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 회장‘수렴청정 논란’...차기 회장 선임 구설수
KT 황창규 회장‘수렴청정 논란’...차기 회장 선임 구설수
  • 한승훈 기자
  • 승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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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새노조 "후계자 임명절차, 황창규 적폐경영 감추기"
차기 회장 인선 돌입...11년 만에 내부출신 회장 나오나

내년 3월 황창규 KT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KT의 차기 회장 선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가 ‘차기 CEO 선임 프로세스’에 착수한 가운데 이러한 절차가 황창규 회장의 적폐경영을 감추기 위한 후계자 임명 절차가 아니냐는 주장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KT황창규 회장)
(KT황창규 회장)

차기 회장 선임 공정성 논란
KT는 지난 4월 ‘차기 CEO 선임 프로세스’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10명 안팎의 사내 후보군 검증 작업을 진행한 KT는 현재 내부 인사평가를 거의 마치고, 조만간 외부 인사 추천을 할 것으로 전해진다. KT는 올해 안에 차기 회장을 내정하고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식 임명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 4월 KT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 착수 발표는 많은 관심을 모았다. KT가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한 절차를 외부에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었고, 과거와 비교해 선임 절차에 들어가는 시점도 매우 빨랐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는 KT와 황창규 회장에 대한 여러 의혹이 불거진 시점이었다. 황창규 회장이 자신의 측근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기 위해 서둘러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실제 지난 4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열린 ‘KT 화재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에 대한 청문회’에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기가 1년이나 남았는데, 차기 CEO 선정 프로세스를 가동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도 “차기 대표 후보를 본인이 정하려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에 황창규 회장은 “차기 대표는 KT 이사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권한이 없다”며 “차기 CEO 선임 절차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공식입장에도 불구하고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현재 KT 경영기획부문장 김인회 사장이 사내이사로서 유일하게 지배구조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회장후보심사위원회도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김 사장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김 사장은 황 회장과 같은 삼성 출신이자 황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김 사장은 황 회장의 비서실장을 거쳐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사장이 황창규 회장의 의중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혹이 적지 않다.
KT 전·현직 임직원 10여 명이 2002년 민영화 이후 자발적으로 구성한 모임으로 알려진 K비즈니스포럼(의장 한영도 상명대 교수)은 최근 KT의 전·현직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KT 차기 CEO 인선 작업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많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팀장급 이상 125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독립·투명·공정한 진행에 대해 85.5%가, 사내외 후보자 간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에 90.3%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는 것. K비즈니스 포럼은 KT 이사회에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 방안 토론회’를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지난 12일까지 시한이었던 토론회는 결국 개최되지 않았다. KT 사측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K비즈니스포럼의 이러한 지적도 결국 자신들에 유리한 후보를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의장 한영도 교수를 제외한 K비즈니스포럼의 다른 멤버들은 공개되지 않았다. KT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K비즈니스포럼에서도 자신들이 내세우는 후보를 회장으로 만들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멤버 중 한 명이 후보일 수도 있고, 멤버들이 그 후보와 관계가 있어 추후 차기 회장을 세워 세력을 구축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노조의 우려
KT 새노조는 18일 KT 이사회에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대한 노조의 우려와 면담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노조는 서한을 통해 "내부 성원들 눈에는 지금의 절차가 KT의 미래를 열어 젖힐 신임 CEO를 뽑는 절차가 아니라 황창규 회장의 적폐경영을 감추기 위한 후계자 임명 절차로 보이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내부 의견수렴 과정과 황 회장 경영에 대한 평가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후임자 선출은 황을 위한 황에 의한 황의 후계자 선출이라는 냉소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책임 경영 차원에서 황 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 온 내부 임원들 중 기업지배구조위원회에 의해 최종 후보로 추천된 이들은 후임 CEO 선출 과정에서 탈락할 경우 KT를 떠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CEO 후보에 추천된 내부임원들이 최선을 다해 회장직에 도전하되 최종적으로 회장에 선임되지 못할 때 스스로 물러나는 책임 경영 문화를 이사회가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사회가 삼성 출신인 김인회 사장을 심사위원회에서 배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만시지탄이지만 황의 복심으로 알려진 김인회 사장은 회장 심사과정에서 배척돼야 한다"며 "차기 CEO 선출이 황의 후계자 선출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으뜸 원인은 영원한 황의 비서실장 김인회 사장에 있는 만큼, 그가 계속 관여하는 CEO 선출은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노조는 "지금껏 KT를 거쳐간 역대 CEO들의 비극은 현장과 괴리된 경영진들이 단기 실적에 집착한 데서 발생됐다"며 "이사회가 KT 현장의 생생한 얘기를 듣고 차기 CEO를 고르는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현장과의 소통 없는 CEO 선출이야 말로 새로운 리스크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우리 KT새노조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이사회 성원들과의 면담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내부 출신 회장 가능할까?
2020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의 뒤를 이을 회장후보군을 추리는 내부절차가 거의 완료됐다.
KT 내부에서는 오성목 KT네트워크 부문장 사장, 이동면 KT미래플랫폼부문장 사장,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 등이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통신업계는 바라본다.
외부에서 후보를 찾는 절차가 남았지만 KT 경영진 사이에서는 내부에서 회장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T에서 내부 출신 회장을 선임한다면 무려 11년 만이다.
하지만 그 바람대로 내부 출신 회장을 맞이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KT 안팎뿐 아니라 정치권 등에서 KT의 개혁을 위해 외부에서 회장이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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