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37화 - 사장실에서 벗을 남자
[기업소설] 직장의 신 제37화 - 사장실에서 벗을 남자
  • 이상우
  • 승인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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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부터 조민지 차장은 발에 불이 나도록 열심히 일을 진행했다. 우선 가장 가까운 우군인 박민수를 불러 의논했다.
“기념품으로 방향 전환 한 것은 잘한 일이야. 하지만 그게 대량으로 팔기 위해서는 특별한 전략이 필요할 거야.”
“특별한 전략?”
조민지가 고개를 갸웃하며 박민수를 바라보았다.
시커먼 눈썹에 꿈꾸는 듯한 고요한 눈, 그 밑으로 산맥처럼 뻗은 코가 인상적이었다.
조민지는 정말 미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발동만 걸리면 한 마리 짐승이 되어 핥고 부비고 스커트 밑에 더듬으러 손이 들어오고 하는 돌변이 이해가 안 갔다.
그러나 그게 꼭 싫은 것은 아니었다. 기회가 오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은 충동도 느꼈다.
“조 차장. 무슨 생각하는 거요?”
“미안, 선배. 그래 특별한 전략이란 어떤 게 있을까요?”
“고가 정책을 쓰는 거야. 명품 대열에 올려놓는 것이지.”
“그렇다고 덮어 놓고 값만 비싸게 부르면 명품이 되나요?”
“그러니까 전략이 필요한 것이지. 가령 이우환 화백의 그 유명한 느낌표 그림을 골프 헤드에 새겨 넣는다든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얻자면 엄청난 돈이 들 텐데요.”
“예를 들면 그런 거지... 인간문화재 급의 자개장의 솜씨로 칠보 자개를 헤드에 수놓는다든지 하면 값을 높이 부를 구실이 되지.”
“맞아요. 유명 조각가의 용트림 조각 샘플을 받아 퍼터 샤프트에 올린다면... 그건 명품이 틀림없지요.”
조민지는 계획서를 보충해서 판매 전략까지 세웠다.
우선 국내 면세점의 제일 좋은 위치에 진열하고 백화점의 골프 용품 코너에도 수게 명품으로 진열한다는 것이었다.
홍 사장과 김 부사장이 있는 자리에서 조민지의 레저 신사업 계획안이 브리핑 되었다.
“정말 훌륭한 기획이야. 조차장 수고 했어요.”
홍 사장은 감탄연발을 했다.
이렇게 해서 영종 그룹 내에 레저 전문회사를 세우는 준비 팀이 탄생하게 되고 조민지는 거기서 맹활약을 하게 된다.
레저사업 준비 위원회가 발족 되었다.
김영호 부사장이 준비 위원장이 되고 조민지가 본부장이 되었다. 파격적인 인사였다. 보통 본부장은 이사급에서 임명 되는데 부장도 아닌 조민지 차장이 본부장으로 임명 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조민지가 레저산업 기획서와 씨름을 하는 동안, 얼마 전까지 동료 사원이었던 피용자와 이규명 대리 등은 마지막 바캉스 길에 나섰다.
피용자와 함께 영업부에서 일하는 강연숙, 그리고 자재과의 이규명 대리, 인사 팀의 최경석 과장과 박명자 등 남녀 다섯 명이 한 그룹이 되어 여름휴가의 마지막 팀으로 안면도 해수욕 길에 나섰다.
초청을 받은 연구실의 박민수도 늦게 합류했다.
텐트와 버너 등 장비를 잔뜩 실은 최경석 팀장의 지프와 이규명 대리의 모닝에 다섯 사람이 나누어 탔다.
그들은 공연히 설레는 가슴으로 휘파람을 불면 서울 교외를 빠져 나갔다.
그들은 수원을 거쳐 아산만에 이르렀다.
시원한 바다 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던 피용자는 서울에 남아있는 조민지를 생각했다.
그 때 조민지는 우리나라 지도를 펴놓고 작전하는 장군처럼 머리를 짜내고 있었다.
피용자 일행이 삽교 제방에 도착했을 때 앞서 가던 최경석 팀장의 차가 멈추어 섰다.
“저 위 제방 둑에 가서 좀 쉬다가자.”
최 팀장이 박명자와 함께 내리며 말했다. 다섯 명이 일행이지만 나이가 가장 많고 직급이 높은 최경석이 자연 리더가 되었다.
“좋아요. 우리 허파에 바람 좀 넣읍시다.”

피용자는 이규명, 강연숙과 함께 뒤따라 내리며 대답했다.
십리도 넘을 것 같은 방조제 위에는 간이횟집들이 줄지어있었다.
비치파라솔 아래 도마와 물통 등 간이부엌을 만들고 의자 서너 개 씩을 놓고 앉아 있는 횟집 아주머니들은 피용자 일행을 보고 서로 오라고 부산을 떨었다.
그들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뺨에 받으며 제방을 한참 걸었다.
콘크리트 건물에 갇혀 PC와 씨름하던 서울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넓고 툭 트인 세계였다.
“자 여기서 도다리 회나 좀 먹고 가지.”
최 팀장이 약간 나이든 아주머니의 간이 횟집에 자리 잡고 앉았다.
의자가 모자라 강연숙은 둑 위 시멘트 바닥에 그냥 주저앉았다.
바다 바람과 함께 먹는 도다리 회는 그렇게 맛이 좋을 수 없었다. 더구나 거기 곁들인 소주 한잔은 향내까지 나는 것 같았다.
“와! 좋다 좋아, 갈매기야 내가 왔다!”
언제나 감격파인 최경석 팀장이 바다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ㅎㅎㅎ... 우리 팀장님은 만년 문학청년이야.”
박명자가 유쾌하게 웃었다.
“이렇게 신나는 일에 조민지가 끼지 못했다니 안타깝군요.”
피용자가 고추 초장을 젓가락으로 찍어 먹으며 말했다.
“에이, 술맛 없어. 조민지 이야기는 그만 둬요.”
강연숙이 핀잔을 주었다.
“민지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박명자가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민지, 민지 하지 말아요. 차장님이야. 조민지 본부장님! ㅋㅋㅋ...”
이규명이 소주잔을 석잔 째 입에 털어 넣으며 비꼬았다
“정말 놀라운 여자야. 아니 무서운 여자야. 몇 년 안가서 그 여자가 우리 회사 사장이 될지도 몰라요.”
최경석 과장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조민지 사장님 소파에는 어느 남자 사원이 불려가지?”
“최 팀장 불려가서 바지 벗어야 하는 것 아냐? ㅋㅋㅋㅋ.”
이규명이 소리 내며 웃었다.
“나는 물건이 시원찮아 안 불을 걸.”
다시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거기 가서 바지 벗고 살 남자는 따로 있어.”
“누구?”
“누군 누구야 박민수지.”
“야. 함부로 말하지 마. 이 대리님 처럼 당한다.”
피용자와 박명자가 주고받으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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