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등에 독성물질 비스페놀A ‘범벅’... 국내 안전기준 없어
영수증 등에 독성물질 비스페놀A ‘범벅’... 국내 안전기준 없어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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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영화관 대기표·대형마트 영수증 등에 EU 안전기준 5~60배 초과

국내 단말기에서 출력하는 영수증, 순번대기표에서 생식 및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내분비계 장애물질 비스페놀A가 다량 검출됐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안전기준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감열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시료 18개 가운데 8개에서 EU의 인체 안전기준을 최대 60배까지 초과한 비스페놀A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비스페놀A를 생식독성 1B등급, 안구피해도 1등급, 피부 민감도 1등급, 1회 노출 특정표적 장기독성 1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EU는 2016년부터 비스페놀A를 제조‧판매‧사용 제한물질로 규제하고 있으며, 내년 1월부터는 중량 기준 0.02%(1g 당 200㎍) 이상 비스페놀A가 포함된 감열지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A은행 순번대기표에서 가장 많은 1만2113㎍이 검출돼 EU 기준치의 60배를 초과했다. B영화관 순번대기표에서는 1만1707㎍으로 58배, C만두전문점 영수증에서는 미인쇄영수증 1만154㎍, 인쇄영수증 9011㎍으로 각각 50배와 45배, D대형마트 인쇄영수증에서는 9971㎍으로 49배, E의류판매점 인쇄영수증에서는 8476㎍으로 42배, F주스 판매점 미인쇄영수증과 인쇄영수증에서는 각각 7839㎍, 7840㎍으로 39배 초과 검출됐다. 인체에 유해한 비스페놀A 용지가 대형마트, 영화관, 금융기관, 식당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제과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서점, 패스트푸드점 영수증에서는 EU기준치 이하의 극소량만 검출됐다.

감열지의 인체 안전기준을 마련한 국가는 EU를 비롯해 스위스, 미국 등이다. 스위스는 내년 6월부터 비스페놀A뿐만 아니라 비스페놀S에 대해서도 0.02% 초과 금지규정을 적용한다. 미국은 뉴욕과 코네티컷주에서 비스페놀A가 함유된 감열지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일리노이주는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감열지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다. 국내 영수증 발급 건수가 2015년 101억 1천만 건, 2016년 106억 9천만 건, 2017년 118억 4천만 건, 2018년 127억 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공산품의 안전관리를 나누어 담당하는 산업자원부와 환경부의 어느 부처도 감열지의 비스페놀A를 관리하고 있지 않다.

국내 정부기관에서 감열지 영수증과 대기표의 비스페놀A 함유량을 조사한 것은 신창현 의원의 의뢰에 따른 국립환경과학원의 이번 조사가 처음이다.

신창현 의원은 “전국의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때마다 만지는 감열지 영수증에 안전기준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하루 빨리 비스페놀A의 안전기준을 신설해 국민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비스페놀A의 안전관리 기준 마련과 소관부처 확정을 서두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장관은 “국민들이 비스페놀A 걱정을 많이 한다”며 “조만간 제품 유해성에 대해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관계부처와 협의해 소관부처를 정하고, (범부처) 제품안전정책협의회를 거쳐 빠른 시일 내 국민 건강을 지킬 기준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영수증 사용 자체를 줄이는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 전자영수증 발급하거나 비스페놀A 대체물질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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