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LG, 페이퍼컴퍼니 이용 ‘돈세탁’ 의혹
현대중공업·LG, 페이퍼컴퍼니 이용 ‘돈세탁’ 의혹
  • 오혁진 기자
  • 승인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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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신문 정치사회부-오혁진 기자] 현대중공업과 LG화학 등 대기업들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제투명성기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페이퍼컴퍼니의 돈세탁 거점으로 유명한 유키오 은행을 통해 수차례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투아니아 유키오 은행은 지난 2013년 자금세탁 등 금융범죄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폐쇄된 곳으로, 송금거래 내역 등이 유출된 바 있다. 전 의원은 유출된 자료의 일부를 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와 국제투명성기구의 협조를 받아 입수했다.

전 의원이 확보한 유키오 은행의 금융거래장부에는 현대중공업, LG, 한화, 금호 계열사 등 국내 대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확인된 의심 거래 내역만 2230여건으로 8425만달러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는 현대중공업이 114만 달러, LG화학 40만 달러, 현대엘리베이터 36만 달러, 한화 31만 달러, 금호타이어 24만 달러, 두산산업차량 18만 달러의 거래가 이루진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는 대개 2011년과 2013년 사이에 거래가 이뤄졌다. 모두 버진아일랜드의 Laston Trade Limited와 벨리즈의 Eviac Holding LTD라는 페이퍼컴퍼니에서 유키오 은행을 통해 국내 대기업에 송금된 내역이다. 특히 Eviac Holding LTD의 경우 유럽의회 자금세탁 조사 과정에서도 페이퍼컴퍼니로 밝혀졌다는 게 전재수 의원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돈세탁 의혹을 문제 삼기 힘들다는 것이다.

A기업 관계자는 "대금 일부를 받는 입장에서 '야 너네 탈세하는 거 아니야?'라고 얘기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했다.

지금도 같은 방식의 거래가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해외 거래 기업의 탈세 등을 도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폐쇄된 유키오은행과 페이퍼컴퍼니에서 들어온 자금이 어떤 돈인지 모른다는 면에서 위험한 거래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적인 조세포탈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유키오은행이나 이들 페이퍼컴퍼니가 각종 범죄자금의 통로였다는 점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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