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칼럼] ‘소주성’ 출구 마련 연착륙 고민할 때 왔다
[이원두 경제칼럼] ‘소주성’ 출구 마련 연착륙 고민할 때 왔다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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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에 경제동향과 관련 몇 가지 주목할 움직임을 보였다.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고용 상황이 양과 질 모두 개선되는 등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자신에 차 있던 것과는 반대로 ‘무역 갈등 심화와 세계 경제 하강이 우리 경제에 어려움을 주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낙관한 불과 4주 뒤에 어려움을 강조하고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면 아주 이례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한 직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공장을 직접 찾아가 ‘우리경제를 이끌어 줘 늘 감사하고 있다’고 격려한 것도 변화라면 변화에 속한다.

지금까지 각종 지표가 나빠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가 잘되고 있다든가, 다음 분기부터는 개선될 것이라는 등의 근거가 약한 낙관적 자세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인식의 현실화’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원인을 지정학적 리스크, 해외 요인에 돌리고 있는 것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문대통령은 경제의 어려움을 밝힌 자리에서 정부는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애로를 해소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면서 민간의 활력을 강조한 것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가 전개해 온 경제정책,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친 노동, 반 기업 성향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보완을 촉구하고 있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핵심으로 하는 탄력근로제는 정부가 주도해왔다.

이제 와서 국회의 법 개정이 늦어진다면 하위 법령 정비를 통해서라도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라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감이 없지 않다. 이는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한국정부의 진보정책으로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는 분석과도 대조되는 부분이다.

헤리티지 재단이 말한 ‘진보정책’이 바로 소득주도성장정책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미중 무역 전쟁, 영국의 EU탈퇴문제,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 심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 모든 책임을 미루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리기에바는 취임 첫 연설에서 ‘세계 경제가 현재 동시적 경기둔화에 빠져있다고 진단하면서 올 세계 경제성장률이 10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멜패스 세계은행 총재 역시 올 세계 경제성장률이 2.6%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면서 한국 독일 네덜란드 등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들이 기여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간접자본과 연구개발(R&D)등 재정지출로 성장률을 뒷받침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재정의 여우가 있는 국가로 한국이 지목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우리 재정상황이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을 만큼 튼튼한 것이냐 에는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가 발행한 ’월간재정동향 10월호‘에 따르면 국가채무가 한 달전에 비해 5조 7천억 원, 전년 말 대비46조가 늘어나 8월 현재 7백조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 총수입에서 충 지출을 뺀 통합재정 수지는 22조 3천억 원의 적자다. 나라 살림이 역대 최악 상황을 맞고 있어 세계은행 총재가 말하고 있는 세계 경제에 대한 한국의 재정기여는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판 ‘세계 경쟁력 보고’는 한국의 전체 경쟁력은 작년의 15위에서 13위로 상향 조정되었으나 노사협력 등 노동관계와 정부 규제분야는 하나같이 최하위 권에 머물고 있다.

노사협력(124→130),고용해고 관행(87→102), 임금결정 유연성(63 →84)정부규제부담(79→87)등 모두 작년보다 떨어졌다. 다만 근로자 권리분야만은 108위에서 83위로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성 노조와 정부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 ‘수출 설비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소비마저 둔화된 형편’이라고 진단하면서 2%대 성장률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진단을 내린 것은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어찌 되었든 집권 3년 차를 맞는, 그리고 총선거를 눈앞에 둔 지금이  소주성 연착륙을 위한 출구를 모색할 적기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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