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먹구름' 낀 호텔롯데 상장에 경영기조 바꿨나
신동빈, '먹구름' 낀 호텔롯데 상장에 경영기조 바꿨나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9.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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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신문-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과감함’에서 ‘신중함’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도전을 강조한지 1년도 되지 않아 위기경영을 선언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올 상반기부터 글로벌 경제 불황이 닥쳤기 때문에 롯데그룹의 기조가 바뀐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신 회장의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에 따른 호텔롯데 상장에 ‘먹구름’이 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촉각 곤두세운 롯데

지난달 30일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은 150여명의 계열사 대표 및 임원들이 모인 경영간담회에서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황 부회장은 “향후 발생 가능한 외환 및 유동성 위기에도 철저해 대비해야 한다”며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장밋빛 계획이나 회사 내외부의 환경만 의식한 보수적인 계획 수립은 지양해달라”고 요청했다.

황 부장의 발언은 신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과감한 도전’과 대조된다.

올해 신년사에서 신 회장은 “한치 앞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가운데, 비록 실패하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먼저 직접 경험해보는 것 자체가 큰 경쟁력이 된다”고 밝혔었다.

롯데그룹의 미래전략이 '과감한 도전'보다 ‘효율성’을 앞세우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 이유는 양대 사업부문인 유통BU(비지니스 유틸리티)와 화학BU의 실적악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룹 핵심 계열사 실적 하락세

롯데쇼핑은 연결 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이 2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특히 할인점(롯데마트) 부문 2분기 영업손실은 339억원으로 전년 동기(270억원 손실)보다 적자폭이 24% 커졌다.

전자제품전문점 롯데하이마트 역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2% 감소한 701억원을 기록했다. 올 3분기에도 영업이익이 21.4% 줄어든 50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이런 현상을 대비, 지난 4월 유통계열사 7곳의 통합 모바일쇼핑앱 ‘롯데온(ON)’을 출범시키는 한편 사업부문별로도 30분 배송, 초저가 할인 이벤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그룹의 또다른 캐시카우인 롯데캐미칼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롯데케미칼에 대해 올 3분기 영업이익이 3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요 제품의 시황이 부진하면서 LC USA를 제외한 전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할 것”이라며 “특히 아로마틱은 PET 시황 둔화로 2분기 대비 59%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텔롯데 상장 ‘먹구름’

최대 사업장인 롯데면세점 실적도 좋지 않다. 롯데면세점 2분기 영업이익은 7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3%나 감소했다. 여기에 지난해 인천공항면세점 제1여객터미널 3개 매장 사업권을 반납한 후 회사의 시장 점유율 37.8%로 하락했다.

롯데면세점의 실적 하락은 신 회장에게도 민감하다. 호텔롯데 상장 및 지주체제 완성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의 현재 지배구조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일본계 지분 99%)를 양대 축이다. 신 회장은 일본계 지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지배권을 갖기 위해 지난 2017년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쇼핑을 분할합병해 지주사(롯데지주)를 설립했다.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체제 밖에 있던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입, 사실상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올해엔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롯데캐피탈 지분을 매각, 금산분리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숙제는 호텔롯데를 한국거래소에 상장, 일본계 지분율을 50% 밑으로 낮추는 것이었다.

그러나 롯데면세점 사업부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호텔롯데는 최근 잇따른 암초로 거래소 상장작업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신 회장이 롯데면세점 특허를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한 혐의(뇌물공여)에 대해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관세청은 관세법상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이를 취소할 수가 있다.

관세청과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월드타워점의 특허취소시 호텔롯데 지난해 매출액(5조4475억원)중 6분의 1가량이 빠지게 돼 상장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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