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IMF충고 ‘정책 실패 용납할 여유 없다’
[이원두 경제비평] IMF충고 ‘정책 실패 용납할 여유 없다’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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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는 항상 떼를 지어 몰려다닌다. 경제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정부가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한 직후 갑자기 대통령 주재로 경재장관회위를 소집,‘상황이 엄중하다’며 사회간접투자(SOC)를 중심으로 경기부양책 카드를 들고 나왔다. 홍 남기 경제부총리는 뉴욕에서 한국경제설명회(IR)를 주재한 것을 감안할 때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장관회의가 힘을 실어 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긴급 소집된 것은 우리 경제에 대한 낙관, 또는 자신감을 보여 온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 전망(WEO) 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2.6%에서 2%로 무려 0.6%포인트나 낮춘 데 따른 것이다.7월전망치보다도 0.2%포인트나 낮다. 분기별로 발표하는 IMF의 WEO는 ‘전 세계 90%의 국가와 지역 경제가 감속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면서도 내년 실질성장률은 3.4%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말하는 ‘해외요인’은 이처럼 분명하고도 강력한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무역전쟁 당사국인 미국 역시 올해 성장률은 전년보다 0.5%포인트 낮아진 2.4%, 내년엔 잠재성장률 수준인 2.1%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이미 정치적인 마지노선인 6%대가 무너질 위기를 맞았으며 선진국 가운데는 오직 일본만이 올해 0.9%, 내년 0.5% 성장률 전망치에 변동이 없다. 세계 경제의 양대 엔진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경제의 불안이 수출의존형인 우리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EU의 독일 역시 우리와 비슷한 사정이어서 재정의 여력이 상당히 낮아 진 것으로 IMF는 보고 있다.  선진국 전체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1.7%, 신흥‧ 개도국은 올해 3.8%, 내년 4.6%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한국 성장률을 지난 분기보다 0.6%포인트나 낮춘 것은 이례적이라면 이례적일 수도 있으나 그만큼 우리 경제정책의 효용성에 대한 평가가 낮았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경제가 이른바 ‘경기 악화기’에 접어듦에 따라 각국은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경제가 비록 탄력이 상당히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주목’에는 정부의 경제정책 향방을 포함 되어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뉴욕설명회에서 월가의 관심과 우려는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로 등을 중심으로 한 ‘친노동정책’에 집중 되었다. 홍 부총리가 ‘속도조절’로 무마에 나선 것은 사안의 심각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현재 세계경제는 투자와 수출 부진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위기를 맞고 있으나 이를 앞장서서 해결할, 이른바 견인 역할을 할 국가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쉽게 말해서 각자 도생하는 길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정부가 선택한 ‘각자도생’책은 SOC 건설 토목공사와 재정확대로 집약된다, 보수정권의 건설토목공사를 비판해 온 현 정부가 SOC로 경기부양에 나선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또 재정확대 역시 이 창용 IMF아태 국장의 말처럼  투자와 소비 부진의 악순환을 막을 효과적인 대응책이다. 그러나 재정 여력이 얼마나 되는 지가 문제다. 국가부채의 급격한 증가를 막자면 증세를 통한 세수확대가 필요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와 연관하여 홍 남기 부총리가 ’한국이 옛날처럼 3%대 성장은 어렵다‘고 한 부분은 비판의 여지를 남긴다. 잠재성장률이나 실제 성장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불과 3~4년 전이다. 어쩌다가 이처럼 단시일 안에 3%성장이 어려워진 것일까? 정부가 말하는 해외 요인은 불과 2년 전 부터다.

인도 출신의 IMF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기타 고피나드 (Gita Gopinath)는 한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내년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0.8%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이 12월로 연기한 추가관세 발동을 철회하더라도 세계 경기는 0.6%분의 하방 압력은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일하게 기대하는 부분은 주요국의 금리인하를 통한 금융완화이며 만약 이 조차 기대할 수 없다면 내년 전 세계 성장률은 0.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경기의 견인역할을 할 엔진이 없어진 것과 연관하여 IMF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코피나드씨가  ‘지금은 (정치 경제를 포함한)정책의 실패를 용납할 여유가 없다’는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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