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조성구 古典政談⑧-방민지구 심어방수(坊民之口 甚於防水)] 백성의 함성은 권력으로 막을 수 없다
[영화감독 조성구 古典政談⑧-방민지구 심어방수(坊民之口 甚於防水)] 백성의 함성은 권력으로 막을 수 없다
  • 조성구 영화감독
  • 승인 201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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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뒷전인채 당리당략에 의한 정쟁에 휘말린 국회의 모습. 국회의원들에게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자료화면)
민심은 뒷전인채 당리당략에 의한 정쟁에 휘말린 국회의 모습. 국회의원들에게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자료화면)

 

권력에 눈먼 통치자가 나라를 망친다. 역사적으로 정치 지도자의 독선과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정책이 국가를 파국으로 내몰았고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이들 지도자의 실패는 국가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폴리처상 수상작가인 바바라 터그맨의 <독선과 아집의 역사>에 나온 내용이다. 

防民之口 甚於防水
방민지구 심어방수
정치를 비난하는 백성의 입을 막기란 물을 막는 것보다 더 어렵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事記)에 나오는 구절이다. 중국 주(周)나라의 이야기다. 공왕(共王)이후 아들 의왕(懿王), 아우 효왕(孝王), 다시 의왕의 아들 이왕(夷王)에 이르기까지 왕위 계승은 순조로왔다. 하지만 이왕이 집권 이후 국가는 부패하고 혼탁해졌다. 매관매직(賣官賣職)이 성행했다. 권력의 부패는 왕권이 무너트리기 시작한다. 이왕의 여들 여왕(厲王 BC877~BC841)에 이르러서는 나라의 질서는 한층 더 심란해졌다. 오만과 독선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특정인에게 이익을 독점케 하는 편파정책을 실시해 백성들의 원성을 샀다. 불만이 쌓인 백성들은 여왕을 비방하는 소문을 냈다. 왕은 불만을 퍼뜨리는 백성들의 처벌에 나섰다. 그래도 백성들의 입을 막을 수 없었다. 왕은 해괴망측하게도 무당의 독심술로 불만을 품은 백성을 색출해 탄압한다. 백성들은 불만이 있어도 밀고가 두려워 비방하는 사람이 줄어든다. 제후들도 왕의 조회에 불참하는 일이 빈번해진다. 왕은 기뻐하며 비방을 금지한 것이 정치를 자랑하는 것이라고 충신인 소공(召公)에게 자랑한다. 이 말을 들은 소공이 직언을 한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홍수를 막는 것보다 어렵다.(防民之口 甚於防水) 막혔던 물이 한꺼번에 터지면 피해가 엄청난 것처럼 백성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물을 다스리는 자는 물길을 터주고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말을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여기에서 방민지구 심어방수(防民之口 甚於防水)란 유명한 말이 나온다. 왕은 소공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국정을 운영하다가 결국 백성들에 의해 쫓겨난다.


현대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제2대 대통령이자 정치이론가인 존 애덤스(1735-1826)는 정치에 대해 “다른 모든 과학은 진보하는데 정치만은 옛날 그대로다. 지금도 3,000~4,000년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고 비판했다. 애덤스 사후 193년이 지났지만 정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역사적 오류를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사는 어떤가.

흑역사(黑歷史)는 남의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군사쿠데타, 친인척⦁측근비리, 서거, 구속수감, 국정농단, 탄핵, 자살 등으로 얼룩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됐다. 비선실세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에 의해 언로가 막혔고 국정농단이 된 것이 이유였다. 촛불시위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권좌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께선 백성들에 언로(言路)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가 의심스럽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이후 국론(國論)은 분열되고 민심(民心)의 이반(離反)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소수성), 복지정책 실패로 경제 위기를 몰고 왔다. 소상공인, 중소 기업인들은 못살겠다고 난리다. 굶주린 백성들의 목구멍은 포도청이다. 일각에선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베네주얼라와 같은 국가의 몰락, 국가재정의 파탄(National Debt)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또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계기로 진영싸움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정치 쟁점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매주 휴일이면 광화문에 조국 법무장관 사퇴와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에 문을 닫았다. 자신과 이념이 다른 세력의 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의사가 단호하다. 오로지 검찰개혁을 통해 자신의 통치이념을 실현시키겠다는 각오다. 이 같은 대통령의 행보가 위험한 도박이며, 민주주의 시스템을 무너트린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이라도 사회 시스템을 무너뜨렸다간 국가 자체가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리더는 소통해야 한다. 언로를 개방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정치는 완승이 없다. 일정 부분 양보와 타협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대통령에 바라는 것이 소박하다. 잘 먹고,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정치를 해달라는 것이다. 개혁이라는 미명아래 숨어 기득권을 행사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의 구절이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모든 권력은 대통령에게서 나온다. 대통령은 그 권력을 행사하든, 안하든 전적으로 자신의 맘이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에게 권력을 줄 뿐, 그 권력을 거두거나 통제할 방법이 없다. 대통령은 왕(王)의 권위를 능가하는 ‘제왕적 대통령((imperial president, 帝王的大統領)’의 권력을 누린다. 대통령의 신념에는 책임윤리가 뒤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화감독 조성구
영화감독 조성구

한국적 민주주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적폐'이다. 적폐는 척결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 권한에서 잠시 내려와 성난 민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함성욱 전 고대교수의 <대통령학>에서 말하듯  “대박치려하지 말고 작은 성리를 쌓아 나가고, 쓸데없는 정치보목 하지 말고, 행정의 달인이 아닌 입법의 달인이 되야 한다”는 말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상선약수의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임기 동안 국정을 편안하게 이끌면서 개혁을 완수하면 되는 것이다. 최고의 정치는 백성이 정치를 잊는 것이다. 최고의 선정은 백성이 왕을 잊는 것이다. 분열된 국론을 통합시키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도록 대통령이 편한 정치를 하면 된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뉜 민심이 하나가 되어 통합된 대한민국을 향해 재도약하길 기대해 본다. (조성구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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