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경제비평] 아날로그 정책이 ‘경제위기’ 불러왔다
[이원두 경제비평] 아날로그 정책이 ‘경제위기’ 불러왔다
  • 이원두 고문
  • 승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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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올 보다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파월 미국 연준(Fed)이사장이 밝힌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년을 전망하기는 어렵다. 각종 지표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은 총재의 말처럼 현재 우리 경제상황은 목표치 달성이 녹록치 않을뿐더러 일부에서는 장기적인 위기상황에 접어 든 것이라는 진단까지 내릴 정도다. 우선 성장 동력의 원천인 설비투자와 소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국내 투자가 줄어드는 대신 해외직접투자는 두 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엔 1백 41억 달러, 2분기엔 1백 50억 달러인데 반해 외국인의 대한 직접투자는 전년 동기(상반기)대비45.2%가 준 56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 설계자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지금까지 겪었던 이른바 경제위기(97년이 외환위기, 2008년의 국제금융위기)가 골든타임만 놓치지 않으면 단시간에 치유가 가능한 뇌졸중과 같은 것이었던 반면 지금의 ‘위기’는 장기간에 걸쳐 치료해도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골다공증’이라고 진단한다. 골다공증으로 인해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다면 세계 경기가 호전되더라도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각종 규제개선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강성 노조의 정상화를 처방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정부는 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자 지방자치체 지침을 바꾸는 방법으로 복합쇼핑몰 규제에 나섰다.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명분을 내세운 대형마트 규제가 실질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 정‧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유통시장은 오프라인의 규모 경쟁이 아니라 온라인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것이 시대적 추세이며 현실이다. 미국의 경우 아마존닷컴에 밀려 지난 3년간 소매점 1만여 개가 문을 닫았다. 여기에는 한 시대를 풍미하던 시어즈와 같은 명문 기업도 들어 있다. 국내 유통업 역시 온라인 오프라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업종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스스로 자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아날로그 사고와 인식으로는 차세대 디지털 경제의 핵심 전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방관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은 이노베이션이며 이는 무에서 우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지식과 기술의 새로운 조합을 의미한다는 것이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조세프 슘페터 교수가 내린 정의다. 기존의 것을 새로 조합할 경우 조합대상 간, 업종 간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시너지도 크다는 것이 슘페터 교수의 이노베이션이다. IT 혁명에 따른 이노베이션 효과가 경제와 기술 지도를 바꾼 것을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으며 그 대표적 사례가 이른바 유니콘 기업이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은 현재 세계 3백 80개로 집계되며 미국이 2백, 중국이 1백개를 차지한다. 한국은 일본의 3의 배가 넘는 7개나 되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이런 이노베이션은 규제가 없는, 발상의 무한한 자유가 보장 될 때 극대화가 가능하다. 규제가 없을수록 유리하다는 뜻이다. 규제를 완전히 뿌리 뽑기가 어려우면 새로운 규제라도 만들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우리 경제부문의 각종 규제는 어제오늘 시작된 것이 아니다. 박정희정부의 5개년계획과 함께 시작되었으니까 반세기가 넘는다. 경제개발 계획을 디자인한 정부가 민간경제력을 특정 분야에 누수 현상 없이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일테면 당시의 각종 규제는 생산적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민간경제력이 축적되고 어느덧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이후에도 정부의 규제는 더욱 치밀하게 강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그 후유증이 위기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현행 경제부문의 각종 규제는 일종의 ‘적폐’일 수도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적폐 청산에 주력하고 있는 정부가 경제부문 적폐의 하나인 각종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면이 없지 않다. 그 원인은 정책당국을 비롯한 경제주체가 아날로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정책당국을 비롯한 경제주체가 하루빨리 디지털 사고력을 길러야만 이 위기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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