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부실경영·뇌물수수…비리 복마전
LH,부실경영·뇌물수수…비리 복마전
  • 한승훈 기자
  • 승인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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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비리에도 징계수위 낮아지고 있어 개선 필요
직원 징계시스템 전면 개선하고 반부패제도 도입해야

올해 닻 올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변창흠號가 첫 국정감사 데뷔전에서 십자포화를 맞았다. 국감장에서는 채용비리, 뇌물공여, 반윤리적 유언장 작성 등 모럴해저드에 빠진 공기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고 해도 무관할 만큼 LH의 각종 비리가 터져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H의 모럴해저드를 시정하여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공기업이 될 수 있도록 조치 바란다”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오는 지경이다. LH는 왜 도덕적으로 해이한 상태가 되었을까?

뒷돈·룸살롱 향응 접대 받고 특정 업체 밀어주기
LH 직원들이 수억 원의 뇌물을 받고, 수의계약을 통해 LH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는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LH는 작년부터 올해 8월까지 경찰·검찰로부터 직원 11명의 뇌물·횡령 혐의를 통보받고 이들을 해임·파면하는 등 징계했다.
11명을 포함해 LH 직원의 내부 징계 건수는 2016년 11건, 2017년 21건, 2018년 33건, 2019년 8월까지 24건 등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이후 최근까지 대표적 비리 사례를 보면, A씨는 지인이나 직무관련자들로부터 투자 조언과 자문 제공 등의 명목으로 4차례에 걸쳐 1억3천150만원을 받았다. B씨는 공사 현장 납품을 청탁한 업체에 그랜저 승용차 렌트비 2천191만원(33차례)을 대신 내게 했다. 브로커 업체 대표와 납품 계약 성사 시 납품금액의 1.5∼2.5%를 받기로 하고 실제로 각 3천만원대 현금과 식사 등 향응을 받은 4명도 적발됐다. A, B씨와 이들 4명은 모두 파면됐다.
가장 심각한 도덕적 해이는 뒷돈을 받고 특정 업체의 공사 수주를 도운데 있다.
국토교통위 이현재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직 부장 등 직원 3명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경기, 인천 5개 신도시에서 진행되는 보도블록 공사를 특정 8개 기업이 수주하도록 도와주고, 그 대가로 각각 수 천 만원에 달하는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뒷돈 뿐 아니라 차량 리스비와 룸살롱에서 향응과 접대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직원들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파면 당했다. 하지만 LH측은 뇌물공여가 확인된 8개 기업에 대해서는 제재나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C씨는 LH의 아파트 무려 15채(수원·동탄·경남·대전 등)를 순번추첨 수의계약, 추첨제 분양 등의 방법으로 받아 본인과 가족 명의로 소유하고도 직원 의무 사항인 신고 절차를 밟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견책' 징계를 받자 스스로 회사를 그만뒀다
박홍근 의원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불법과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직원 징계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적극적인 반부패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파트 바닥두께 부실시공
최근 10년간 준공된 전국 LH 아파트 절반 이상의 바닥 두께가 표준 미달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송석준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준공된 전국 LH 아파트 52만8793가구 중 바닥 두께가 표준 미만인 곳은 28만225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53.4%에 달하는 것으로, 두 채 중 한 채의 바닥두께가 시방서 기준인 210㎜에 미치지 못하고 지어진 셈이다.
서울의 경우는 1만263가구 중 87%인 8935가구가 부실시공으로 조사됐다. LH 측은 2012년부터 층간소음을 개선하겠다며 벽식구조일 경우 210mm 두께의 바닥구조를 표준으로 정했지만, 상당수가 이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노인 유산 처분권 챙긴 유언장 작성
LH가 매입임대주택 거주 홀몸 노인들에게 유언장을 작성하도록 권유한 사실이 드러나 뭇매를 맞았다. 불량채권 발생이 우려되는 매입임대주택 거주 홀몸 노인들에게 LH에 유산 처분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하도록 한 정책은 국감에서 “반인륜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4일 LH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LH가 매입 임대주택에서 무연고 사망자가 나왔을 때 불량채권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니 홀몸 어르신들을 상대로 미리 유언장을 받고 있다”며 “이는 사람 아닌 행정 편의가 먼저인 제도”라고 비판했다.
유언장에는 ‘본인 사망 후 1개월 내 연고자가 유체동산을 처분 또는 수령하지 않을 경우 LH가 임의처분 한다’는 내용과 함께 유언 집행자로 LH를 지정하는 내용을 담도록 했다. 이는 거주 노인이 임대료 체납 등으로 임대보증금을 넘는 채무를 LH에 남기고 사망할 경우에 대비한 조치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LH가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임대주택 유증(유언증여)서비스 등 시행방안’을 마련해 임대주택 거주 무연고 고령자에게 유언장을 받아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독거노인에게 말벗, 민원 청취 등 편의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LH가 장애인 가운데 채용하는 ‘LH 홀몸어르신 살피미’가 유언장 작성 권유 역할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LH는 지난해 7건, 올해 8건 등 총 15건의 유언장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지난 5년간 LH 임대주택에서 고독사한 고령자는 167명으로 이중 무연고자는 단 2명에 불과했고, 이로 인해 실제로 발생한 불량채권이나 행정비용은 없었다”며 “불량채권 회수 등은 행정절차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주거복지를 책임지는 공기업에서 행정 편의를 위해 유언장을 받고 다닌다는 것은 반인륜 정책”이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친인척 단독 면접해 채용 논란
변창흠 사장은 직원들의 친인척 채용 논란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변 사장은 국감 중 “과거 채용절차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을 때 비정규직 채용절차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관련 직원들을 직위해제 했다”고 밝혔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LH의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A센터장의 친동생이 비정규직으로 지원을 했는데 A센터장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최고점을 줘서 합격했다. 또 B차장은 조카가 면접을 보는데 채용업무 담당자에게 채용을 부탁하고 조카만 단독 면접을 진행하게 해서 합격시켰고 C단장은 처제를 센터장에게 부탁해 1등으로 합격시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LH는 최근 대학생이 가장 들어가고 싶은 공기업 5위다. 공정과 정의가 무너진 것으로 기관장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변 사장은 “공정하게 절차를 마련하지 못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채용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지난 2일자로 채용비리 관련 직원 3명을 직위해제하고 심사원의 처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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