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당국 징계 불구 '일감몰아주기' 논란 자초
금융사, 당국 징계 불구 '일감몰아주기' 논란 자초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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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금융사들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자사 임직원들이 친목 목적으로 설립한 행우회가 출자한 회사에 수의계약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임직원들이 이 같은 행위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배임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이 가입한 행우회 출자회사와 은행 부설사업 대행·산하 업무를 수의계약하고 있다.

먼저 KEB하나은행 행우회가 지분 약 95%를 보유한 물류업체인 ‘두레시닝’은 지난해 매출 439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하나은행과 326억원, 하나금융투자 13억원 등 총 33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한 수익으로 지난해와 올해 임직원들에게 4억2000만원씩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KDB산업은행 역시 행우회가 지분 100%를 보유해 설립한 ‘두레비즈’와 지난 2008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총 910억2100만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산업은행과 59억원 규모의 청소·건물관리, 경비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의계약을, 올해 상반기에도 73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IBK기업은행도 행우회가 설립한 ‘KDR한국기업서비스(구 IBK서비스)’에 일감을 몰아줘 감사원의 조사로 적발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건물청소서비스나 주차, 조경 등 일반적인 시설물 유지관리 계약은 일반경쟁을 통해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해 이 배당금은 100% 주주인 기업은행 행우회로 들어갔고 행우회에 가입한 기업은행 직원들의 스마트 기기 구입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은행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개선사항’ 지적조치를,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 “행우회 출자회사와의 계약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할 것”이라고 권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기업은행이 KDR한국기업서비스에 발주한 용역계약 규모는 약 1076억원에 달하고 이중 수의계약이 40%(약 427억원)을 넘어섰다.

민병두 국회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 행우회 운영 실태자료’를 보면 우리은행은 현직 임직원들이 출연한 법인이 출자한 우리P&S가 매년 수십억원에서 최대 100억원대 이상의 경비 업무를 수의계약하고 있다. 신한은행·SC제일은행·대구은행·광주은행 등도 행우회 출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이 행우회 출자회사에 하는 행태가 업무상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공공 성격은 물론 민간 은행이라고 해도 행우회 출자회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불공정 거래고 비정상적 가격의 거래라는 점에서 은행들의 배임 행위로 볼 수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경쟁입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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