.”

조민지의 응수를 당할 수 없었던지 기자들은 더 이상 짓궂은 질문은 않고 진지하게 조민지의 설명을 들었다.

, 여기에 영종그룹이 그동안 사들인 전국의 땅 명세서가 있습니다. 이것을 보시면 우리 회사가 무슨 목적으로 이 땅을 사들이거나 임대를 했는지 아시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농지건 상대농지건 농지는 사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대지는 단 한 평도 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정부의 유실수 심기 운동의 과잉 권유로 심었다가 이젠 쓸모없게 된 감나무들을 비싼 값으로 사들여 농민을 돕는 일을 했습니다. 그 데이터는 여러분에게 드렸으니 참고 하십시오.“

와 말 되네.”

처음에 조민지를 비웃던 기자들이 이번에는 동감을 표시했다.

우리는 시세 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감나무를 사들였습니다. 정부가 추곡수매를 하듯이 말입니다. 정부가 권장만 해놓고 뒤처리를 못한 일을 우리가 대신했다고 말할 수도 있지요.”

그 여자 말 잘하네. 하지만 여보세요. 영종그룹이 자선 단체도 아니고 그것을 비싼 값에 사들여 무엇을 한단 말입니까?”

감나무를 가공해서 골프채를 만들어 팔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들인 값의 17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메탈 클럽 전성시대에 웬 우드 드라이브냐 하시겠지만 우리는 거기에 대한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전략 좀 설명해 주세요.”

그건 회사 기밀입니다. 꼭 알고 싶으면 우리 회사에 입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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